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12, 199호] 『삶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든』작가 김선영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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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1/12, 199호] 『삶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든』작가 김선영 인터뷰
  • 수중세계
  • 승인 2022.01.06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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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행 _ 박주연, 자료제공 _ 정신세계사

 김선영. <수중세계>의 독자라면, 그녀의 연재를 무심히 지나칠리가 없을 것이다. 그리스와 이집트 등등 그 먼 곳에서부터 우리 독자들에게 전해주었던 그녀의 프리다이빙 이야기들은 편집부 내에서도 기대감 가득 안고 마감 원고를 기다리는 글이기도 하다. 2018년 9/10월호에서 “제10회 버티칼블루와 함께 한 바다여행”을 시작으로 매호 프리다이빙 꼭지를 빠짐없이 연재하고 있는 그녀가 우리에게 보낸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단행본 책을 기획하고 있다는 소식은 코로나 팬데믹이 닥쳐오긴 전에 전해들은 소식이었다. 드디어 2021년 11월 24일. 그녀의 책이 초판 인쇄를 마치고 세상에 선보이게 되었다. 


책의 출간 즈음하여, 다큐멘터리 기획을 위해 미국 뉴욕에 체류 중이라는 그녀가 한국에 오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그녀의 책 제목 『삶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든』처럼 삶이 그녀를 한국 땅으로 데려준 것이다. <수중세계> 독자들을 대신해서, 이제 막 인쇄를 마친 그녀의 따끈한 책의 마중물이 되어 작가의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안녕하세요. 우선 작가님 자신을 소개해 주세요.

이집트 다합에 있는<비앙카 요가 센터> 요가 강사이자 프리다이버이고요. 노래 부르기를 좋아해 성악을 전공하고 7년 동안 고등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쳤어요. 2013년 물에 대한 공포심을 극복하기 위해 홍해에서 프리다이빙을 처음 배웠고, 2년 뒤 프리다이빙 강사가 되었어요.

 
2016년 프리다이빙 대회에서 사고로 생을 넘나드는 경험과 거듭된 상실, 실연으로 인해 내맡기는 삶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서 조용히 생을 마감할 각오와 ‘후회 없이 죽기’라는 생각만으로 버킷리스트를 따라 세계 여행을 시작했는데, 어느 날 한국 신기록을 17회 갱신한 프리다이빙 챔피언이되어 있었답니다. 


계속 따라다니던 사고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몸부림으로 인도, 인도네시아, 네팔, 이집트에서 요가와 명상을 수련 했어요. 내맡기는 삶과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얼마나 많은지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어 EBS <세계 테마 기행> 큐레이터로 참여했고, 3년 째 이곳 <수중세계>에 전문칼럼을 연재하고 있답니다.

요즘 관심은 프리다이빙, 요가, 명상 그리고 글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그들만의 행복한 삶을 찾기 위해 내맡길 용기를 갖도록 더 많이 나누는 것이에요.

 

<수중세계>의 찐독자라면, 작가님의 연재를 사랑할 것입니다. 그런 저희 독자들이 김선영 작가님의 책 출간 소식을 들으면 반가워할 텐데요, 독자들에게 이번 책 『삶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든』을 간단하게 소개해 주신다면요.
● 프리다이빙 교본이나 관련 실용서를 내보자는 제의를 다른 곳에서 받긴 했지만 이런 책들을 나보다 잘 쓸 수 있 는 사람이 천지에 널렸음을 알고 있었어요. 저는 단지 자연과 프리다이빙, 요가, 명상을 통해 치유된 정신세계를 공유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정신세계만을 전문으로 다루 는 ‘정신세계사’ 출판사에서 이 책을 세상에 내놓게 된 일은 정말이지 가문의 영광인 일이랍니다. 

