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09/10, 198호] 아네스의 스쿠버 이야기 '해양 정화는 누구를 위한 해양 정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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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9/10, 198호] 아네스의 스쿠버 이야기 '해양 정화는 누구를 위한 해양 정화인가?'
  • 오아네스
  • 승인 2021.10.27 2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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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rough the Mask | 물안경

글 오아네스 _ PADI 마스터 인스트럭터, 프리다이빙 강사

코로나 시국이 시작되고 난 뒤, 우리나라에선 해양 정화 활동에 대한 관심이 더더욱 높아졌습니다. 해외에 나갈 수 없으니, 중국공장이 멈추고 난 뒤 미세먼지가 없어지는 것을 보고나니, 게다가 갑자기 급변한 날씨들과 상황들로 인해 우리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게 했고 그것이 자연스레 해양 정화 활동으로 이어진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코로나 시국이 있기 이전부터 항상 펀다이빙할 때 캔 하나, 비닐봉지 하나 등 소소하게 저 자신만의 해양 정화 활동을 진행해 오고 있었습니다. 제가 다이빙을 하러 바다에 들어갔을 때, 나의 학생들이 좋은 것만 보기를 바라는 마음 반, 나 하나의 힘이라도 보태면 하면 조금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 반으로 활동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해양 정화 활동을 진행하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러 일들을 보고 듣고 하다 보니 과연 수중세계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해양 정화 활동이 무엇인지 같이 고민해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  다이빙하면서 소소하게 물고기 하나, 멍게 두어개, 해삼 하나 정도 가지고 올라와 같이 온 사람들과 함께 라면 끓일 때 넣거나 회한 접시 정도 먹으면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다이버입니다. 나는 그물이나, 낚시찌 등 해양 쓰레기를 줍는 것으로 정화 활동을 지지합니다.

#2.  해양 정화 활동을 매우 지지합니다. 나는 채식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담배는 기호식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담배를 피고난 후 한 곳에 모아두고 나중에 다이빙이 끝나면 수거 하지만 굳이 쓰레기통을 가지고 다니지 않습니다. 


#3.  나는 해양 정화 활동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일회용품을 많이 쓰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라 생각하여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고, 빨대를 쓰지 않고, 가능하면 플라스틱을 쓰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나는 다이빙을 할 때 주로 채집과 사냥을 합니다.


#4.  해양 정화는 그냥 있었던 자리를 어떻게 쓰던지 간에 마무리를 잘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고기를 잡았으면 잔여물없이 바닷물로 씻어내고, 담배를 피고난 뒤 바위 사이에 담배꽁초를 껴놓고 다이빙이 종료된 뒤 꺼내 한번에 쓰레기를 정리합니다. 혹은 작은 웅덩이를 이용하여 담배를 끄기도 합니다. 

과연 저 4가지 케이스는 해양 정화 활동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생각하는 해양 정화의 기본은 무엇이고, 어디서부터 해야 맞는 걸까요? 해양 정화를 한다고 모여서 담배를 피우고 침을 뱉고 담배를 끄기 위해 바다에 혹은 바위 위에 비벼 끄는 행동은 해양 정화에 도움이 될까요? 채식까지 해가며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 본인이 담배 피는 것은 괜찮고 채집하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것처럼 화를 내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회용품을 펑펑 써가면서 낚시그물을 걷어오거나 폐통발을 수거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금 하고 있는 행동들은 어쩌면 우리가 환경에 대한 죄책감을 덜 어내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닐 까요? 그냥 한쪽면만 바라보고 싶은 건 아닐까요? 


채집은 불법입니다. 담배를 웅덩이에 버리면 냄새가 나고 꽁초필터에서 타르가 나오고, 미세 플라스틱이 생깁니다. 낚시찌나 그물도 해양쓰레기지만 내가 먹은 캔, 비닐봉지를 가지고 오는 것도 해양 정화입니다. 이렇게 하나하나를 작은 부분을 보면 해양 정화가 되지만, 크게 다양한 부분을 보자면 그것은 해양 정화 활동이 아니라 그저 치우기 귀찮아 한번에 치우기 위해 해놓은 자연 훼손이라고 봅니다. 


당장 나부터 죄책감을 덜기위한 해양 정화가 아닌 본질적인 해양 정화를 위해 어디서부터 시작하고 어느 만큼까지 노력해야 할지 생각해보는 계기를 각자가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수중세계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같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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