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제주도 대정에 위치한 SCUBA Aropa에서 아끼는 후배와 합류하여 오랜만에 송악산 수중에서 다이빙을 하게 되었다. 이곳은 유어장으로 허가나기 전에는 정말 뻔질나게 들락거렸으나, 한동안 발길을 거의 끊었던 곳이다. 이날도 수중카메라를 들고 들어가 예전에 사진에 많이 담았던 아치 포인트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비슷한 곳을 찾기는 하였으나 아치가 없어 혼돈이 왔다. 한동안 관광잠수정이 운항했던 장소이기도 하였고 그래서 그런지 지금은 서브마린으로 불리고 있었다. 미심적은 면이 있어 같은 장소를 다시 들어가 조금 전진하다보니 바위 밑에 반짝거리는 물체가 보여 가까이 가니 오징어 한 마리가 해초를 침대삼아 편히 쉬는 듯 조용히 앉아 있었다.

오징어를 근거리에서 찍기란 암수가 짝짓기 할 때 외에는 거의 기회가 없어 우선 카메라를 급히 들이대었다. 근처에 다른 녀석도 없었고 알을 부친 곳도 발견 할 수 없어 매우 의아 했지만 손으로 만질 정도로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죽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서서히 떠올라 젊잖게 유영을 하더니 세로로 서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얼마 못가 가라앉고, 힘들게 움직이다 가라앉기를 반복 하더니 마지막으로 힘겹게 먹물을 쏟아내더니 더 이상 떠오르지 않았다. 대신 그 과정을 쫒아가며 카메라에 몇 장 담을 수 있었다. 아마도 산란을 마치고 기진맥진하여 죽음의 순간을 맞이하려다가 행운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으로 나의 멋진 수중사진 모델이 되어주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리고 그동안 찾아 헤맸던 아치포인트의 안내자 역할까지 수행 했다면 억지춘향 같은 비약일까? 아무튼 송악산 포인트 중 내가 알기로 최고의 경관지에서 오징어는 죽음을, 그리고 나는 보기 드문 오징어 세로 사진에 더해 오래전 보았던 그 장소와 다시 마주하는 게임의 최종 승자가 되었다.
하지만 태풍인지, 아니면 관광잠수정의 충격인지는 모르겠지만 갈라파고스의 다윈아치같이 아치의 상단부분이 부서져 내렸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잠시 만났다 영원히 이별한 오징어 한 마리와 서브마린포인트의 아치는 이 한 장의 사진과 오래전 찍어놓은 필름으로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