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熱目魚 , 열목어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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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 熱目魚 , 열목어의 눈물
  • 편집부
  • 승인 2020.04.0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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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ure Exploration of Korea | 한국의 자연탐험

글, 사진 이선명

 

 

옛사람들이 눈에 열이 많아 붉다하여 이름 지어준 熱目魚, 열을 식히고 커다란 덩치를 감추기 위해 인적이 드문 깊고 깊은 숲속 차가운 계곡물에 살고 있는 아름다운 우리나라 물고기이다. 인간보다 훨씬 먼저 이 땅에 터를 잡고 대를 이어 살면서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전해 내려오고 있는 귀한 생명체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이 물고기가 떼 지어 몰려오는 홍천군 내면의 칡소 일대는 몇 해 전부터 부영양화의 지표인 푸른 이끼류에 잠식당하고 예년에 비해 개체수가 급격히 느는 기이한 현상에 직면하여 생태계 변화를 경고하는 빨간불이 켜지기 시작하였다. 그 우려는 본지를 통해 알렸으나 정확한 원인규명과 대책마련을 강구하라는 전달자 역할로서는 역부족이었다. 따라서 삶의 터전에 대한 암울한 미래로 인해 하염없이 흘린 눈물로 열목어의 눈이 정말로 붉게 충혈된 것은 아닌지…….

말은 못하지만 어느 누구보다 환경변화에 민감한 물고기가 보내기 시작한 구조신호에 답하기 위해 수중세계가 주관하고 자연환경국민신탁과 환경 분야 NGO 단체인 생명회의 관계자와 함께 현장 실태조사를 실시하였다.

2015년도 칡소의 수중풍경
2015년도 칡소의 수중풍경

 

2015년도 칡소의 수중풍경
2015년도 칡소의 수중풍경

 

∷∷∷ 30년에 걸친 칡소와 열목어 사랑
지금으로부터 꼭 30년 전 민물고기 도감 작업을 위해 홍천군 내면에 있는 칡소를 물어물어 찾아갔었다. 인가도 없는 숨은 계곡에 이렇게 큰 소와 멋들어진 폭포가 있다는 게 신기하였고 우선 절경에 취해 한동안 바라만 보았다. 민물고기 촬영 특성상 야간다이빙을 주로 하였기에 텐트를 치고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홀로 들어가 본 칡소, 그리고 거의 1미터 가까이 됨직한 크기의 열목어와의 첫 대면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그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다.

우리나라 하천에 이렇게 크고 아름다운 물고기가 살고 있음에 놀랐고, 그것도 바로 코앞에서 볼 수 있음에 다시 한 번 놀랐다. 다음날 아침 폭포의 하얀 포말을 배경으로 떼 지어 다니는 모습에서는 심장이 방망이질 하듯 무섭게 뛰고 있을 정도로 첫인상을 결코 잊을 수 없었다.
그 뒤로 계절 가리지지 않고 수없이 이곳을 찾았다. 열목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특산종 중 1급수에만 살고 있는 다른 물고기를 촬영하고 여러 방송국 다큐멘터리 제작 안내와 자문을 위해서, 가을 단풍시즌 수중촬영, 얼음 밑잠수 등 칡소와 이곳에 살고 있는 수중생물에 대한 매력에 푹 빠져 접근과 입수까지 여간 힘들지 않았지만 재회의 기쁨과 지킴이로서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고생길 마다하지 않았다.

 

 

간간히 불법포획의 현장과 흔적을 마주하기도 하였고 상류의 주변이 차츰차츰 밭농사를 위해 개간되어 걱정도 하였으나 큰 변화 없이 그런대로 여러 해를 넘겨왔었다. 열목어를 비롯한 여러 종의 물고기가 어떤 해는 개체수가 줄다가도 다시 복원되고, 그런가 하면 새로운 종이 유입되는 대신 이곳 고유종이 줄거나 안보일 때도 있었다.

외래종이지만 비슷한 생활상을 보여주는 무지개송어가 나타나 혹시 먹이와 자리다툼으로 열목어와 다른 토박이들이 밀려날까 바짝 긴장도 했었지만 워낙 튼실한 종만 이곳까지 도달해서인지 너끈히 물리쳐 왕좌를 지켜내 큰 기쁨을 안겨 주었다. 하지만 70cm에 이르는 큰놈은 갈수록 보기가 힘들어졌고 상류의 무분별한 개간이 원인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큰 홍수를 만나면 토사가 밀려 내려와 수중지형이 급격히 변하고 특히 수심이 갑자기 얕아지는 현상은 벌써부터 우려를 나아왔다.

