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12, 199호 발행인글] 생명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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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1/12, 199호 발행인글] 생명이란 무엇인가
  • 이선명
  • 승인 2021.12.2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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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여행에 따른 제약이 조금이나마 느슨해져 물들어올 때 배 띄운다는 심정으로 두 번에 걸쳐 해외취재를 서둘러 다녀왔습니다. 가능한 긴 일정 선택하였고요. 출발하기 훨씬 전부터 챙겨야 할 각종 서류를 비롯한 새로운 준비과정으로 처음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 같이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출국심사부터 시작하여 현지리조트 도착까지 돌다리도 두드려 건넌다는 마음으로 신중을 기하다보니 열대의 바닷속에 뛰어 들어가서야 겨우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래도 수중세상은 물론 여행을 다니며 겪는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하여 어떠한 불만도 내색 않고 간편한 차림으로 따듯한 바다에 다시 들어와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같이 느껴져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경이로운 순간이나 아름다운 경관을 마주해도 잠시나마 카메라에서 눈을 떼고 자연과 느긋하게 친교를 나누는 달라진 내 모습이 낯설기는 하였지만 전혀 아쉽지가 않았답니다. 뒤늦게 깨달았는지 자연을 대하는 마음과 자세도 예전 같지 않고 스스로 정중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여행 내내 지금 이시간이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내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여기며 잠시도 허투루 보내지 않게 되더군요. 앞으로 얼마나 체력이 받쳐줄지, 그리고 수그러들지 않는 코로나19의 유행으로 말미암아 다시 올 수 있다는 기약을 자신 할 수 없었기에 최선을 다 하려 했습니다. 스스로 또 다른 가보지 않은 길을 먼저 나선다는 마음이 들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치 못한 순간이나 체험을 하게 될지를 알 수 없음을 이번 여행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에 많은 것을 직접보고 온몸으로 느꼈지만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일은 수중세상이 아닌 선상에 홀로앉아 바다저편 지는 해를 하염없이 바라보던 때였습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쾌적한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마치 도인같이 전신에 기를 불어넣는 명상의 기분을 만끽 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오랜만에 맛보는 방역 마스크에서의 완전한 해방감이 큰 몫을 했으리라 봅니다. 모진 풍파를 경험한자만이 화창한 날씨를 고마워 할 줄 알듯이 지난 어려운 시절이 있었기에 자연을 더욱더 사랑하게 됩니다. 

떠나기 전 수많은 수중생물들과의 조우, 아름다운 경관을 마주 하는 장면을 꿈꾸며 여행길에 나섰지만, 특별한 것도 없는 전혀 예상치 못한 여행의 한 모퉁이에서 최상의 희열과 오랜만에 오롯이 정리된 상념에 빠져 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로 부터 쫓기듯 피해 나와 잠시나마 자유롭게 호흡하고 있는 내 자신을 보며 살아있음이 과연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 2001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영국의 의학자인 Paul Nurse 박사는 “생명은 무엇인가” 라는 저서를 통해 지구에서 생명은 물속에서 단 한 번에 생겨났으며 그 최초의 세포가 자연선택에 의해 오늘날 다양한 생물로 진화되어 왔고 모든 생명이 연결 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바르게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구상 모든 생명은 공통의 뿌리를 가지고 물리, 화학, 정보기계로서 작동양상이 세세한 부분까지 같다합니다. 모든 다양한 생명체들은 생명의 다른 표현이며 궁극적으로 하나라는 그리고 그 하나에서 시작되었다는 이론은 과학을 토대로 본다면 창조론 같은 신학적 설명과 일맥상통 한다 하겠습니다. 생명은 생겨난 이래 한번도 끊어지지 않고 지구상에 존속되어 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살아있는 생물은 왜 죽는 것일까요? 

자연선택은 기존의 질서를 없애고, 집단경쟁에서 유리하고 적합한 변이체가 있으면 그 개체를 위해 길을 터준다고 합니다. 그래야만 그렇지 못한 것들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요. 생명은 오로지 개체의 죽음을 통해서만 존재 할 수 있다는 너스박사의 설명이 흥미롭기 까지 합니다만 섬뜩한 기분도 지울 수 없군요.(진화론 개념에 의하면, 진화 혹은 자연은 생물개체 하나하나의 안녕이나 복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

너스박사의 “What is Life?”는 인류는 지구 생명의 연결성을 이해하는 유일한 생명체로서 이 행성에 책임감을 가지고 지구 생명을 배려하고 돌보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 생명을 이해해야 한다는 글로 마무리 됩니다. 과연 인류는 지금까지 이런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하였는가를 반문 해보면 코비드-19 창궐 이후 계속 이어지는 변이바이러스의 출현도 같은 맥락이며 전혀 이상하지도 그리고 예측하지 못한 현상은 아니라 하겠습니다. 

 

∷∷∷  다시 상념에서 깨어나 바라본 바다 위로 드리워진 노을도, 평화롭게 이는 잔물결도 모두 하나의 생명인 바다임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공기통을 메고 바다로 스며드는 순간 개별적인 존재이며 하나의 생명체로서 일부분이라는 느낌은 착각일 뿐 우리가 생명이고 바다 그 자체라 하겠습니다. 이런 바다 역시 하나의 생명인 지구이기도 합니다.

이런 가운데 지구상 전 인류에 비해 눈에 보이지도 않고, 그 수는 헤아릴 수 도 없으며 게다가 무게로 따지면 300배나 무거운 바이러스와 마뜩잖은 표현으로, 전쟁을 선포하고 백신과 치료제에만 의존하여 싸워 물리치려 한다면 과연 승산이 있을까 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아마도 치열함과 느슨함을 반복하며 장기전으로 갈 여지가 크다고 봅니다. 같은 뿌리로서 집안싸움 같은 형상이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저 역시 앞서 말했듯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낯선 길목에 서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며 가장 인상에 남을 기억은 무엇인지는 다시 떠나봐야 알겠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 이기가 쉬울 것 같습니다. 분명한 것은 거창함보다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과 보람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 일 것입니다. 우리 모두 눈에 보이지 않고 빠른 진화를 거듭하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극복하고 “With Corona” 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백신이나 치료제에 더해 눈에 보이지 않는 지구 생명에 대한 책임감 있는 배려와 보살핌, 그리고 희망이라는 준비물을 꼭 챙겨야 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유지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유기체인 지구에서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서는 생명에 대한 존엄과 멈추지 않는 애정이 필요합니다.  

 

∷∷∷  끝으로 생명이란? 질문에 이해를 돕는 뜻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생물학자이자 진화론의 창시자인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중 정말 장엄한 서사시 같이 읽혀지는 마지막 단락을 옮겨 적는 것으로 2021년 마지막이자 수중세계 199호의 갈무리를 합니다.


처음에는 몇몇 또는 하나의 형태로 숨결이 불어넣어진 생명이, 불변의 중력의 법칙에 따라 이 행성이 회전하는 동안 여러 가지 힘을 통해 그토록 단순한 시작에서부터 가장 아름답고 경이로우며 한계가 없는 형태로 전개되어 왔고 지금도 전개되고 있다는, 생명에 대한 이런 시각에는 장엄함이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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