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견딜만하면 자꾸 들춰내는 것 같아 가능한 코로나 사태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 했으면 했는데, 진정은커녕 델타형 변이 확산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어 그냥 지나칠 수가 없게 됩니다. 이제는 우리들 세상사의 중심으로 깊이 파고들어와 떨쳐내기 힘든 재난으로 받아드려야 할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몸과 마음이 많이 가라앉습니다. 강제 홈캉스(home-vacance)의 여파로 혼자 명화를 찾아보는 시간이 부쩍 늘어나다보니 오래전 보았던 영화의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베트남전쟁이 종식되고 몇 년 지나지 않아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극장에 제목도 그렇고 보기에도 섬뜩한 포스터 한 장이 걸렸습니다. 이상한 점은 개봉날짜는 물론 홍보를 위한 간단한 선전 문구조차 없었습니다. 해외소식에 빠른 친구의 말에 의하면 예사롭지 않은 심각한 내용의 전쟁영화로서 극장상영이 미뤄지고 있다는 게 전부였습니다. 당시로서는 신체노출이 심하거나 진한 러브신이 있는 영화라면 검열의 가위질이 부담스러워 아예 수입 자체를 안했기에 더욱 의아했고 궁금증은 배가 되었습니다. 결국에는 포스터가 바래고도 남을 근 20년 만에 일반 상영관에서 볼 수 있었던 영화로서 1979년에 만들어진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이었습니다.
전쟁영화라 하면 권선징악을 바탕으로 적과 아군이 분명하게 구분되고 손에 땀을 쥐게 끌고 가다가 통쾌하게 적을 무찌르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작품은 보는 내내 충격 그 자체였으며 매우 혼란스러웠습니다.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했다지만 전쟁으로 미쳐 돌아가는 광기에 초점이 맞춰있었고 우리나라에서 받아드리기 힘든 파격적인 반전 영화의 성격이 매우 짙은 작품이었기에 오랜 기간 상영이 금지되었을 겁니다. 특히 포화가 쏟아지는 바다에서 서핑을 하는 장면과 엄청난 정글을 네이팜탄으로 순식간에 불바다를 만들어 초토화시켜 숲은 물론 그 안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를 몰살시키는 장면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상황과 오버랩 됨을 감추기 힘들어 뜬금없이 오래된 영화를 소환하게 되었나 봅니다.
미치광이 같은 상관의 명령으로 포화 속에서 파도타기를 하는 그 병사는 자연의 경고를 무시하고 빗발치듯 내리 퍼붓는 질병과 바이러스의 총탄 속을 요행수에 생존을 걸고 질주하는 우리는 아닌지? 발전을 앞세운 개발과 개간, 그리고 식량자원 확보라는 이름하에 벌어지고 있는 파괴와 남획이 몇 명의 적군을 퇴치하기위해 숲 전체를 깡그리 태워버리는 형상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 조그마한 땅덩어리에 수천만 명이 함께 살고 있는 우리에 비해 형편이 훨씬 좋은 선진국이나 자원 강대국은 기후변화가 아닌 기후위기라고 바꿔 쓰기 시작한지 이미 오래고 환경에 대한 관심과 행동에 있어서도 매우 구체적이고 강력하게 실천에 옮기고 있습니다. 해양관련 해서도 해양쓰레기로 인한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해 지금 이 순간부터 전 인류가 비닐봉지 한 장도 바다에 버리지 않는다 해도 앞으로 20년도 못가 바다에서 오염되지 않은 먹을거리를 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지금과 같은 방식과 규모로 어로행위가 지속되면 21세기 중반도 못 가서 식량화 할 수 있는 바다생물이 멸종 할 것이라는 섬뜩한 주장을 해양관련 석학들이 펼칩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여러분들도 많이 보셨겠지만 <Seaspiracy>라는 해양관련 다큐멘터리에 보다 자세히 피력하고 있으며 당장 지구상의 모든 어로행위를 중단해야만 죽어가는 바다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라고까지 합니다. 