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전 여름날, 늘 그랬던 것처럼 나의 여행에는 특별한 목적지가 없었듯, 그때의 나는 베트남의 여러 도시를 떠돌고 있었다. 그렇게 우연히 다다른 곳이 나트랑(Nha Trang)이라는 바닷가의 한 도시였다. 이른 아침 그곳에 도착하였고 아무 생각 없이 해변을 걸었다. 마음에 드는 숙소를 찾아 짐을 풀고는 곧장 밖으로 나와 왼손에는 맥주 한 캔, 오른손에는 지도앱을 켠 핸드폰을 쥐고 나트랑의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여기서 뭐하지?’라는 생각을 하며 십 여분을 걷다가 길가에 앉아 있는 한 외국인과 눈이 마주쳤다. 우리는 서로 인사를 건넸고 뭔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에 그 외국인과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너 바다 좋아해? 스쿠버다이빙 뭔지 아니?
응. 바다는 좋아하지만 조금 무섭기도 해.
하지만 내가 도와줄 수 있어. 스쿠버다이빙 배워볼래?

그렇게 얘기를 나누다가 주변을 다시 한 번 둘러보니 내가 앉아있던 곳이 스쿠버다이빙을 가르치는 다이빙숍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 그 외국인은 나에게 바다를 알게 해준 오픈워터 선생님 프레드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바다를 동경하였지만 조금은 무서웠다. 하지만 나는 도전하였고 그렇게 나의 수중세계를 향한 첫 발걸음은 시작되었다.
3박 4일의 일정 동안 나의 모든 에너지를 스쿠버다이빙을 배우는 것에 쏟아 냈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마지막 날이 되었다. 마지막 개방수역 다이빙을 끝낸 후에 보트를 타고 육지로 돌아오며 보트 위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인사를 했다.

저 이제 다이버가 되었어요!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았고 뭔지 모를 뿌듯함이 내 온몸을 감싸 올랐다. 그렇게 나는 다이버가 되었고 조그마한 오픈워터 라이센스 한 장을 꼭 손에 쥐고 동남아의 여러 곳을 떠돌았다. 이전의 나의 여행은 ‘자유’였지만 그 순간부터 나의 여행은 ‘다이빙’이 되었다.
다이버가 된 이후 나는 필리핀, 태국 등을 다니며 여러 곳에서 아름다운 바다 속을 탐험하였다. 조금 더 멋진 곳을 보기 위해 그리고 조금 더 안전하게 다이빙을 하기 위해 계속하여 배움을 이어 나갔다. 오픈워터, 어드밴스, 레스큐 다이버 등. 그때부터 나에게 ‘배움’이라는 것은 아름다운 수중세계에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함이었고 또한 멈추지 않고 계속 도전하여 더 안전한 다이빙을 하기 위함이었다.

많은 곳을 여행하였고 말로 감히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바다 속 풍경을 마음속에 담아 나갔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바닷속 세상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졌다. 그렇게 스쿠버다이빙 강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하였고 그때 대한잠수협회 이민호 트레이너를 알게 되었다. 이런 분이라면 내가 존경하고 따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를 더 좋은 곳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나는 이민호 트레이너와의 인연을 이어나가며 계속해서 배움의 길을 걷고 있다.

∷∷∷ 다이빙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계속하여 쌓여 가는 경험들이 나를 그냥 이끌어 가는 것뿐이다. 그래서 더 많이 배우고 싶었고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었다. 이번 사이드마운트 강사과정 또한 그런 이유에서 시작하였다. 다양한 장비들을 다루어보고 다양한 경험들을 쌓아 나가며, 여러 사람들과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통하여 나만의 스쿠버다이빙 색깔을 만들어 가고 싶었다.

사이드 마운트 다이빙은 수중동굴을 탐험하기 위해 고안되었으며 진입하기 어려운 구간을 통과하기 위해 시작하였고 여러 가지 스타일로 발전하였다고 한다. 사이드 마운트를 배운다고 했을 때 주변 누군가는 나에게 “사이드 마운트를 어디다 쓰게? 우리나라에서는 맞지 않아.” 라고 말하였다. 하지만 과정이 진행될수록 나는 다른 장비들을 잠시
내려두고 사이드 마운트로 많은 곳을 여행하고 싶어졌다. 휴대가 간편하고 제대로 배우기만 한다면 장점이 매우 많은 시스템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배우면 배울수록 나만의 장비를 갖추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고 이리하여 강림한 지름신은 주문서를 요청하라고 내 귀에 속삭였다. 그래서 지금, 현재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사이트 마운트BCD가 택배로 도착하기를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사이드 마운트는 동굴에서 하는 것이라 우리 같은 다이버에게는 별로 필요 없어.”
“우리나라는 동굴도 없는데 무슨 사이드 마운트야.”

이번 사이드 마운트 강사과정은 위와 같은 다이빙에 대한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민호 트레이너의 말씀처럼 다이빙에는 정답이 없다. 즉 내가 경험해보고 내가 편한 다이빙을 내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제부터 사이드 마운트로 아름다운 수중세계를 탐험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계속하여 배워나가며 더 아름다운 바다를 꿈꿀 것이다.
이것이 내가 꿈꾸는 삶이며 내 삶의 원동력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