 

물론 저희 잡지에 기고해주신 글도 마찬가지지만,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쓴 과정, 무엇보다 쓴 글을 다시 다듬고 고쳐서 한 권의 완전한 책을 만들어낸 과정들이 길고 힘들었을 텐데, 책을 낸 과정을 자세하게 들려주 실 수 있나요?  

● 저에게 이 과정은 정신세계사 이현율 편집자님과 함께 한 가상 여행 같았어요. 마음 맞는 영혼과 함께 여행한 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이었다는 걸 알았지요. 막혀있을 때, 어떤 ‘뚫어뻥’을 써야하는지 알려주시고, 주저앉으려 할 때, 무슨 생각을 하면 제가 다시 벌떡 일어설 수 있는지를 알려주셨거든요. 

하루는 목차를 정하고, 샘플 원고를 3-4개를 작성해서 편집자님의 피드백을 받기로 했어요.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부족하다는 피드백이 돌아왔죠. 집중이 되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야 하는데 말이지요. 그래서 제 책이 만들어가야 하는 것은 한 사람의 서사를 가지고 있는 에세이를 만들기 위한 전체적인 흐름으로 잡았죠. 그래서 편집자님은 은유 작가의  『글쓰기 최전선』,  『쓰기의 말들』 같은 글쓰기 관련 책을 추천해 주며 1-2주간 글쓰기 휴식기를 가지며 읽어보라고 권했어요. 또 여성 작가가 자신의 삶을 어떻게 글로 풀어내는지 배울 수 있도록 이슬아의 『부지런한 사랑』 같은 재미있는 에세이 책읽기 시간을 추천해 주셨어요. 『아무튼, 술』 같이 글맛이 엄청난 책을 쓸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박완서 작가님의 책처럼 코끝이 시큰해지기도 하고 그 사소한 일상 한 컷에 그토록 투명하게 자신을 성찰하고 바라볼 수 있는 글을 쓸 수도 있다는 영감도 받았죠. 수필집을 읽는 시간은 저를 작가로서 한 단계 성장시켰죠.

레이먼드 챈들러가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에서 “일정한 시간을 두고 글쓰기 외에는 하지 말라. 꼭 글을 써야 할 필요는 없다. 내키지 않으면 굳이 애쓰지도 말아야 한다. 그저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거나 물구나무를 서거나 바닥에서 뒹굴어도 좋다. 다만 바람직하다 싶은 다른 어떤 일도 하면 안 된다. 글을 읽거나 편지를 쓰거나, 잡지를 훑어보거나, 수표를 쓰는 것도 안 된다. 글을 쓰거나 아니면 아무 일도 하지 말 것… 나머지는 저절로 따라오기 마련이다.” 라고 했어요. 점점 엉덩이 힘, 실패의 힘으로 글을 쓴다는 생각이 시작되었어요.

그래서 저도 한동안은 다합에서 새벽 4시 30분이 되면, 1시간 타이머를 맞추고, 별과 달, 여명 배경에 차 한 잔을 세팅하고 무조건 홍해를 바라보고 옥탑 마당에 있는 긴 나무 테이블 의자에 엉덩이를 꾸준히 붙여 보았죠. 그렇게 내 안에 있던 김작가가 스멀스멀 고개를 내밀고 나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하게 되었죠.

출판사와 이 책을 쓰자는 이야기를 나눈 시기는 2019년 여름이었어요. 첫 문장을 쓰는데 딱 6개월 걸렸고, 원고를 완성하기까지 또 6개월이 걸렸지요. 때로는 인터넷을 끊고 명상을 하며 혼자 조용히 내면으로 들어가는 시간을 즐기며 글 쓰는 재미에 빠져 들기도 하며 드디어 원고에 마침표를 찍었답니다. 다른 사람의 자서전 에세이를 읽고 나면, 온통 자기 자랑이나 금수저의 성공담을 읽은 것처럼 씁쓸함만 남기도 했던 기억이 있어 개인적인 이야기는 최대한 배제하고 프리다이빙과 명상을 통해 배운 교훈을 중심으로 썼지요.


