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의 봄, 그 작은 세상" 참복의 투어스케치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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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의 봄, 그 작은 세상" 참복의 투어스케치 42
  • 수중세계
  • 승인 2021.06.1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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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5/06, 196호]
글. 사진 박정권

∷∷∷ 이제 4월 중순을 넘어서면 동해의 수온이 1~2도로 곤두박질치며 떠나가는 겨울을 떠올리게 한다. 벌써 시야는 소위 아카시아 물때라 불리는 전형적인 녹색 빛을 띠기 시작했으며 불어오는 남동풍과 몰아치는 동풍, 그리고 먼 바다로 향하는 서풍이 번갈아 불어온다. 바람의 영향을 받으며 겨울옷을 벚은 동해의 부유물들이 수심 10여미터 권을 떠돌기 시작하는 흐린 시야가 펼쳐질 날이 많은 계절이 도래한 것이다.


가끔씩 조류의 흐름과 불어오는 바람의 영향으로 맑디맑은 수중을 보일라치면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처럼 다이버들의 환호성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흐렸던 그 바다를 탓하지는 않는다. 그 바다가 있어 행복했던 추억이 많았음이요, 힘들었던 기억마저 그 바다로 하여금 위로받고 재충전을 하였기에 녹색의 흐린 바다마저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해마다 4~5월이면 수중에서는 산란철을 맞이하는 생물들의 바쁜 움직임을 만나볼 수가 있다. 우선 주꾸미들이 낮은 수심대로 들어와 빈 조개껍질을 뒤집어쓰고 부지런히 산란터를 다듬고 짝을 만나 은신처가 정해지면 비로소 6월까지 산란과 부화의 과정을 지켜낸다. 동해에서도 저층의 모래밭에 빈병이나 조개껍질을 유심히 살펴보면 간혹 앙증맞은 주꾸미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니 변함없이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신비한 모습들을 관찰해 볼 수가 있다.

 

 

남해안에서는 5~6월이면 해마들의 산란철이기에 혹시나 하여 강원도 양양 남애리 내항을 관찰해보던 중, 작은 해조류에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두 마리의 해마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단독생활을 하는 해마가 우연히 한곳에 마주하고 있다는 것은 암컷이 수컷에게 2세를 인계하기 위해 함께하는 것이리라 짐작하며 이틀을 관찰해보았더니 역시나 하룻밤 사이에 홀쭉했던 녀석이 배가 불러있는 모습을 두 번의 다이빙과 촬영된 사진으로 확인을 할 수가 있었다. 물론 배가 불렀던 암컷은 수컷에게 새끼를 전해주고는 훌쭉해진 몸을 하고 건너편 해조류로 이동해 있었고 배부른 수컷은 이제 육아낭의 자식들을 20여일 넘게 잘 키워낼 것이다.

 

 

 

작년 9월경 집중적으로 산란과 부화를 이어나갔던 청베도라치들이 겨울이 들어서면서 산란터를 떠나서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다시 봄이 되어 수면의 햇볕이 따사로울 즈음 떠났던 그곳으로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을 했다. 이 녀석들도 이제 짝을 만나고 7월경부터 또다시 산란을 하고 밤새 알을 지켜내며 또 부화까지 잘 마쳐내는 시간들을 가질 것이다.

 

 

 

낮은 수심 대에는 하늘소 갯민숭이와 불꽃 갯민숭이들이 집단으로 산란을 하고 있으며 약 100여 마리의 무리들은 대략 한 달 가까이 산란을 이어가고 있었다. 4월경 갯민숭달팽이의 산란터를 촬영 중 처음 본 녀석을 해양연구소에 동정을 해본 결과 국내 미기록종으로 답신이 왔다. 이렇듯 같은 모습에 익히 알려진 수중생물들인 것 같지만 이 광대한 바닷속에는 아직 만나보지 못한 생명체들이 즐비할 것이며 그들의 생태 또한 베일에 쌓인 채 인간과 함께 그 종족을 면면히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다소 시야가 흐려도 매년 이맘때만 만나볼 수 있는 신비로운 녹색의 향연을 즐겁게 받아들임과 동시에 큰 움직임 없이 양팔 벌려 그어놓은 그만큼의 수중세상을 찬찬히 들여다본다면 그 작은 세상 속에 알 수 없었던 많은 움직임과 생명들의 사연들을 만나볼 수가 있을 것이다.


이제 동해의 북부 수온도 5도, 지난주 다녀왔던 경북 울진의 수온이 12도 정도로 점차 따듯하게 바뀌고 있고 얼마 지나지 않으면 뜨거운 여름이 오겠지만 연중 이맘때쯤에만 만나볼 수 있는 몽환적인 녹색창연한 동해의 봄을 더 치열하게 만나보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언제나 즐겁고 안전한 다이빙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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