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뜬금없는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인류의 조상들은 의사나 감정의 표현을 가장먼저 춤으로 시작하여, 이어서 흥얼거리거나 소리 지르며 내는 노래, 마지막으로 언어를 구사하는 순으로 진화했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음악에 맞추어 율동적인 동작으로 감정과 의지를 표현하는 무용은 어떻게 보면 가장 원초적이면서 어려운 예술분야인 반면에 어깨만 자유롭게 들썩거리기만 해도 춤이 되기에 누구나 쉽게 출 수 있습니다. 현존하는 원시부족은 물론 인종이나 나라별로 독특한 춤사위를 가지고 있기도 하지요.
우리가 좋아하는 수중레저스포츠도 바다라는 넓디넓은 무대에서 무언의 동작으로 또 다른 무용수인 수많은 수중생물들과 함께 유영하며 군무를 펼치는 행위라고 해도 무리가 없겠습니다.
다만 자연과의 교감 없이 벌이는 유별난 행동이나, 질서를 깨고 조물주가 지으신 경이로운 수중무대를 헤친다면 춤이 아니라 난장판으로 비쳐지겠지요.
예술성이 뛰어난 무용작품 뒤에는 훌륭한 안무가가 있듯이 오롯이 수중세계를 즐기기 위해서는 지도자보다 능력 있는 연출가를 더 필요로 할 때가 있으며 지금이 바로 그런 시절이라 하겠습니다.
우리업계도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강사, 장비 전문점, 수입상, 리조트운영, 여행업 등의 종사자, 그리고 레저선박 운영자까지 여러 직업군이 활동하고 있습니다만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관하여 그때그때 참신하게 이끌어가는 연출가적 기질의 소유자는 드물게 보입니다. 그리고 실력과 운영방법에 있어 계층 간 차이를 많이 보이고 있으며 호칭도 제각각 이지요.
무용은 물론 영화, 음악, 미술 같은 예술분야에는 이를 총괄하는 사람을 감독이라 부릅니다.
물론 우리가 속해있는 여타 스포츠도 마찬가지입니다.
감독이라 하면 리더십은 물론 무한의 책임감과 남다른 창의력이 요구되기에 아무나 쉽게 오를 수 있는 그런 자리는 아닙니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감독은 관리자이기보다는 일 전체를 주도하는 지휘자의 역할이라 하겠습니다.
굳이 감독소리를 듣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교육, 판매, 여행 등 을 진행함에 있어 전 과정을 상품이 아닌 작품을 구상하고 만들어 간다는 예술가적 소명의식을 가진 관계자가 많이 나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강사보다는 “스쿠버다이빙 감독”, 여행업자가 아닌 “여행감독” 이라고 말이지요. 주변에 육상여행가이지만 일찍부터 이런 칭호를 사용하는 지인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스쿠버다이빙 관련 시장은 많이 줄어든 반면에 안내전문점은 늘어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장비판매 외에도 업계의 미래와 사활이 걸린 교육에서 여행까지 여러 측면에서 문제점이 많이 노출 되고 있습니다. 엉터리교육에 덤핑상품, 유사시 보장책 없는 무허가나 불법영업은 자칫 자멸을 넘어 공멸의 길로 치닫게 되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와 기존업계가 받게 됩니다. 그저 싼값에, 아니면 터무니없는 폭리로 손님유치에 급급하기보다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관하여 누가 봐도 긍지를 느낄 정도로, 더나가 단막극 일지언정 한편의 잘 제작된 작품을 보고 즐기게 만들어주어야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 위드 코로나(=with Corona)로 접어들어 여행의 제약이 상대적으로 느슨해지면 이런 차별화된 감독 론은 더욱 그 빛을 발할 겁니다.
모든 다이빙관련 상품을 판매에서 연출로 바꿔 관객이라 할 수 있는 소비자들이 입소문을 듣고 스스로 선택하는 그런 시장이 자리 잡아야 하겠습니다.
다음으로는 우리업계야 말로 서둘러 “환경보호, 사회공헌, 윤리경영” 을 상징하는 ESG 경영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우선 삶의 터전이자 활동무대인 자연을 대함에 있어 친환경으로 서둘러 사고를 바꾸어야겠지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과 사회공헌의 대상을 수중환경에 까지 테두리를 넓혀 정화하고 보전 하는데 관심을 가지고 실천에 옮겨야 할 때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경영자나 이용자 모두 법과 윤리를 철저히 준수하는 투명성 확보만이 장기적 관점에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활동에 어떠한 난관이 오더라도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겠습니다. 단적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무성만 판단하는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이런 투명경영을 추구 할 때가 진작 도래했음을 인식해야 합니다. 소비자인 우리들도 상품선택에 있어 세 가지 사항까지 꼼꼼히 따져보고 결정하는 것도 취미활동의 ESG 경영이라 하겠습니다. 이런 경영을 잘 실천하고 있는 스쿠버다이빙감독이 연출 한 상품을 골라 기꺼이 가격을 지불하고 바다에 들어간다면 본전 뽑기 식의 행동이 아니라 어딘가 모르게 떳떳하고 환경을 조금은 이롭게 하는 기분이 들것입니다.
게다가 작은 쓰레기나 엉킨 낚싯줄이라도 걷어서 나오면 봉사하는 마음도 들어 소위 말하는 "헬퍼스하이(Helpers High)"를 경험 할 수 있을 겁니다.
끝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시민과학자” 에 대한 고찰을 전문 학자를 통해 이번호에 피력하였습니다. 송구스럽게도 내용을 보니 그동안 해왔던 일이 시민과학자의 길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으며 시기를 잘 만난점도 있지만 꾸준히 걸어온 삶을 그런대로 잘 연출한 감독의 역할을 스스로 해낸 것 같습니다. 수중사진 분야도 대회입상을 위한, 보도사진, 작품사진 등에 치중한 결과보다는 수중생물을 찾아내 사진을 찍어 책으로 발간한 일들이 더욱더 큰 성과이자 우리사회에 값어치 있는 봉사를 한 것으로 평가되어 감사하는 마음이 우러나옵니다.
주변을 살피면 지금도 묵묵히 똑딱이카메라를 들고 열심히 수중생물을 찍으며 소개하는 미래의 시민과학자이자 수중사진감독이 많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바닷가 현지에 살며 바로 앞에 살아 숨 쉬는 촬영장이자 잘 준비된 스튜디오를 가지고 있다 하겠습니다.
명작 제작을 위한 수중사진에 대한 열정보다는 진정으로 수중세계를 사랑하는 애정의 발로를 사진에 고스란히 담을 수 있을 겁니다.
어떻게 보면 유리한 여건으로 주변 환경이 겪고 있는 아픔이나 변화는 물론 아름다움까지 그 누구보다 빨리 알아차릴 수 있고, 관심만 있다면 시민과학자의 길을 밟을 수 있는 행운아이기도 하겠지요.
소외되거나 후회 않는 경영, 봉사하는 손길,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수중세계를 대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노력하는 수중인 들이 대접받는 그런 세상이 분명히 올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리고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우리나라 스쿠버다이빙역사에 기록될 명감독들에게 열렬한 성원을, 그리고 묵묵히 시민과학이라는 꿈을 실천 하고 있는 시민과학자들에게는 격려와 함께 경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