그렇게 다 끝난 줄만 알았던 책 쓰기 작업이 1년째 되던 날, 화상 회의에서 담당 편집자는 의외의 이야기를 꺼냈어요.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여행 경로는 어떤 기준으로 정했나요?” 등 모두 김선영이라는 사람에 대한 질문들이었어요. 두 시간 가량의 인터뷰에서, 저는 실제로 만나본 적도 없는 스크린 속 편집자에게 너무 마음이 아파서 직장을 버리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그때의 심정을 진솔하게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제 이야기를 다 들은 편집자는 지금처럼 이야기하듯 제가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써보라고 말했어요. 그때 알았지요. 제가 진짜 쓰고 싶었던건 프리다이버로서, 요기로서 살게 된 내맡김의 과정을 담은 저의 이야기였다는 걸. 편집자는 제가 왜 책을 쓰고 싶어 했는지, 어떻게 쓰는 건지 가슴으로 알려주고 있었어요. 그렇게 우리는 새로운 출발을 결의했어요. 
진심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기로.

그렇게 2021년 여름까지 저는 다시 1년간 타임머신을 타고 저의 인생을 돌아보는 여행을 시작했어요. 아팠고, 떠났고, 아물었고, 새싹이 움텄고, 꽃이 폈고, 다시 그 행복 씨앗을 나누고 싶은 과정을 돌아본 시간은 또 다른 치유 과정이었고, 또 다른 명상 시간이었어요. 
이 과정을 솔직하게 적은 이 에세이를 통해 프리다이빙, 요가, 명상을 배우며 내맡기는 삶을 실천했던 용기를 나누고 싶어요. 저처럼 힘들었던 시기에 놓인 이가 있다면, 단 한 명일지라도 이 책이 위안과 용기를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구상에 이런 인생을 살고 있는 이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서요.

 

● 책의 표지. 7개의 해시태그가 제목 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주제들이 지붕을 만들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이 해시태그 돔을 따라 인터뷰의 내용도 같이 진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직서 _ 가슴에 사직서를 품고 있는 알 수 없는 얼굴의 모든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요.

 “선영씨, 인생 한 번입니다.”라고 말씀해주신, 강현진 사부님의 말씀이 생각나네요. 사직서를 품고 고민하던 시절, 학교 교무실에서 카톡 인생 상담 요청을 했더랬죠. 그 때 그분의 이 한 마디가 가슴에 확 와 닿아서 교장실로 직행했습니다. “여러분, 인생 한 번입니다. 후회 없이 사세요.”

 

#프리다이빙 _ 이 단어는 <수중세계> 와의 인연을 맺게 해준 중요한 매개입니다. 책의 시작에서부터 끝에 이르기 까지 프리다이빙은 여러 형태로 설명되기도 하는데요, 두려움이 되기도, 기쁨, 목표, 감사함 등등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말이죠. 마치 작가님 곁에서 살아있는 사람처럼 등장한다고 느껴졌습니다. 지독하게 잊지 못하는 첫사랑 혹은 내 속을 쥐락펴락하는 얄미운 애인처럼 말이죠. 이런 프리다이빙에 대해, 몇 말씀해 주신다면요.        

● 질문 속에 이미 저의 대답이 다 들어가 있네요.^^ 저의 책에서 프리다이빙에 대한 내용을 잘 요약해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프리다이빙은 저의 삶이 되었지만, 그 삶을 도구로 이용해 행복해지는 수단으로 잘 활용하려 합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프리다이빙의 참 의미대로 ‘프리한’ 다이빙을 하며 자연과 합일되는 순간을 누리며 해방감, 자유를 느끼고 싶어요.


