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09/10, 198호] 김동식_제주도 섶섬 흰동가리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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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9/10, 198호] 김동식_제주도 섶섬 흰동가리 비밀
  • 김동식
  • 승인 2021.10.19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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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자연다큐멘터리 촬영감독 김동식의 촬영일기 69
김동식 수중촬영감독, 이학 박사 대표 작품 :
Nat Geo(Wild Korea)
BBC(South Korea)
NBC(Haenyeo)
KBS(용궁에 살어리랏다)
MBC(DMZ the Wild)
SBS(Pacific)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태국 여자 48kg급 태권도 종목에서 파니팍옹파타나키드 (24)가 깜짝 금메달을 땄다. 여기에는 주니어 시절부터 이 선수를 지도해 온 최영석 감독의 헌신적인 지도가 있기도 했지만, 하루에 운동을 세 차례에 걸쳐 하기 위해서 잠을 세 번에 나누 어 조금씩 자면서 운동을 했다는 얘기가 전해 지고 있다. 무명의 선수가 메달을 따냈을 때 그 노력의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면, 이를 ‘깜짝’ 금메달이라고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는 진정한 챔피언이다.

 

7월 12일. 금년까지 5년간의 시간 동안 촬영을 지속해 오던 ‘해녀’에 대한 촬영을 마무리하고, 내년 아이 템을 만들기 위해 여수에서 배를 타고 새벽에 제주항에 도착해서 서귀포에 있는 아쿠아스쿠버 도착했다. 숙소로 연 계된 모멘토 호텔에 장비를 풀고서 바로 보목항에서 볼레낭개 다이버 전용 보트를 이용해서 섶섬에 입도하자마자 바로 입수했다. 먼저 알을 낳은 흰동가리 1세대는 부화를 마쳤는지 잘 모르겠으나 일단 알은 보이지 않았다. 그 주 변에 2세대 녀석이 알을 낳았기는 했는데 그 장소가 왠지 불안한 곳에 알을 부착해 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알을 지 키기에는 적절해 보이지 않으나, 카메라로 촬영하기에 좋은 곳이어서 무조건 스케치 촬영을 마치고 출수를 했다.

늘 그랬듯이,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서서는 자연과의 시간 싸움의 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다음날도 다시 섶섬 흰동 가리 산란장을 찾았으나 흰동가리 알이 아주 깨끗하게 없어져 있었다. 잠시 당황스러웠고,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 를 할지 몰랐다. 다른 포식자가 먹어치운 상황인지, 아니면 흰동가리가 부화의 조건이 안 좋아서 없애버린 것인지 통 알 수가 없었다. 밤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 더욱더 궁금하다. 자연의 섭리는 참으로 알 수 없는 미스터리다. 그러 나 이미 흰동가리로 촬영에 승부를 걸기로 마음먹었던 상황이라 끈질기게 팔로우를 할 결심을 했다. 매일 지속적으 로 촬영을 하고, 주의보가 내리면 마음을 진정시키고 참고 있다가 해제되면 바로 다시 찾던 어느 날, 1세대 흰동가 리가 전날 산란을 한 듯 알이 아주 선명한 선홍색으로 돌과 말미잘 사이에 가득 붙어 있었다. 이렇게 흰동가리 산란 장을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주의보만 안 내리면 찾아가서 만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말미잘에 관련된 새우들도 발 견하여 촬영하면서 모래 바닥에 있는 Emblyeleotris japonica(미기록종 망둑), 장님 새우, 청황문절 3자 공생도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해 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흰동가리 알의 부화 시기가 찾아 왔고 아무도 가지 않는 밤의 바닷속으로 오르지 부화 장면만 을 카메라에 담아보겠다는 일념으로 입수했다. 그러나 말미잘이 촉수를 모두 다 오므린 상태라서 산란장을 찾는데 다소 헤매기도 했다. 찾아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직은 산란을 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출수했다. 항으로 돌아오는 배에서 바라다본 서귀포 석양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명일은 꼭 부화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의 소망을 빌면서 이렇게 하루가 흘렀다. 그러나 이튿날 돌풍으로 다이빙이 불가능하였다. 이 또한 마음만 급할 뿐 자연은 필자의 사정은 전혀 고려 하지 않는다. 다음날 궁금해서 낮에 찾아갔 는데 아직은 부화를 하지 않았지만 혹시 그 밤에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어두운 밤 바다를 두 려움 없이 들락날락 했는데 정작 부화하는 날이라는 예감이 들었던 날에는 풍랑주위보가 발효되는 바람에 입수를 하지 못했다. 다음날 오전에 부랴부랴 입수를 했지만 슬픈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1세대 흰동가리의 알들은 모두 부화하고 산란장이 깨끗했다. 