 

∷∷∷ 세계 최초와 국내 유일이라는 명성의 산실
그동안 칡소의 수중세상은 본지는 물론 여러 방송매체를 통해 많이 소개되었으나 대부분 자연 다큐나 경관위주로 소개가 되었고 아직도 그 편성의 틀을 못 벗어나고 있다. 반면에 칡소에서 꺽지와 가는돌고기의 탁란 과정을 세계 최초로 밝혀내고 촬영에 성공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하였다.

YTN은 동영상을, 본지는 사진과 관찰기록을 공동으로 발표하여 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가는돌고기는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특산종이기에 세계최초라는 타이틀을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었다. 이후 이를 기폭제 삼아 감돌고기가 꺽지에게 탁란한다는 것을 모두 밝혀내는데 일익을 담당하였다.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열목어 수백 마리가 모여 군무를 펼치고있는 곳을 본적이 없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대규모 열목어 집단서식지로 자연생태계에 관한 국보와 같은 장소이다.

 


∷∷∷ 2015년부터 시작된 이상 현상
거의 한해도 안 빠지고 5~6월이면 칡소를 찾았기에 분명하게 알 수 있었던 바, 2010년부터 큰 개체는 거의 사라지고 작은 놈들이 150마리정도 한꺼번에 나타나 의아해 했으며 급기야 2015년부터 바닥의 돌이 시꺼멓게 변하는가 하면 얕은수심대의 크고 작은 바위 대부분이 푸른 녹조류로 뒤덮이게 되었다. 크기는 작지만 개체수가 늘어난 점과 부영양화로 인한 녹조류의 급격한 번식은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았다.

녹조류에 갇혀있는 듯한 새코미꾸리
녹조류에 갇혀있는 듯한 새코미꾸리


다른 하나는 열목어외의 다른 종들이 많이 사라져 버리고 있었다. 미유기를 비롯하여 새코미꾸리, 얼룩동사리, 퉁가리, 금강모치 등의 개체수가 줄거나 전혀 보이지 않는가 하면 쉬리나 갈겨니, 특히 꺽지 등은 반대로 늘어났다. 이 모두가 우리나라 고유종이자 주변 환경변화, 특히 오염도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종들로 알려져 있어 걱정이 더해만 갔다. 다만 환경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종만 놓고 볼 때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그야말로 들쑥날쑥 했다.

그래도 눈에 띠는 큰 변화는 열목어가 있기에는 갑자기 서식지 환경이 나빠진 게 분명하지만 개체수가 많이 늘어났다는 점은 자칫 평가를 잘못내리면 오히려 보호차원에서 역효과가 나올 수 있었다. 근처 여러 지류의 산란장이 이미 그 역할을 못해줄 정도로 훼손되어 그나마 나은 이곳으로 몰리는 일종의 병목현상으로 매우 일시적이며 경고를 넘어 아주 심각한 처지에 놓여 있다는 지점까지 생각이 이르렀다.

당시 상황을 본지를 통해 소개하였으나 대책이 마련되기보다는 오히려 우리 다이버들에게도 민물다이빙 포인트로서 외면당하고 있었다. 이곳을 안내하던 전문점도 시야가 나쁘고 부유물도 많아 수중촬영하기에 적당치 않다는 이유를 들어 다른 장소로 유도하였다고 한다. 그나마 관심은 점점 멀어지는가 하면 상류에는 우후죽순처럼 개간이 이루어지고 캠프장 건설로 오폐수는 바로 하천으로 흘러들었다.

더 이상 방치하면 하루아침에 우리나라 토종 물고기와 천연기념물이 훼손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어 환경단체와 공조하여 실태를 조사하고 직접 수중체험을 하게 하여 그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실직적인 대책마련에 힘써보려 하였으나 결실을 맺지 못하고 다시 해를 넘기게 되었다.

천연기념물인 어름치, 아주 드물게 이곳에서 발견된다.
천연기념물인 어름치, 아주 드물게 이곳에서 발견된다.


∷∷∷ 체계적이고 실효성이 있는 보호대책은?
자꾸 미루다보면 더 이상 다이빙 포인트로서의 가치는 물론 아름다운 칡소의 수중세계는 오래된 기억 속으로 영원히 지워질까 두려웠다. 서둘러 소규모이지만 스쿠버다이버이면서 자연환경국민신탁과 NGO 단체인 생명회의 대표자와 홍천의 Undersea Ex의 차순철대표의 안내로 드디어 성사되어 현장으로 향하였다.