#여행 _ 저희 편집부에서 마감일을 알리는 연락을 드릴 때마다 세계 여러 다양한 곳에서 답신을 주셨습니다. 제가 울릉도에 취재를 갔을 때, 그 며칠 전에 다녀가셨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정말 신출귀몰을 하는게 아닌가 하고 놀란 적도 있습니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세계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과는 달리, 방향성 있는 루트나 정해진 계획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다른 방식의 여행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아직 여행 중에 있다고 생각하나요? '그렇다' 혹은 '아니다‘라도 ‘여행’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나요? 

 ● 여행이요? 듣기만 해도 설레는 단어였는데요, 이제는 삶 자체가 여행인 것 같아요. 삶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든 내맡기는 여행인거죠. 너무 뜬구름 잡는 이야기 같긴 합니다.

사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전 늘 떠날 준비를 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여권, 비자 체크라던가, 틈틈이 정보 수집이라던가, 가진 물건에 점점 집착을 버리고, 미니멀리즘 삶도 연습해보고. 그래서 어떻게 보면 굉장히 오랫동안 준비된 사람이었다고 할 수도 있죠. 그러다가 이거다 싶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가고 보니, 또 어떻게 보면 즉흥적으로 떠도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고요.

여행 4년차 되던 때, 정착하고 싶어졌고, 다합에 닻을 내렸죠. 당분간은 어떤 곳도 나의 마음을 훔쳐갈 수 없을거라 생각했죠. 그리고 2년이 흘렀어요. 1년 중 반은 다합에 정착, 반은 인도에서 요가 수련과 한국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살고 싶었는데, COVID19도 잠잠해 지면서, 서 서히 꿈꾸던 여행적인 삶이 실현되고 있는 듯합니다.

 
#요가 _ 사실 프리다이빙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것이 요가와 명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앙카 프리다이빙 센터>가 아닌 <비앙카 요가 센터>라는 타이틀이 작가님의 삶에서 먼저 공식화 되었습니다. 이분화해서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고는 하지만, 요가 센터가 우선이 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첫 번째,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지 않고 아껴 두려 했어요. 업으로 삼아 자꾸 바다에 가다보면 바다가 전쟁터로 전략해버리진 않을까 염려도 되었고요. 4년간 바다를 떠도는 동안 여러 프리다이빙 센터의 ‘사장님 프리다이버’ 의 삶을 엿볼 수 있었는데, 대부분 최대한 물에 안 들어가려고 하더라구요. 안타까웠죠. 다들 좋아서 시작했을 텐데 말이지요.

두 번째, 다합에 뿌리내리고 살려고 처음 도착했을 때, 동네 분위기를 먼저 살폈어요. 전 토박이들과 평화롭게 지내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저의 거의 모든 지인은 프리다이빙 강사더라고요. 한국에서 프리다이빙 강사끼리 서로 밥그릇 싸움을 하다가 스승과 제자, 형과 동생 사이가 틀어진 경우를 많이 봐 온 터라 함부로 프리다이빙 센터를 시작하면 안 되겠다 싶었지요. 고민하던 중, 다합에 프리다이빙을 배우러 오는 한국인이 점점 많아지는데, 한국인 요가 선생님이 없어서 저에게 요가를 가르치면 프리다이버들에게 좋을 거라고 강현진 사부님이 조언해 주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비앙카 요가 센터의 프로그램은 다합의 프리다이버들에게 가뭄의 단비같은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거의 모든 다합의 한국 프리다이빙 강사들을 저의 요가 수업에서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명상 _ 명상은 쉽지 않은 행위임에 분명합니다. 여러 번 시도해 보았지만, 저는 아직 제 안의 원숭이도 두더지도 잡지 못하고 있답니다. 쉽게 일상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명상의 방법, 즉 초보 명상, 혹은 명상 1단계 정도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 정신세계사에서 나온  『1분 명상법』이란 책이 있어요. 바쁜 일상에서 1분이라도 눈을 감고 앉아, 잠시 쉬어가는 여유를 챙기는 것도 쉽게 일상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명상의 방법일 것 같아요. 그러다 서서히 2분, 3분, 4분 이렇게 늘려갈 수도 있겠죠? 또는 일상 중 잠시 5분 동안 눈을 감고 그냥 나에게 행복했던 순간, 내가 사랑하는 사람, 강아지, 취미 등을 떠올려 보기만 하는 것도 쉽게 일상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명상 1단계라고 생각해요.

