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리 펼쳐진 에메랄드빛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들어갈 수 있을까?’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또다시 떠오르는 기억. 수십 년 전, 7살 때의 기억이었다. 바다에서 물놀이 중 파도에 떠밀려 정신을 잃을 때쯤 구출되었었다. 재작년 딸아이와 함께 여행으로 간 보홀에서 스쿠버다이빙 체험을 하기 전, 이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난 할 수 있어!’를 수도 없이 되뇌며 공기통을 메고 물속으로 한 걸음 내디뎠을 때,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결국, 엄습해 오는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하고, 포기하고 말았다.
어느 날, 스쿠버다이빙 강사인 사위가 직접 사진을 찍어와 내가 그토록 무서워했던 바닷속 풍경을 보여주었다.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그간 나에게 공포를 주었던 상상 속 그 풍경이 아니었다. 신비로운 색깔,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듯, 또 처음 본 듯한 모습들, 자유로워 보이지만 그들만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물고기들.
그렇게 한 번도 해보지도 못하고 갈망만 하던 바닷속으로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이 느낌을 그리고 싶었다.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보석을 탐하는 것처럼 마음에서는 저 경이로움의 끝자락이라도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 그림을 보면서 그 속을 헤엄치고 싶었고, 손끝으로 느끼고 싶었다. 캔버스에 푸른색이 입혀지는 순간 말할 수 없는 쾌감이 머리를 관통한 느낌이었고, 어떻게 그렸는지 모를 정도로 빠져들어 그림 하나를 완성했다.
그림에는 바다거북이가 자주 등장한다. 거북이는 여유롭게 바다를 누비고 싶은 나의 마음과 그림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된다. 그림 속 거북이는 ‘나, 자신’이다. 오늘도 나는 바다를 그린다. 그림을 그리고 그리다 보면 꿈과 환상이 아닌, 끝없이 펼쳐진 현실의 바닷속도 무서워하지 않고 여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붓을 내려놓을 때마다 그때를 생각하며 배시시 웃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