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12, 199호] 나만의 앵글을 찾아서 15, 제주도 서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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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1/12, 199호] 나만의 앵글을 찾아서 15, 제주도 서귀포
  • 이선명
  • 승인 2021.12.20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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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이선명 - 진정한, 그리고 마음에 드는 인생샷

 

진정한, 그리고 마음에 드는 인생샷

제주에서 지난 주말 오래도록 잊을 수 없는 다이빙을 회고해본다. 보람과 슬픔이 교차하는 색다른 다이빙을 하였다. 


법환리 어촌계의 반대(해녀 작업 수심대로 인해)로 일반 다이버의 입수를 막아오고 있는 해저에 폐어구(자망)가 끝없이 산호 꽃동산에 길게 걸쳐져 있다는 소문을 들은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아무튼 오션케어의 수중 정화 활동의 일환으로 다이빙이 가능하게 되어 자원봉사로 폐 어망 인양작업이 이뤄졌고 나도 참가자등록을 마치고 함께 할 수 있었다. 다만 카메라를 들고 들어가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 주된 목적이었다.

극적으로 찾아내 많은 인양백을 구간별로 나눠 묶어 겨우겨우 물 위로 띄우기 시작하였다. 해는 저물어가고, 마음이 조급해졌지만..... 정말 힘들게 일하는 동료 다이버와 마치 끝이 안 보이는 용이 꿈틀거리며 수면을 향해 서서히 떠오르는 듯한 자망의 모습을 보니 물안경에는 눈물 인지 바닷물인지 뜨거운 액체가 조금씩 고였다. 분명한 것은 눈물이 핑 돌았다.

맨 처음 수면을 향해 떠오르는 그물의 모습은 마치 거대한 괴물의 시신을 장례를 치루기 위해 물위로 올리는 장면 같았다. 썩은 물고기, 통발, 해초, 고기 바구니, 죽은 해면과 산호, 뿔소라, 꽃 닭게, 비닐봉지, 등을 주렁주렁 매달고 올라, 마치 악마의 주검을 가리고 장식하는 수의 같이 보였다. 순간 숭고해지고 폐어망이 인간을 향해 물고기를 잡아내기 위해 자신을 만들고 써먹다가 왜 바다에 버려져, 끝없이 악행을 저지르게 만들더니 이제야 멈추게 하냐고 부르짖는 듯했다. 그리고 악의 굴레를 벗어나 드디어 화장되어 영면에 들게 되었다고 우리들에게 고마워하는것 같았다.

처음부터 전 과정을 사진에 담다 보니 엄숙함마저 들었고 진행요원들의 행동이 정말 천사같이 보였다. 셔터를 누르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더니, 모니터에 뜨는 사진 모두가 어느 사진보다 너무나 마음에 들어 평생 한두 장 건질까 말까 하는 나의 인생샷이라 하겠다.

수중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는 얼마 만인가. 끝내는 배위에 오른 폐그물을 동료가 다시 팔을 걷어붙이고 혼신의 힘을 다해 폐그믈을 걷어 올리고 난 후 허리통증과 그물에 걸린 고기 시신의 악취로 여러 차례 토하면서까지 끝까지 해냄은 진정한 영웅이자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탄생한 수중사진 입상자와 더불어 또 다른 챔피언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길게 이어진 수면 위 인양백 때문에 항로를 조금 돌아다니게 되었다고 불만 어린 푸념을 했다는 어선 선장의 말을 뒤늦게 전해 듣고 이내 씁쓸했다. 당신들이 버린 폐어구를 우리가 건져냈으니 앞으로 그곳에서의 다이빙을 막지 말라고 주장이라도 펼쳐 보아야 할지 심히 고민된다. 위로와 격려를 함께 나눌 수 있었던 잊을 수 없는 나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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