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원도에 폭설이 내리고 바다가 요동치는 바람에 한동안 찾지 못했던 제주도의 바다를 만나러 갔다. 동해안의 최근 수온은 양양권을 기준으로 5~7도를 가르킨다. 그보다 북쪽인 고성권에서는 최저 3도까지 내려가는 겨울 수온의 절정기를 지나고 있는 터라, 제주를 찾는 좋은 구실이 되었다. 오랜만에 찾았던 제주 서귀포의 수온은 섶섬과 범섬 일대에서 대략 30미터 기준 수온이 18도 정도로 겨울 다이빙을 즐기기에는 쾌적하리만큼 수중의 조건은 좋았다.
섶섬의 작은 한개창 주변의 포인트에는 여전히 수많은 치어들의 쉼터가 되어 바다 한 가득 군락을 이루며 어린 치어들의 망중한이 여유로웠고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산호들은 새삼 흐드러지게 피어나 오랜만에 제주바다를 접하는 감회에 행복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가이드의 세심한 안내에 여러 종의 개오지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였고 유영 중에 만난 이국적인 내음 가득한 회초리 산호에는 귀여운 고비들이 그림처럼 겨울햇살을 만끽하고 있었다. 촬영에 몰두하는 사이, 파인더에서 눈을 떼고 보니 쏠베감펭 두어 마리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코앞에서 필자를 관람이나 하듯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있는 모습에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40여 마리의 뱃피쉬 무리가 여유롭게 떠있던 한낮 수중은 코로나로 답답했던 해외투어의 가증을 일시에 잊게하는 광경이기도 했다. 문섬 한개창의 난파선은 커다란 산호정원으로 수많은 어류들의 쉼터로 할 일을 다하고 있었고 직벽을 따라 예전 가시수지맨드라미 군락을 찾았을 땐 태풍으로 인해 규모가 작아지긴 했으나 예전의 화려했던 기억을 더듬어 보기에 부족함이 없이 여전히 멋진 풍경을 보여 주었다.
범섬에서는 주황색 씬벵이와 회색 관해면을 보금자리 삼아 미동 없이 쉬고 있는 녀석을 만났다. 꽤나 오래전부터 자리를 잡고 있었던 듯 다이버를 보는 눈빛이 별다른 경계 없이 다이버를 맞이하고 덕분에 이쁘장한 녀석을 편안하게 카메라에 담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범섬 기차바위의 다이나믹하고 컬러풀한 산호숲을 빼놓을 수 없기에 두 차례 다이빙을 했다. 노련한 가이드는 물때를 잘 맞춰 입수 시간을 정했기에 편안히 마치 잘 다듬어진 생태공원을 둘러보듯 이곳저곳을 살피며 그 황홀한 꽃밭을 감상해본 듯 하다.
거의 5년 만에 찾아가본 제주의 수중이지만 이전의 기억보다 더 풍요롭고 건강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아 내심 다행스럽고 감사한 일이 아닌가 싶었다. 앞으로도 이 아름다운 수중이 더 양호한 체질을 유지하여 건강함을 잃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을 하는 마음이다.


∷∷∷ 잠시 제주를 둘러보고 다시 삶의 터전인 동해로 돌아오니 아직 육상기온은 옷깃을 여미게 하는 매서운 바람이 바다를 거칠게 하고 있지만 잠시 바람이 멈추어선 동해의 겨울바다를 헤집고 들어가 보았다. 제주 투어 직후인지라 수온 5~6도의 동해바다에 뛰어드는 데에는 약간의 용기가 필요했다. 시야는 겨울동해의 낮은 수온을 잊게 할만큼 아주 맑은 시계를 보여주고 있었고 이제 깊은 곳에서 올라와 산란철의 후반부를 지나 고 있는 동해겨울의 전령사 대왕문어도 만날 수 있었다.
대부분 산란을 위해 낮은 암반지대를 찾는 대왕문어는 그 체중이 30kg 이상의 거대한 몸집이기에 자칫 산란기의 경계심으로 공격성을 띄는 시기에 가깝게 다가서거나 반대로 대왕문어가 다이버의 움직임에 반응하여 접근을 시도하는 경우가 다반사로 일어난다.
그리하여 포인트에 입수하여 다이빙을 즐기는 내내 버디 다이빙을 하여야 하며 주변을 넓게 살펴보면서 혹시 모를 대왕문어의 접근을 사전에 인지하도록 하는 것이 안전 에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 이번 동해다이빙에서도 일행이 5명이였는데 앞선 두명이 암반 쪽에서 사진촬영에 몰두하고 있었는 데 바위 어디에선가 쉬고 있던 30kg급의 대왕문어가 순식간에 허공을 가르며 촬영하고 있던 다이버의 상체로 달려들었다. 순간 일행 전체가 당황스러웠지만 다행스럽게 차분히 대응을 하고 예의주시하면서 그 일촉 즉발의 당황스런 상황을 잘 벗어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문어는 랜턴 불빛이나 다이빙 장비의 반짝임 또는 다이버의 버블 소리에 호기심을 갖기 때문에 문어의 주의를 끌기에 충분한 조건이었다. 이를 숙지하여 아무쪼록 짝다이빙을 철칙처럼 지켜야하며 산란철의 커다란 대왕문어를 목격하게 되면 안전거리를 두고 짧게 관찰하는 것이 바람직하니, 겨울 동해 다이빙에서 잊지 말도록 해야겠다.
이제 대한도 지나고 봄소식이 머지 않았다지만 동해는 4월까지는 차디찬 수온과 함께해야하는 기간이 남아 있다. 충분한 보온으로 생동감 넘치고 비교적 깨끗한 시야를 보여주는 겨울동해의 진면목을 이 겨울이 다가기 전에 추억으로 간직해보길 바란다.
항상 안전하고 즐거운 다이빙이 되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