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김동식
김동식 수중촬영감독, 이학 박사 대표 작품 :
Nat Geo (Wild Korea)
BBC (South Korea)
NBC (Haenyeo)
KBS (용궁에 살어리랏다)
MBC (DMZ the Wild)
SBS (Pacific)
필자는 오늘 세계 최고인 장남원 고래사진가의 전시회를 보면서, 최고가 된다는 것은 부모로 부터 물려받은 DNA와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는 고뇌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열정이 필요하다고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최고는 본인 입으로 인정하는것이 아니라 이렇게 실력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필자에게 이런 선배가 있다는것도 축복이다.



필자의 유년 시절은 충청북도 보은군 회남면 사음리에서 보냈다. 예전으로 돌아가 보면 동네는 20여 가구로 이루어졌는데 거의 대부분이 일가친척으로 구성된 마을이었다. 초등학교 등굣길은 등에 책보를 둘러메고 걸어서 4km를 매일 오갔고, 초등학교 동창은 42명으로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쭉 한 반으로 구성된 아주 작은 깡촌 마을이었다.
겨울에는 난로를 때기 위해 산에서 솔방울을 줍던 시절, 봄에는 신작로에 코스모스를 심고 물을 주고, 여름 에는 강가에서 친구들과 멱을 감고, 가을에는 봄에 심었던 코스모스 길을 재잘거리면서 학교에 다녔던 순수한 시절이기도 했다. 비포장 신작로 가로수 사이로 버스가 지나가면 먼지가 뿌옇게 날려도 뭐가 그리 좋 다고 쫓아 달려가 매달리던 친구들도 그립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공부는 옵션이었고 늘 자연 속에서 놀면서 뭔가를 잡고, 주어먹고 친구들과 함께 금강에 가서 발가벗고 물장난 치던 시절에 친구들보다도 월등하게 수영은 잘했던 꼬맹이였다. 그 꼬맹이는 바다를 경험해보지 못한 채 성장하였지만, 평생 직업인 수중 자연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었다. 어찌 보면 하늘이 정해준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필자의 고향은 대청호 속에 잠겨있다. 늘 그리워하면서 필자의 프로덕션 상호를 [Atlantis]로 만들었고, 대청댐으로 수몰된 지 31년이 흘러 명절날 종산으로 성묘를 가면서 기회가 된다면 자연 다큐멘터리로 다루고 싶은 아이템이기도 했는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미루다가 결국은 청주 KBS가 결과적으로 먼저 하게 되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대청호하면 국민들은 제일 먼저 ‘녹조라떼’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필자가 봐도 물이 흐리고 녹색이다. 수자원공사에서 대청호에 수초 단지를 조성하고 에어로 물을 돌리고 여러 가지 방법을 기울여도 노력에 대한 성과는 미흡하다. 녹조는 연례행사처럼 찾아오고 거기에 장마철에는 여러 가지 쓰레기가 더해져, 이것을 처리하기 위해서 수많은 국민의 세금이 반복적으로 들어가는 악순환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현재는 대청호는 예전에 비해 주변의 축사도 많이 줄이고 주민들의 환경에 대한 의식변화를 통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우리고 있다. 그런데 매년 똑같은 현상이 되풀이 되는 것은 근본적인 원인이 처음 설계 부터 백년대개를 못 내다본 것에 기인한다.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댐은 강 상류지역에 마을이 없고, 물을 가두기 가장 좋은 곳을 적지 조사하여 건설해야 하는데 그 시절 개발도상국이던 우리나라는 건설 산업을 최우선 하던 시절이라 주먹구구식 마구잡이로 평지에 댐을 건설한 이유가 가장 크다고 본다.
대청호 촬영에 앞서, 대전 KBS 이미지 촬영 때 담당 피디가 찾아와서 지속적으로 부탁을 하는 과정에 대청 호에 은어가 산다는 말에 확 꽂혔다. 예전에 방류사업을 해서 육봉화가 되었다고 어느 박사님이 이야기하더라는 것이다. 왠지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에 흔쾌히 촬영에 합류한다고 결정을 했고, 그렇게 촬영을 하게 되었다. 자연다큐 촬영감독으로 오랜 세월 촬영하면 느낀 점은 이렇 주제가 뚜렷하면 직감적으로 놓치고 싶지 않은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감이 온다고 할까.

