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서 여름으로 이어지는 수중의 환절기를 피부로 느끼게되는 수온의 변화, 부지불 식간에 냉탕에서 온탕으로 들어온 듯 급격한 수온의 변화에 어느덧 바닷가에는 온통 웻슈 트 차림의 다이버들이 가득한 계절이 되었다. 20미터 권에서도 23~24도의 수온을 보이면 서 여름 들어 잔잔한 수면과 맑은 물속은 그야말로 다이빙의 최적기임을 실감하게 된다.
제주도의 수온에 뒤지지 않은 수온 탓에 동해에서도 올해 들어 온대성 어류와 희귀한 갯민 숭이류들이 대거 출현해서 산란과 부화에 여념이 없었으며 수심이 낮은 곳에서는 제주가 고향인 아홉동갈돔들이 쉽게 눈에 띄기도 하고 낯선 모습들이 가득했던 여름이 아닌가 생 각해본다. 해마다 7월 이후 9월 사이에 산란과 부화를 반복하는 베도라치류들이 올해도 갯 바위 작은 구멍이나 폐사한 굴 껍질을 보금자리 삼아 현재까지 번식 활동에 여념이 없는 시 기를 보내고 있다.



같은 지역을 지속적으로 관찰해본 결과, 작년과 다르게 청베도라치와 앞동갈베도라치의 산란은 평이하게 이루 어지고 있으나 두줄베도라치의 산란과 부화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것이 변화로 보여진다.
수심이 낮은 곳에서는 동해 북부의 고유종인 입짧은 해마의 번식 활동이 보이기도 하고 작은 고동류의 왕성한 산란 활동 또한 예년과 다름없이 이 무더운 동해안의 수중을 활기차게 채우고 있었다. 한겨울에 많은 회유성 어 류들이 집중산란철이라고 보면 한여름에는 작은 토착어류들이 집중적으로 산란과 부화를 하면서 동해를 더 생 동감 넘치게 채워나가고 있다.
청베도라치의 산란에서 부화까지 약 30여일 걸리는 것을 관찰하면서 지극한 부성애에 감동하기도 하고 가엾도 록 산란터를 지켜내는 그 모습에 경외심까지 느껴보게 되니, 바다는 많은 깨달음과 감동이 혼재한 생명력 넘치 는 자연의 부분이 아닌가 한다.
올여름 동해의 새로운 모습은 높은 수온과 함께 거대한 노무라입깃 해파리들이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수년전에 보름달해파리가 온 동해안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 후 몇 년간 보름달해파리 무리를 본적이 없는 상태라 어 떠한 연유로 출몰이 이루어지는지 매우 궁금해하며 해파리 생태조건에 부합하는 수온과 해류의 영향일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만 가져볼 뿐이다.


평균 수온 20도 이상을 보이는 날에는 왕성한 몸짓으로 해류를 따라 헤엄쳐가던 해파리들이 어느날 갑자기 수온이 10도 정도로 내려가는 날에는 힘이 빠진 상태로 해저 바닥에서 기운이 빠진 채 숨을 헐떡이는 모습들로 봐서 단순히 수온에 민감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제 무더웠던 여름이 그 끝을 보일 즈음, 이제 그 많던 해파리들도 그 수명을 다할 것이며 한여름에 힘겨운 산란 과 부화를 하던 여러 종의 베도라치 치어들도 이 드넓은 수중에서 조금씩 성장해나갈 것이다. 높은 수온에 잔뜩 움 츠려있던 섬유세닐 말미잘들도 다시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꽃을 피울 것이며 계절이 바뀌면서 산에 단풍이 물들어 가듯이 이 광활한 수중에서도 수많은 변화와 함께 또 다른 느낌의 옷으로 갈아입게 될 것이다.

찾아왔던 생명들과의 짧은 만남들이 한여름의 추억으로 남을 것이며 시간이 지나면 또 그것이 그리움이 되어 돌아 올 여름을 기다리게 될 것이니 수중의 사계절은 어느 것 하나 예사롭지 않은 것이 없다. 올여름 바다를 찾은 수많 은 다이버님들이 변함없이 바다를 사랑하는 마음만큼 양손에 수중쓰레기를 수거해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서로 아 름다운 모습을 공유하고자 하는 미래의 바다는 희망의 바다가 되어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늘 안전하고 즐거 운 다이빙이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