[2021 1/2 194호] 윤혁순, 소주고리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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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2 194호] 윤혁순, 소주고리독
  • 수중세계
  • 승인 2021.04.0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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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문화박물관
글, 사진 윤혁순 다큐멘터리스트
작품 : 월리스라인의 원시 왕국
이탈리아 국영방송 RAI 방영, 프랑스 Motion pictour 판매, 요르단 MEM 판매, MBC 스페셜 판매
www.youtube.sea school 운영

 

∷∷∷ 소주는 화주(火酒)라고 하는데 고려시대부터 빚어졌다고 한다.
고려가 몽골이 침략을 받고 교류하면서 전래되었다는 것이다.
몽골은 페르시아에서 이를 들여와 우리나라에 전해주었다고 한다. 이수광의 <지봉유설>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소주는 몽골에서 나왔는데 약으로나 쓸 뿐이지 함부로 마셔서는 감당하지 못한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작은 잔을 ‘소주잔’ 이라 한다.”


또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소주는 예로부터 이어온 것이 아니라 원나라 때 그 법이 만들어 졌다.”라고 하였다.
원래 이 종류의 독한 술이 유럽으로 들어가서는 ‘브랜디’가 되었고 소련에서는 ‘보드카’가 되었고중국에서는 ‘배갈’이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소주가 되었던 것이다. 또한 소주를 즐기는 무리들을 소주도(燒酒徒)라고 불렀다.

처음 개성 지방 이북에서 즐겨 마셨는데 뒤에 몽골군이 주둔했던 경상도 안동 지방에서 제조하여 지금 ‘안동소주’의 효시가 되었다.> - <이이화의 역사 풍속 기행에서>


∷∷∷ 영조 32년(1756) 10월, 애주가 영조대왕은 자신이 직접 금주를 하고 백성들에게 금주령을 내렸다. 그럼에도 술을 빚는 일이 계속되자 술을 빚지 못하도록 하는 강경한 조치를 취하게 된다. 그래도 이를 어긴 충청병사 윤구연은 금주령을 어기게 되어 참수되었다. <영조 38년(1762) 9월>금주령은 곡식으로 술을 빚기 때문에 금주령을 내리는 것이었다. 김후신의 대쾌도(大快圖)를 보면 술에 만취한 인물이 양반임을 알 수 있다. 술은 지위 고하 신분을 떠나다는 걸 풍자하고 있다. 점잔 해야 할 선비를 비꼬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면 멋스러운 주도는 어떤 것인가.


중국 송나라의 학자 소옹(邵雍)이 읊은 시를 감상해보자.

좋은 술 마시고 은근히 취한 뒤(美酒飮敎微醉後)
예쁜 꽃 보노라, 반쯤만 피었을 때.(好花看到半開時.)


위의 시처럼 상쾌한 주도를 알려주려는 듯 주병에 물고기와 꽃을 그려 넣었다. 애주가들에게 소주고리주병에 그려진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소옹의 시가 전하는 내용과 같아 보인다. 술에 취한 게슴츠레한 눈으로 꽃을 바라보고 입을 벌려 따먹으려는 꽃봉오리, 비틀거리는 배지느러미는 취한걸음처럼 비틀리게 보인다. 이 주병 속에는 한 때 숱한 사연들이 만들어지게 한 술이 담겨 있었으며 이제는 두 번 다시 사연을 만들지 못할 유물이 되었다.


술을 상습적으로 먹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 아니다. 술을 일탈이고 몸의 자유다. 단, 몸의 자유는 멋스러워야 한다. 소옹의 시처럼 우리민족의 일상적인 삶의 지혜와 안목은 그 어떤 문명도 비교할 수 없으며 지난 100년의 지식보다 우리의 전통이 남겨놓은 지식이 매우 정확하고 우위에 있음에도 우린 지금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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