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o de Darwin

지난 5월17일 오전 11시20분 갈라파고스의 명물이라 할 수 있는 “다윈의 아치” 상단부가 무너져 내려 두 기둥만 남았다는 뉴스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개인적으로 갈라파고스제도는 두 번을 가보았으며 그 첫 번째가 2008년 이었다. 특히 울프섬의 바로 이곳 아치 포인트는 임신한 고래상어가 범고래의 공격으로 부터 새끼를 지키러 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으며 여러 번에 걸쳐 집중적으로 들어가 보았지만 한 번도 고래상어와 귀상어 떼를 못보고 나온 적이 없을 정도로 100% 확률이었다. 1회 다이빙에 여러 마리를 계속 보기도 하였으며 그 크기도 가장 컸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다윈의 아치가 있는 섬을 중심으로 어마어마한 숫자의 귀상어들이 주변을 맴돌고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고래상어가 범고래의 공격으로부터 새끼를 지키기 위해 귀상어 떼를 파수꾼으로 이용하고 있지 않은가라는 추측도 해보기도 하였다. 또 다른 기억은 높은 파도에서 다이빙을 한 경험으로는 평생 세손가락 안에 드는 악천후에서 다이빙을 해내고 찍은 기념사진이기도 하다.
아무튼 갈라파고스 하면 첫 인상이 지구의 유년기를 보는 듯, 그야말로 다른 행성에 와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중세계 역시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자연환경으로 대하는 순간순간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더할 나위없는 감동의 연속이었다.
당시 취재기사의 제목으로 “갈라파고스 제도, 천지창조를 위한 조물주의 밑그림” 이라 표현 하였고 이런 표현을 나름 매우 흡족 하게 여겼다. 찰스 다윈도 이런 느낌을 바탕으로 “종의 기원”이라는 책을 구상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도 갖게 만들었다.
뉴욕타임스 같은 언론은 갈라파고스 제도는 엘니뇨 같은 기후변화에 취약한 지역으로 이번 붕괴가 인간의 활동에 의해 촉진됐다고 보는 관점도 있다 한다. 수백만 년에 걸친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섬의 형태 중 일부인 다윈 아치, 1800년도 중반 다윈이 비글호를 타고 본 아치와 10여 년 전 사진 속 모습은 아마도 큰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세월 태풍과 비바람을 이겨낸 경관이 그야말로 몇 십 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의 침식작용에 무너져 버리다니……. 모든 생명과 사물이 영원 할 수 는 없다지만 세계자연유산인 갈라파고스 제도의 상징인 “다윈의 아치” 가 이곳을 찾는 후손들에게는 유적으로, 나아가 흔적으로 불릴 것이 매우 안타깝다.
튼실하게 아치의 형태가 유지하고 있었을 때 사진을 찾아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추억이자 역사로 남을 귀한사진이기에 미리 준비 한 것을 제쳐놓고 서둘러 Light box에 필름을 올려 놓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