그러나 2세대가 산란한 알들이 있어서 이들의 부화를 꼭 촬영하겠다는 일념으로 촬영 대상을 2세대로 변경했다. 낮에만 촬영을 하다가 3일후 다시 야간다이빙으로 부화를 촬영하러 밤바다로 출근하듯이 다녔으나 이번에도 2세 대의 알들이 사라져 버렸다. 이것은 부화가 아닌 것 같았다. 부화를 하고 나면 대게는 알이 붙어 있던 바위에 알 껍 질이 붙어 남아 있어야 하는데 그 잔해들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또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런데 그 주위에 흰동가리 1세대가 또다시 산란을 해놓았다. 마치 필자를 가지고 노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촬영을 빨리 끝내야겠다는 마음의 조바심 때문인지 연이은 부화 장면을 놓친 스스로를 달래기 위해 매일 밤마다 와인 혼술을 하다가 다시 한번 더 화이팅을 외쳐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다음날도 혼자서 다시 찾은 흰동가리 산 란장의 말미잘은 촉수를 오므린 상태였지만 흰동가리는 열심히 알에 먼지를 제거하고 산소를 공급하며 열심히 아 비의 부화 노력에 여념이 없었다. 바로 옆에는 어미도 있다가 교대해서 알을 돌본다. 그리고 바다 날씨를 보니 부화 할 때까지 주의보는 없을 듯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산란 5일째부터 매일 야간에 흰동가리를 찾아갔다. 알을 어떻게 하는지도 궁금하기도 하고 부화의 장면도 보고 싶었다. 그러면서 문어도 만나고, 여러가지 바다 생물을 만났으나 오르지 흰동가리에만 신경 쓰다 보니 카메라 렌즈를 100mm로 장착하고 있어 큰 피사체는 촬영은 불가하고 눈으 로만 담다보니 마치 머피의 법칙은 걸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주초부터 시작한 야간 촬영이 어느덧 목요일 까지 이어졌다. 오전에 들어가는 지인다이버에게 1세대의 알이 부화했는지만 확인해 달라고 했다. 필자가 직접 들 어가 확인했는데 만약 또다시 없어졌거나 이미 부화한 상황이라면 이번에 받을 마음의 상처가 엄청나게 클 것 같아 서 지인 찬스를 썼다.

 

호텔방에서 전화 오기만을 기다리는데 손미숙 다이버로부터 전화가 왔다. “감독님, 아직 부화하지 않았구요. 눈알 이 반짝반짝 한 것이, 곧 부화할 것 같아요!”라고 한다. 변함없이 오늘도 찾아간 항구에는 야간 촬영을 가려는 다른팀이 있었다. 초보자라서 25분만 다이빙하고 나와서 항으로 돌아올 테니 감독님은 원하시는만큼 촬영을 하고 있으 면 다시 와서 픽업을 한다고 해서 일단은 오케이 했다. 