 

#치유 _ 이 책은 작가의 삶 중, 진하고 중요한 부분을 독자와 공유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특히 치유의 방법과 과정이 책의 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어, 책을 읽다보면 작가님 치유의 과정 속에 함께 하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치유가 필요한 분들에게 꼭 읽었으면 하는 부분에 책갈피를 꽂아 주신다면요.

● 3부 상승 중 “무상함을 배우다” 에서 이 부분에 책갈피를 꽂아 드리고 싶어요. 내면에서 깨달음이 일어난 경이로운 순간이었는데, 사실 전혀 특별한 사건 중 일어난 게 아니라 글로 써내기가 쉽진 않았지만요. 그래서 얼만큼 다가오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치유가 필요한 분들에게 아래와 같이 일상을 달리 볼 수 있는 순간이 일어나길 바라 봅니다. 


“첫날 빗소리를 들으며 걸었던 ‘생각의 길’에 피어 있는 억새 풀밭 위로 밤새 하얀 눈이 다소곳이 내려앉아 새벽달에 빛나던 마지막 날 새벽이었다. 아침 명상을 마치고 나오자, 몸을 꽁꽁 얼렸던 새벽 추위는 사라지고 따뜻한 봄 햇살이 들판 가득 채워진 서리들을 녹여내고 있었다. 분명 같은 장소인데도 풍경은 계속 변하고 있었다. 마음을 째고 도려내는 고통스런 수술이 진행되는 병원이 오늘은 평화로운 낙원으로 다가왔다. 아니짜. 이것이 그동안 고엔카 선생님이 가르 쳐주려던 무상함이었구나 싶었다. 

 

사랑을 나누며 살기에도 모자란 이 생을 원망하던 어리석었던 모습은 어디 가고 눈에 비친 모든 존재가 고귀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늘 무엇인가 갈구하던 마음은 무엇을나누며 남은 인생을 살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명상 코스 동안 나의 미래 인생 설계의 답을 찾고자 했으나, 무상함을 자연스레 깨달아가니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삶이 나를 데려가는 대로 내맡기면 되는 것이었다. 무엇을 찾고 갈구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라 는 에크하르트 톨레의 책 제목처럼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고 감사히 여기며 사는 것이 내가 찾던 행복의 답이었다." 


『삶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든』 p.138-139

 

#내맡김 _ 책의 결말에 다다랐습니다. 책의 제목과도 상통하는 해시태그입니다. 또한 프리다이빙, 요가, 명상과도 그 맥이 닿아 있지요. 삶의 순간순간마다 에고를 버리고 내맡김이 어려운 저와 독자들 모두에게 용기의 말을 전해주세요.

● 우주에서 모두 계획하고 각자가 할 수 있는 임무를 주고 이 지구에 우리를 보내줌을 자주 확인하곤 합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남들에게 내가 잘나 보이나?’가 아닌,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즐기며 내맡기세요.


 책의 해시태그를 모두 따라가 보았습니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 특별히 더 나눌 몇 가지 질문을 준비했습니다.

바다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는 현실을 걱정하며 자발적으로 ‘비치 클리닝 데이’ 행사를 여는 프리다이버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작가님은 프리다이빙을 하면서 기후변화와 미세 플라스틱 등 바다가 앓고 있는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들을 몸으로 직접 겪을 일이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프리다이버로서 해양 오염의 실태에 관해 사람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이야기가 있을까요? 그리고 해양 오염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실천들도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 “나 오늘 가오리 봤어.”, “ 영상 있어? 없으면 그건 검은 봉다리야.” 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어요.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할 때나, 프리다이빙 부이를 잡고 떠 있다 보면 둥둥 떠다니는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컵을 수없이 많이 보게 되요. 