그 후 여기저기 전문가와 어부들 찾아가서 물어보고 했는데 ‘없다’고 단정을 한다. 아차 싶었다. 그런데 필자의 고향인 면사무소 근처에 회인천이 있는데 본류에서 갈라져 회인서당에서 흐르는 작은 하천에서 은어를 조사하고 채집했다고 한다. 바로 회인천으로 부픈 마음을 안고서 찾아갔다. 그런데 가뭄으로 물이 끊긴 상태였다. 물이 흘러야 은어 그림자라도 찾아볼 것이 아닌가! 결국 은어는 대청호에 없다고 일단 판단하고서 다른 어종을 선택해야 하는데 막상 흥미가 가는 물고기는 없고 설상 있어도 물이 너무나 흐려서 촬영이 불가능했다.

결국은 넘어진 김에 쉬었다 간다는 심정으로 대청호와 회인천이 만나는 지점에 그나마 물이 맑아 보여서 내려 가 보니 누치가 산란을 시도하고 있었다. 결국 차량을 가지고 돌고 돌아서 입구까지 내려갔다. 바로 카메라를 산란할만한 장소에 세팅을 했다. 그리고 카메라를 들고서 스킨으로 천천히 이동하면서 물고기를 찾아보니 밀어, 검정망둑, 버들치, 블루길, 배스, 모래무지, 끄리, 피라미 등등이 눈에 들어왔다. 스케치를 하고서 세팅 카메 라를 회수하여 프리뷰를 하는데 참 이상하다. 누치는 항상 카메라 옆쪽이나 먼 쪽에서 산란을 한다. 참으로 쉽지 않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Rm리가 카메라 앞에 산란을 하는 장면이 너무나 리얼하게 찍혔다. 그 뒤로 늘 같은 패턴이다. 누치는 안 되고 끄리만 촬영이 된다. 누치 별명이 눈치인데 별명처럼 카메라 위치를 눈치 빠르 게 눈치챈듯하다.
금년에는 누치 산란 촬영의 끝장을 보려고 하는데 하늘이 시샘하는지 비를 뿌린다. 여기까지만 하란 듯이 말이다. 늘 겪는 상황이지만 자연다큐 촬영감독들이 이런 이미지 한 컷을 건지기 위해 수많은 노하우와 자 연에 대한 풍부한 이해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결과로 증명을 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모든 것을 쉽게 촬 영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때로는 밤을 새워야 하고, 하루 종일 한 끼도 못 먹고 세팅 카메라 모니터에 집 중해야 하며, 무거운 카메라와 장비를 메고 몇 km를 걸어가서 허탕 치기를 며칠 동안 하면서 결코 포기하 지 않는 인내도 발휘해야한다. 또 민물은 비가 오면 그저 비가 그치기를 빌면서 빨리 흙탕물이 흐르거나 가 라앉기를 애타게 기다리다가 생태 시기도 놓치기도 한다. 이것이 자연 다큐멘터리 촬영이다.


다른 출장을 가면서 미리 대청호에서 들려서 촬영을 하다가 가곤 하지만 정말이지 어렵다. 해가 가면 갈수 록 생태의 데이터가 자꾸만 종잡을 수 없도록 바뀌고 있다. 지구온난화 현상이라고 보기엔 변화가 너무나 크다. 당겨진 것도 있지만 늦어지는 것도 있으니 참으로 판단이 어렵다. 그러면서 차곡 차곡 하나하나씩 촬영은 해가고 있지만 예전에 비하여 영상이 형편없는 듯하다. 늦은 나이에 눈을 떠서인지 늘 불만족이다. 마음은 BBC처럼 하고 싶은데, 영상은 언제 가서 마음에 쏙 드는 것을 얻을 수 있을지 숙제를 해도해도 아직 끝내지 못한 숙제이다.

우리나라 대부분 촬영감독들은 자연다큐 촬영감독을 등한시하고 예능에만 치중하고 있다. 현재 자연다큐 촬영감독의 막내가 50대 중반이니 걱정이 되기도 한다. 물론 그렇 다고 방송사에서 자연 다큐멘터리가 안 만들어지진 않겠지만 그래도 후배들이 많이 나 와서 선배들보다 더 좋은 영상과 내용으로 촬영을 하면 좋겠다. 그러나 동시에 선배 입 장에서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구조상 평생 직업으로 하기엔 너무나 큰 희생을 해야 하 기에 막상 권장하기도 힘들다. 배워보겠다고 찾아와서 하는 말이 ‘얼마 줄거요.’ ‘해외 출장은 가나요.’ ‘언제쯤 카메라 감독으로 데뷔할 수 있어요’ 등등을 물어본다. 만약 젊 은 친구들이 자연 다큐멘터리 촬영감독이 되고 싶다면 필자는 영국으로 유학을 가서 생태공부와 카메라 어시스턴트부터 배워 와서 선배들보다 더 훌륭한 감독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권하고 싶다. 자연 다큐멘터리 촬영감독은 절대로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