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전에 고수온으로 겨울과 봄을 지 났던 동해의 불규칙했던 수온이 올해는 정상으로 돌아온 듯하여 다행스럽다. 무릇 자연은 순환의 법칙에 따라 질서 정연한 흐름으로 생태계 전반에 스트레스가 없어야 돌발 상황이 야기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껏 이어온 생체리듬에 어떠한 악재로 인하여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면 그것은 두려운 재앙과도 마찬가지로써 정상적인 순환 구조는 지속되어져야 한다고 본다.
4월에는 고성지역 및 동해북부에 수온이 1도를 기록하기도 하면서 평균 3도에도 6도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바다를 즐기는 다이버들에게는 보온에 신경을 써야하지만 한여름을 앞 두고 봄철에 산란과 부화를 거치는 수많은 수중생물들에게는 순환싸이클에 반드시 도움이 되어주는 수온이다. 이 시기를 거치면서 해조류가 녹아들고 한여름 무더위로 수온도 오르 기 전의 동해 바다는 그야말로 녹색세상을 이룬다.


수면가까이에는 벌써 푸른색의 한없이 맑은 시계를 보여주면서 한여름의 더위를 예고하고 있다. 수심 15m만 내려가도 수온이 5도까지 내려가서 아직까지 자연암반이나 어초에는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섬유세닐 말미잘군락의 아름다움이 펼쳐지고 있었으며, 고둥들의 늦봄 막바지 산란행동은 집단으로 높은 곳에 올라 이루어지기에 암반 상층부와 어초의 꼭대기를 온통 노란색으로 물들이고도 있다.
최근에 다녀온 강릉 안인의 강제어초에서는 동해북부와 다르게 부채뿔산호가 흐드러지게 피어서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만나 볼 수 있었다. 작년 높은 수온 탓인지 동해일원의 부채뿔산호 군락이 소멸되거나 조금씩만 남아있던 것에 비추어보면 아마도 수중에도 물 흐름이 있을 것이고 그 물속의 물길에 따라 특정생물들이 버티고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되어주고 있음을 실감하게 되는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모쪼록 모든 환경이 개선되어지고 유지되어 비록 보이지 않는 수중이라 할지라도 더 좋은 자연의 환경으로 모든 생물들이 활기차게 살아가야함을 절실하게 눈으로 가슴으로 다가온다

이제 힘차게 뻗어있던 봄의 전령사 모자반들도 작은 파도에 제 몸을 바다로 흘려보내고 다시 돌아올 겨울을 기약한다. 바다가 늘 푸르러야한다는 고정관념 보다는 계절의 순환이 건네주는 한구간의 아름다운 물빛으로 바라다보면 요즘의 녹색 가득한 물색은 참으로 아름답고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제 여름의 구간에서 수온이 오르고 자주 만나보던 말미잘의 아름다움도 숨어들고 가끔 맞닥트리게 되는 대왕문어들도 깊은 곳으로 떠나게 되면 도 그 빈자리를 여름의 인연들이 메워놓을 것이다.
동해는 봄에 태어난 불볼락 치어들이 여기저기 무리를 지어 생명탄생의 뭉클한 자태를 뽐내며 여름 내내 머물러 줄 것이며 말미잘이 감추어놓았던 수중암반들의 기암절벽이도 새로움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올여름에도 수많은 만남과 감동이 이 드넓고 아름다운 바다에서 함께하기를 고대해본다. 항상 안전하고 즐거운 다이빙이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