특히 대형기선저인망, 일명 쌍끌이 어업으로 인한 바다환경파괴는 심각하고 상어나 돌고래 등이 부수어획으로 잡혀 버려지는 숫자 또한 엄청난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와 관련하여 참으로 어려운 점은 전문 학자, 나라별, 어민, 환경단체, 정부 관련부처, 미디어 등이 협치는 물론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기에 도저히 해결책을 찾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부터도 천지개벽이 일어나기 전에는 하루아침에 완전한 채식주의자가 되거나 그동안 해오던 일은 물론 생활방식이나 수단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바꾼다 해도 예전으로 되돌리기는 더욱 힘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미래학자들은 고도로 개인화된 특성을 지닌 SNS 같은 각종 누리소통망서비스를 통한 “허위합의편향(false consensus bias)” 부추김에 많은 사람들이 빠져들면서 이런 재난과 위기를 헤져나가는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해당사자간에 자신의 의견이나 선호, 신념, 행동이 실제보다 더 보편적이라고 착각하는 자기중심적 개념으로서 내가 믿거나 주장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도 역시 같을 것이라 생각하는 심리 기제가 바로 허위합의편향이라고 합니다.
결국은 나와, 나 같은 주변인물들이 믿는 것이 곧 진실이 된다는 편협한 사고방식이 문제이겠지요. 고도로 개인화된 특성을 지닌 SNS의 영향은 주관적인 생각과 진실을 양산해내고 사람들을 동질화된 크고 작은 집단으로 묶었습니다. 매사에 공감을 표하거나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진실을 오도해 맞장구를 치거나 심각한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합의편향”의 폐해도 공존합니다. 특히 먹고사는 문제를 두고 기후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과 변화를 많은 사람들이 뜻을 같이하며 스스로 받아들이고 실천에 옮기기는 ‘나 하나쯤이야’ 라는 생각으로 회의적일 것입니다.
애초부터 기후위기와 코로나19의 창궐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생명체의 자정을 위한 몸부림으로 보았기에 이런 팬데믹에 따른 영향은 오래 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동안 시행되었던 조치와 변화 등이 영구적으로 때로는 더욱 강화되어 지속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따라서 수중레저스포츠 분야도 미래예측을 구성하는 가정 중에 위험요소와 변화의 요인은 없는지 고려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자기 자신은 물론 함께하는 동료부터 손님 등 사랑하는 이들이 코로나의 피해로부터 안전하도록 하는데 만전을 기하고 새로운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되겠지요. 미래에 닥칠 위험이나 불황을 관리하기위해 준비하고 대비 할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의 위기나 혹은 호황도 반면교사 될 것입니다. 교육에서 장비판매, 그리고 투어까지 대면 서비스를 최대한 줄여나가는데 다시 한 번 지혜를 발휘 할 때입니다.
다만 우리가 즐겨하는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이 수그러들면 바로 나서고 싶은 여행과 레저에 쓰는 지출은 구매와 소비의 원천이 되는 가처분소득에서 빠져나간다 하겠습니다. 빚을 내가면서까지 하기는 망설여질 겁니다. 따라서 주 소비층의 불황이 코로나 사태로 장기화 되면 여행이나 레저를 위한 지갑부터 먼저 접을 것이기에 자칫 호황에 취하거나 불황에 대한 대비도 게을리 해서는 안되겠습니다.
늘그막에 편하게 여행도 다니고, 세상의 친구들과 자연과 가까이하며 노후를 즐기겠다는 포부가 점점 위기감을 느끼기에 갈수록 넋두리만 느는 것 같아 송구스럽지만 어쩌겠습니까. 앞으로 지구의 미래를 예견하는 경전이 있다면 아름답고 살기 좋은 세상이 올 것이라는 계시록을 미래세대에 전해주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아마도 경전의 마지막 장은 바다의 묵시록 일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