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트라우마, 그리고 나의 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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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트라우마, 그리고 나의 낙원
  • 김강산 기자
  • 승인 2021.04.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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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그림 이지숙

 

멀리 펼쳐진 에메랄드빛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들어갈 수 있을까?’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또다시 떠오르는 기억. 수십 년 전, 7살 때의 기억이었다. 바다에서 물놀이 중 파도에 떠밀려 정신을 잃을 때쯤 구출되었었다. 재작년 딸아이와 함께 여행으로 간 보홀에서 스쿠버다이빙 체험을 하기 전, 이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난 할 수 있어!’를 수도 없이 되뇌며 공기통을 메고 물속으로 한 걸음 내디뎠을 때,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결국, 엄습해 오는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하고, 포기하고 말았다.

어느 날, 스쿠버다이빙 강사인 사위가 직접 사진을 찍어와 내가 그토록 무서워했던 바닷속 풍경을 보여주었다.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그간 나에게 공포를 주었던 상상 속 그 풍경이 아니었다. 신비로운 색깔,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듯, 또 처음 본 듯한 모습들, 자유로워 보이지만 그들만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물고기들.
그렇게 한 번도 해보지도 못하고 갈망만 하던 바닷속으로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이 느낌을 그리고 싶었다.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보석을 탐하는 것처럼 마음에서는 저 경이로움의 끝자락이라도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 그림을 보면서 그 속을 헤엄치고 싶었고, 손끝으로 느끼고 싶었다. 캔버스에 푸른색이 입혀지는 순간 말할 수 없는 쾌감이 머리를 관통한 느낌이었고, 어떻게 그렸는지 모를 정도로 빠져들어 그림 하나를 완성했다.

그림에는 바다거북이가 자주 등장한다. 거북이는 여유롭게 바다를 누비고 싶은 나의 마음과 그림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된다. 그림 속 거북이는 ‘나, 자신’이다. 오늘도 나는 바다를 그린다. 그림을 그리고 그리다 보면 꿈과 환상이 아닌, 끝없이 펼쳐진 현실의 바닷속도 무서워하지 않고 여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붓을 내려놓을 때마다 그때를 생각하며 배시시 웃어본다.
 

 

 

 

 

 

 

 

 

 

이지숙 작가와 사위 최영민 강사 (이지숙 작가는 서양화를 홀로 독학하면서 MBC 금강 미술 대전, 대전광역시 미술 대전, 대한민국 여성미술 대전 특선등 많은 공모전에 당선되었다. 현재는 사위인 다이빙 플러스 최영민 강사의 사진에 영감을 받아 바닷속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올 11월에 개인 전시회를 예정하고 있다.)
이지숙 작가와 사위 최영민 PADI CD (이지숙 작가는 서양화를 홀로 독학하면서 MBC 금강 미술 대전, 대전광역시 미술 대전, 대한민국 여성미술 대전 특선등 많은 공모전에 당선되었다. 현재는 사위인 다이빙 플러스 최영민 강사의 사진에 영감을 받아 바닷속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올 11월에 개인 전시회를 예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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