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현세대의 인류는 수많은 정보와 사건사고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가 하면 소셜 미디어를 통해 거의 제한 없이 소통하고 있습니다. 전화가 되는 컴퓨터인 스마트폰이 우리에게 미치고 있는 파급효과는 단순하게 보아도 어지간한 종교를 뛰어넘는 것 같습니다. 인종이나 국가, 이념에 관계 없이 잠시라도 손에서 멀어지면 불안해하거나 쉬운 일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항상 곁에 두고 들여다보아야만 하는 물건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혹자는 스티브 잡스를 신적 존재로 표현 하면서 신이었던 상태에서 죽은 몇 안 되는 현존하는 인간 중 한명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잡스교가 만든 스마트폰에 의지하며 뒤떨어지지 않게 살아본답시고 “당신을 믿사옵니다!”를 자주 외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때론 거짓정보와 편가르기에 막말까지 난무해도 더욱더 의존하고 줏대 약하게 남들 따라 하기에 매달리기도 합니다. 편리함은 물론 경이롭기까지 한 혜택은 이루 말 할 수 없지만, 독인지 득인지 잠시라도 집을 나서려면 무엇보다 가장 먼저 챙기고 곁에 없으면 불안함에 어쩔 줄 모릅니다. 서서히 치유가 힘든 병적인 행동이 깊어집니다. 요즘에는 식당에서 밥이라도 사먹거나 특히 해외로 여행을 떠나려하면 스마트폰 없이는 차라리 포기해 버리는게 속이 편할 겁니다.
기독교만 해도 수세기 동안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라” 는 말 씀을 토대로 전 세계를 향해 포교를 펼치고 있으며 그 땅 끝이라 하는 북한 선교에 마지막 혼신의 힘을 쏟고 있기도 합니다. 종교인들이 보기에 억지같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스마트폰은 짧은 시간에 전 세계인의 손에 쥐어지기 시작하여 점점 많은 일에 의지하며 살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 안에는 어떠한 경계나 장막이 없으며 세상 돌아가는 수많은 이야기와 지식을 쉽게 꺼내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종교의 경전을 다운받고 예배도 볼 수 있으며 설교는 물론 현인이나 석학들의 강의도 들을 수 있습니다.
한손에 쥐고 다닐 수 있는 지능형단말기의 기능이 이정도인데 앞으로 도래할 AI robot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지금까지 책을 쓰고 잡지를 발행하는 일이 과연 후대에 어떻게 평가되고 남겨질까에 대한 생각을 갖게 만듭니다. 분명한 점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세상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은 미래는 인간 본연의 감성을 되찾고 자연친화적인 세상 다시 말해 digilog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며 수중세계도 더디지만 이렇게 진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세상에서의 인류는 어디에 알고자 하는 지식이나 이야기가 담겨져 있음을 알고 있지만 한번 꺼내본 내용은 애써 기억 속에 담아두려 하지 않습니다. 언제든지 다시 호출할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아날로그의 성격이 강한 종이책이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 보다는 손으로 만질 수 있고 현존하기에 존재의 이유를 지키고 있다고 봅니다.
∷∷∷ 1984년 창간 후 지금까지 써지고 기록된 내용을 간추 려보려고 서고에 쌓여있는 수중세계를 살피니 제키보다 많이 넘어섬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여러 권의 도감이나 학생들을 위한 전집까지 따지면 세워놓지 않고 그 폭만 보아도 상당했습니다. 어디서 읽었는지는 모르지만 글쓰는 것을 직업으로 여기는 사람이 평생 자기키만큼 두께의 저서를 남길 수 있기가 매우 어렵다는 내용이 어렴풋이 기억납니다. 그만큼 이룩하기 힘들다는 뜻으로 이해했으며 극히 일부만이 그 꿈을 이루는 그야말로 저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라 생각 했습니다. 쓰는 것을 넘어 그 정도의 책을 읽으려 해도 1년에 10권씩 꼬박 10년은 걸리겠다는 추측을 하게 되더군요.
문학이나 과학 같은 창작물이 아닌 역사는 여실히 기록이 남아있거나 기록되어질 때 참된 역사가 되며 그리고 지우고 싶거나 잊혔으면 하는 흑역사도 있는 그대로 남겨야 후대에 그 가치를 논할 수 있다 하겠습니다. 어느 분야이든 솔직함과 정의로움을 바탕으로, 믿을만한 자료나 증거가 뒷받침돼야만 합니다. 그리고 이런 기록은 역사학자들의 전유물이어서도 안 되고 선조들이나 선배들의 업적과 발자취를 회고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좀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고 실천해 나가는데 보탬이 되는 훌륭한 자료로서의 기능도 염두에 둬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수중세계를 발간해오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하여 애써 실천에 옮기려고 노력한 일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매우 신중하고 엄하게 스스로를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말과 행동, 그리고 글에 까지 제대로 반영시키는 책임은 져야 하지만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라 하겠습니다.
수중세계 창간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나선다는 모험의 시작이었습니다. 혼자서는 결코 이룰 수 없었던 키를 넘는 분량과 '200'이라는 숫자는 함께해준 수많은 집필진의 수고가 튼튼한 뼈가 되어주었고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준 애독자들 의 동행으로 이룬 꿈이기에 온전히 여러분의 것입니다. 이어령 교수의 죽음을 앞둔 마지막 인터뷰에서 죽음은 경험도, 그 뒤의 세계도 알 수 없지만 돌아가셨다는 우리말의 표현같이 탄생의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는 아름다운 일이라 했습니다. 수중세계도 매호마다 탄생과 마무리의 연속이었으며 그 과정은 바다가 전해준 설렘으로 가득한 선물이라 생각하고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 따라서 37년 전 탄생의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 그간에 다뤄진 수중세계의 많은 이야기를 간추려 꺼내보는 조금은 독 특한 발간사로 기념해보고자 합니다. 전혀 알지 못했던, 그리고 잠시 잊었던 기억을 되살아나게 만드는 선물의 포장을 하 나하나 벗겨보는 마음으로 뒤에 이어지는 내용을 끝까지 읽어 주기 바랍니다.
독자여러분께 발행인 이선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