가면서도 너무 오염이 심각하여 그야말로 보여줄게 없으면, 반대로 예년같이 열목어가 많이 몰려와 괜한 우려라고 단정지으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앞섰다. 현장에 도착하여 전망대에서 바라본 전경은 우선 물이 맑았고 특히 열목어가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 뛰어오르는 빈도가 1분에 대여섯 번, 정도로 어느 때보다 높았다. 그런가 하면 폭포의 포말이 끝나는 부분에는 여러 마리의 열목어가 눈에 훤히 보이는 게 그동안의 경험에 비춰 모두 처음 대하는 광경이었다.

얕은 여울의 녹조류도 사라진 듯 깨끗하였다. 설레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잠수해 들어가니 바로 수백 마리의 열목어 떼가 눈에 들어왔고 폭포 아래에는 그야말로 시야를 가릴 정도로 힘차게 유영하고 있었다. 마치 거꾸로 열목어가 지상에서 폭포로 뛰어들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는 듯, 때론 뭉게구름위로 물고기 떼가 빠르게 비행하는 모습으로도 보였다.

 

장대같이 내리 꽂히는 빛줄기는 여기저기 퍼져있는 수많은 물고기들을 조명하고 있었으며
깨끗하게 닦여진 형형색색의 조약돌은 보석 같아 칡소의 수중세계에 어울리는 색감을 더해주고 있었다. 정말 최상의 생동감이 연출되고 있었다.

조사와 체험을 마치고 나와 참가자 모두는 감동에 복받쳐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토론을 벌인 결과 며칠 전 짧은 시간에 강수량이 200mm에 가까운 폭우가 쏟아진 영향같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바로 지난주에만 해도 상류의 축대와 도로복구공사로 인해 시뻘건 흙탕물이 칡소로 내려와 수중촬영이 불가능했었다는 정보가 뒷받침해 주었다.

다시 말해 개간을 위한 축대공사, 이로 인해 유속이 빨라져 축대가 손실되고, 철마다 계속되는 복구공사, 공사를 위한 자제라 할 수 있는 바위를 근처 하천에서 충당하다보니 악순환의 연속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어서 상류의 실태를 조사하니 몇 년 전에 비해 개간면적이 몇 배나 늘었고 곳곳에 화학비료가 쌓여있었다. 오토캠핑장은 규모가 점점 확장되고 있었고 생활오수가 정화시설을 거치지 않고 하천으로 바로 흘러들어가는 것은 여전하였으며 검은 비닐로 덮인 수천 평의 밭은 대지의 숨통을 틀어막고 있는 것 같이 보여 숨이 찼다.
 

주변에 쌓아둔 화학비료
주변에 쌓아둔 화학비료

 

점점 늘어나는 캠핑장
점점 늘어나는 캠핑장

 

이런 광경은 국립공원 경계지역까지 계속 이어졌다. 그런가 하면 원시림으로 추정되는 지역으로 또 다른 개간공사를 위해 새롭게 길을 내느라 마구 파헤쳐 지고 있었다. 칡소와 그 주변 생태계 보전을 위한 대책마련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음을 모두 인식하였다.

개간이 이루어진 밭
개간이 이루어진 밭

 

포크레인의 삽질은 계속 늘어만 간다.
포크레인의 삽질은 계속 늘어만 간다.

 

우선 원주지방 환경처와 홍천군을 대상으로 보고서와 제안서를 준비하여 보내고 조속한 시일 내에 협의에 들어가기로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런 아름다운 수중광경을 대통령까지는 몰라도 환경부 장관이라도 체험잠수를 통해 실제로 보여주면 생각이 바뀔 거라는 의견도 나왔다. 개인적으로 환경문제에 관해서는 자연의 소중함에 대한 교육이 우선시 되어야 하고 생태계 파괴의 주원인은 무지의 소산이라는 신앙 같은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 무지를 깨우치는 데는 실제로 보고 느끼면서 경험해보는 것 이상은 없다고 믿는다. 이번 실태조사도 성사시키는데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참가자 모두 더 할 수 없는 감동과 분노를 동시에 경험했기에 칡소지킴이로 발 벗고 나서 주리라고 믿는다. 그리고 앞으로 이곳을 모르는 다이버라 할지라도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칡소의 수중세계에서 마주한 하나하나의 영상으로 이런 광경을 보기위해 근 30년에 걸쳐 무수히도 찾았고 그 편애에 대한 보상을 이제야 받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한편으로는 최상의 모습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수중세상을 꼭 지켜 내달라는 소리 없는 외침과 시위로 보였다. 그리고 수많은 물고기들의 붉은 눈동자는 건강함의 척도이지만 대대손손이 이어온 수중세상의 식구들을 지켜달라는, 그리고 미래세대에 까지 이런 환경을 지켜 달라고 눈물로 호소하느라 눈자위가 충혈된 것같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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