플라스틱은 쉽게 썩어 없어지지 않고, 닳고 닳아도 아주 작은 조각의 형태인 미세 플라스틱으로 자연에 남아있어서 매우 심각한데요. 이 미세 플라스틱이 해양에 서식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으로 지구상의 산소 중 약 10%를 공급한 다고 알려져 있는 프로클로로코커스의 성장과 광합성, 산소 생성 등 전 과정을 방해한다고 해요. 미세 플라스틱 입자들이 북극의 눈과 얼음 위에 쌓여 햇빛 반사를 감소시키고, 이 때문에 빙하가 더 빨리 녹게 되고요. 빙하가 녹으면 태양 에너지는 반사되지 못하고 대신 해수를 가열해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 시키는 결과를 가져오죠. 또 얼음이 녹으면서 해수의 농도가 달라지면 해류의 순환도 방해받게 되고요. 이 뿐 만이 아니라, 미세 플라스틱의 심각성에 대해 미국 환경보호협회의 설명에 따르면, 대기에 떠다니는 여러 입자 중 지름 10㎛ 이하인 미세 입자는 코와 목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 내부까지 침투된다고 해요. 이렇게 흡수된 입자는 순환계를 통해 전신에 퍼져 기침, 가래, 재채기 등의 가벼운 증상부터 호흡기 감염, 천식 등을 유발하기도 하고요.

 
해양 오염을 막기 위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으로, 장바구니 휴대 습관, 음료 주문 전, ” 빨대는 필요 없어요.”라고 외치기, 다이빙 중 보이는 쓰레기 주워 나오기, 교육생들과 바다에서 쓰레기 주워 나오는 실천으로 바다를 지켜준다는 사명감 심어주기, 쓰레기 담을 망탱이 준비해 스노쿨링하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해양 세계에 대한 이해와 존중하는 마음이 자리 잡혀야 하겠지요.

 

작가님은 프리다이버이자, 동시에 스쿠버다이버이기도 합니다. 스쿠버다이빙이 책에 드물게 등장하기는 합니다. 저만의 기분 탓이기도 하지만 스쿠버다이빙이 비교당하며 평가절하 되는 신세로 느껴졌답니다. 그래도 작가님이 느끼는 스쿠버 다이빙의 매력 하나 정도 따로 얘기해 주세요. 
● 하하하, 그렇게 느껴지셨다면 사과드려요.^^ 저의 김상준 스쿠버 샘께서 한 겨울에 한국 바다 금강산(강원도 고성의 수중 포인트 이름)을 구경시켜주신 적이 있어요. 프리다이빙으로는 한 겨울에 그 많은 봉우리 못 보겠죠. 기가 막혔답니다. 그리고 팔라우에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만타가오리가 오기를 기다린 적이 있었어요. 겸손한 자세로 기다리다 우아하게 등장하는 만타가오리를 만나 숭배 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어요. 프리다이빙으로는 그렇게 오랫동안 바닥에서 그들의 화려한 춤사위를 볼 수 없답니다.

 

 

 

이번 책에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함께 언급되는 영화와 책이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영화 <그랑 블루>라던가, 『블루마인드』와 같은 책 등 말이지요. 이 책에 등장하는 제목들 외에 세상의 요기나 프리다이 버들이 함께 읽고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영화, 책 혹은 음악 리스트가 있으면 몇 가지 소개해 주세요.

 

MOVIES
프리다이버를 위한 영화로는 <돌핀맨>과 <오션맨>을 추천 합니다. 자크 마욜의 실제 생활을 보며 바다와의 교감을 느낄 수 있었어요.


