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1/02, 200호] 나만의 앵글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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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1/02, 200호] 나만의 앵글을 찾아서
  • 수중세계
  • 승인 2022.03.2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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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의 사진, 두개의 이야기

한동안 수중생물들이 연출하는 하트모양을 포착해 사진에 담아보려고 열심히 노력하였지만 그렇지 못했다. 수중사진 하나만 보아도 분에 넘치게 받기만 해왔을 정도로 행운이 많이 따라줬기에 아쉬움을 넘어 은근히 화가 치밀었다. 머릿속에는 이런 장면만 건지면 여러 용도로 쓰며 자랑하겠다는 욕심이 가득 하였기에 찍을 수 없었을 것이다.

요즘같이 어려운 시절이 길어지다 보니 수중세계에 들어갈 때마다 변함없이 따듯하게 보듬어주고 자유롭게 살아 숨 쉬게 해주는 그 순간순간 모두가 사랑이고 감사할 일임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바다와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도 당연 함에서 감사함으로 생각이 바뀌어 기쁜 마음으로 누른 셔터의 결과물에 예상치 않은 사랑의 하트가 심심치 않게 잡히곤 한다. 예전같이 갈구하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최근에는 인류는 물론 지구환경이 살아남으려면 심장보다는 허파라 할 수 있는 해조류를 비롯한 숲이 우선 살아나야 한다는 계시인지 폐를 상징하는 거꾸로 하트가 사진에 잡혔다. 아마도 여러분께 바다가 보내는 메시지를 담은 새해 맞이 연하장으로 쓰라 점지해준 것 같아 덕담의 글로 작성하여 그렇게 하였다.

이 사진의 배경은 둥그렇게 군집을 이루고 있는 고등어 떼를 한 마리 청새치가 가르고 지나가 일시적으로 둥근 대열이 잠시 흩어진 순간이 카메라 앵글에 잡혔다. 청새치가 위쪽을 지나갔으면 정상적인 하트가 되었을 텐데라는 생각도 있었고 사진을 뒤집어 볼까도 생각했지만 있는 그대로 저장하였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거꾸로 하트도 사랑을 의미하나 하고 찾아보니 엉덩이라는 말도 있고……. 좀 더 찾아보니 허파라는 의미로 어떤 단체가 숲을 살리자는 캠페인 에 사용한다는 내용이 있어 무릎을 치며 쾌재를 불렀다.

사진이란 의도대로 찍히지 않았다 해도 제목이나 글로 의미를 부여하면 보는 이로 하여금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사진에 담긴 스토리를 읽게 만들어 줄 수도 있겠다. 한 장의 사진이 바다가 보내는 사랑이나 구원의 메시지로도 읽힐 수 있지만 쫓고 쫓기는,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생생함을 그대로 읽어 내려감이 오히려 솔직담백한 날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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