바로 입수하자마자 흰동가리 산란장으로 이동하여 카메라의 조명을 켰다. 어제 저녁과 비슷하기는 한데, 잠시 후 어떤 느낌이 들었다. 잠시 흥분이 되었다. 다시 시간이 흘렀다. 이윽고 알들의 부화가 시작되었다. 순간적으로 알들 이 껍질을 터뜨리고 쏟아져 나오는데 왈칵 눈물이 나올 뻔했다. 5분 정도 만에 산란은 끝났다. 이 감동적인 장면은 자연이 필자에게만 준 선물인 것만 같다. 만약 누군가 같이 촬영을 했다면 너무나 짧은 시간이라서 여러 가지로 어 려웠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래서 이 시간이 여러 날을 두려움 없이 혼자서 촬영에 임했던 내 자신에 대한 보답이라 더욱더 행복한 밤이다.


순간의 기쁨을 만끽한 채, 2세대 흰동가리 산란장을 찾아갔다. 2세도 알을 낳았다. 주간에 상처를 입을까봐 촬영을 하지 않을 것을 잠시 후회를 했다. 스케치 촬영을 하고 20분만에 촬영을 마치고 다이빙보트에 탑승했다. 그리고 잠 시 후회했던 일도 어쩔 수 없다고 지워 버렸다. 이제는 5일 후 1세대 흰동가리가 다시 산란을 하여 그 산란 장면만 촬영하게 되면 내년 프로젝트에서 3분 정도 아주 강렬하게 사용할 것 같다. 그동안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쉽게 촬영 일정을 예상했으나 자연의 여건상 한달 만에 부화 장면을 촬영한 것에 만족하였다.

 

그러나 5일 후에 산란을 해야 하는 흰동가리 1세대가 부화 후 3일 만에 다시 산란을 했다. 이 기간은 파도도 높고 우리 촬영 스태프가 모두 다 합류하는 날이라서 촬영 기획과 여러 가지 협조 문제로 비운 사이였다. 자연다큐멘터감독은 커피를 마시는 시간마저도 사치라는 말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이틀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보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 다시 2세대 흰동가리 산란을 기다리고 있는데 8일째 그대로이다. 그리고 산란은 하지 않았다. 산란만 촬영하면 흰동가리 생태 사이클을 마무리 할 수 있는데 말이다. 참으로 어렵다.


오늘도 보목항에서 여러명의 스쿠버 강사들과 인사를 나눈다. “감독님, 오늘도 출근하시는 데 뭘 그렇게 촬영하시나 요?” 하면 필자는 늘 같은 대답을 한다. “난 늘 한 놈만 촬영을 합니다. 아직 안 끝 나서요.” 하면 모두 다 힘을 실어주 는 말로 인사를 한다. 


결론은 제주도 섶섬에 흰동가리는 오전 8시부터 11시 사이에 산란을 하고, 산란 후 8일에서 10일 사이에 오후 19시 30분부터 20시 30분 사이에 부화를 한다. 물론 환경조건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1세대는 금년에 8번 산란을 해서 부화는 6번을 성공했다. 금년에는 얼마나 더 산란을 할지 지속적으로 관찰 중이다. 2세대는 3번 산란해서 부화는 1회 성공 했으나 현재 한 마리가 어디로 사라진 상태이다. 3세대는 아직도 짝을 못 찾고 혼자서 집을 열심히 지키고 있다. 

 

여러 다이버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흰동가리는 산란을 하고 환경이나 여러 가지 조건이 안 맞으면 알을 없앤다고 한다. 그러나 한 박사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환경이 맞지 않을 때 자신의 알을 먹어버린다고도 알려져 있다. 알로 영양을 보 충해서 다시 건강한 알을 낳기 위해서라는 전략이라고 한다. 다 자라지도 않은 알들이 깨끗하게 없어져 버려서 이번 촬영을 어렵게 만들었는데 혹시 수온상승 으로 빨리 부화했나 했던 착오도 가져오게 해서 더욱더 헷갈렸던 것 같다. 덧붙 여 흰동가리 새끼들이 살아가기에 제주도의 바다 환경은 썩 좋은 상태는 아닌 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년 산란과 부화를 하면 많이 작은 흰동가리가 보 여야 하는데 안 보이는 것이 이런 이유를 반증하는 것이다. 새삼 "자연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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