요기를 위한 영화로는 <쿠마레_Kumare, 가짜 선지자의 진짜 이야기>, <천상의 예언_The Celestine Prophecy>,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MUSIC
데바 프레말 Dema premal과 스나탐 카우르 Snatam Kaur 는 치유의 목소리를 가진 유명한 가수들에요. 명상적이고 영적인 음악을 다루어 듣기만 해도 마음이 치유되는 것 같아요. 


『삶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든』과 함께 들으면 좋은 추천곡으로 이승윤의 “달이 참 예쁘다고”를 이현율 편집자님이 소개해 주셨답니다. 원고를 다 쓴 후, 신내림을 받는 동안(책 제목을 고민하던 시기에) 편집자님과 무한 반복해 들으며 마치 저의 책을 청각화시켜 우주 여행 기분을 느끼며 들었던 곡입니다. 

 

BOOKS
에크하르트 톨레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는 처음에 읽으면 한글판이건 영문판이건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현상을 경험 합니다. 그러나 수련을 해나가며 읽으면 읽을수록 에고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해주고, 궁금증을 많이 해결해 주어 가슴을 뻥 뚫리게 해준 책이었어요.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빅매직』은 창의적인 일을 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큰 용기와 작은 실천팁을 주는 책으로 책쓰 기에 도움도 많이 받았답니다.


마이클 A. 싱어 『될일은 된다』는 제 삶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 격하게 공감하며 읽었던 책입니다. 

 

프리다이빙이든, 요가든, 작가님의 워크숍에 참가하려면 <비앙카 요가 센터>로 방문하면 될까요? 길을 떠나려는 사람들이나 바다에서 프리폴을 꿈꾸는 사람들이 작가님과 직접 소통하고 싶다면 어떠한 방법이 있는지 알려주세요.
● 저도 제 삶이 어디로 흘러갈지 몰라서요. 연락주세요. 함께 흘러갈 인연이라면 맞추어 함께 흘러가게 될테니까요. instagram bianca_sun_young_kim


책에 미래의 생계를 위해서 준비하고 도전했던 물고기 잡기 프로젝트는 아쉽게도 “다시는 하지 않으리라.”는 다짐으로 끝맺어졌습니다. 읽으며 웃음이 빵 터졌던 부분 중에 하나인데요, 그렇다면 앞으로 김선영 작가 삶의 생계와 미래는 어디로 데려가질지 살짝 공유해 주실 얘기가 있을까요. 
● 네. 저도 참 아쉬운 부분입니다. 다시는 물고기 안 잡기로 다짐했으니, 요가 가르치고, 힐링 캠프(Retreat)열고, 음악 가르치고, 글쓰고, 프리다이빙 가르치고, 바다 지키며 살지 않을까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바다.” 이렇게 단어만 말해도 설레고 떨리는 그 바다. 그 바다에게 전할 말, 그리고 그 바다 앞, 바다 속에 서성이고 머물고 숨쉬는 바다사람들에게 마지막 전할 말을 남겨주세요. 
● 외롭거나 가슴이 답답할 때는 바다에서 수영을 했었죠. 아니면 바다 옆에서 뛰었죠. 그것도 못하면 앉아서 마냥 바다를 바라보기라도 했었죠. 어제는 친구였고, 그저께는 엄마였고, 그끄저께는 연인이었던 바다. 바다님아, 늘 그 곳에 있어주어, 고맙소.
우리 모두 바다를 아끼고 사랑해줍시다. 


● 인터뷰를 마치고 짐의 전부라며 커다란 백팩 하나를 다시 메고 그녀는 일어섰다. 한국에서의 일정도 온전히 내맡기며 움직이고 있다며, 겨우 일주일인 한국에서의 시간속에 서울, 광주, 제주, 다시 동해바다로 공간 이동을 하는 중이었다. 삶이 데려다 주는 곳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그녀와의 짧지만 유쾌한 만남을 뒤로 하였다. 이제 김선영은 옆구리에 끼고 있는 이 책에서 생각이 떠오르는 밤마다 만날 수 있을 테니, 이곳에 남은 그녀의 빈자리는 허전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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