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12 187호] 김선영 프리다이빙, 2019 AIDA 프리다이빙 수심 세계선수권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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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1/12 187호] 김선영 프리다이빙, 2019 AIDA 프리다이빙 수심 세계선수권 대회
  • 김선영
  • 승인 2019.12.3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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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김선영
김선영_프리다이빙 한국 여자 기록 17회 갱신(AIDA&CMAS대회) & AIDA, PADI freediving instructor
아름다운 자갈 해변 니스 모습
아름다운 자갈 해변 니스 모습

∷∷∷ 2016년 초 아이다(AIDA) 프리다이빙 역사 속에 매우 중요한 인물이 한 명 있다. 80~90년대 프리다이빙 역사 속의 중요한 인물인 자크 마욜과 엔조 마이요르카(영화 <그랑블루>의 실제 인물들), 그리고 운베르토 펠리자리(이태리), 피핀(쿠바)과 더불어 프랑스 니스에서 나타난 월드 클래스 다이버인 클라우드 샤퓌(Claude Chapuis)가 바로 그 인물이다.

그는 1990년, 프랑스인 스펙케(Specker)란 다이버를 만난다. 그리고 이 둘은 더 많은 이들이 프리다이빙을 접할 수 있도록 단체를 개설하기로 결심한다. 이렇게 1992년 아이다가 창설되었고, 그의 주최로 1996년 제1회 아이다 월드챔피언십이 프랑스 니스에서 열리게 되었다. 23년 전, 그리고 2000년, 2005년, 2012년, 드디어 올해 2019년 다시 이 곳, 니스(빌프랑쉬르메르 Villefranche sur Mer) 같은 장소에서 동일 주최자에 의해 아이다 월드챔피언십이 개최되었다.

니스 해변 전경

그의 프리다이빙 역사에 남긴 업적과 명성을 프리다이빙 여행 중 많은 이들에게 들어왔다.
2016년 그리스 칼라마타에 있을 때, 그 곳에서 아이다 팀(Team) 월드챔피언십이 개체되었다. 당시 칼라마타에서 3개월째 트레이닝을 하고 있던 중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팀이 꾸려지지 않아 출전할 수 없는 단체전이 개최되는 상황이었다. 그 때 이 안타까운 상황을 알게 된 프랑스 다이버들이, 개인전과 단체전을 함께 진행하는 방법을 논의 중이라며 바로 이 클라우드 샤퓌에게 문의를 한 적이 있었다.

클라우드 샤퓌가 이를 기억하고 올해 초, 한국에서도 니스 대회에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도록 독려해 달라는 이메일을 나와 아이다코리아에 보내왔다. 아이다 코리아에서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준 덕에 올해는 남자 선수 2명(이수열 선수, 성현호 선수), 여자 선수 2명(김선영 선수, 김정선 선수), 이렇게 4명의 한국 선수와 거기에 어시스턴트 저지 1명(김봉재 트레이너), 그리고 대회 참관 온 나리씨, 예나씨, 지영씨까지 한국인 8명이 이 프랑스 니스 프리다이빙 축제의 장을 함께 즐기게 되었다.  

니스 대회에 함께 한 8명의 한국인과 프랑스 선수들 Arthur Guerin, Arnoud Jerald
니스 대회에 함께 한 8명의 한국인과 프랑스 선수들 Arthur Guerin, Arnoud Jerald

팀 월드챔피언십은 STATIC(얼마나 오래 숨을 참는지), DYN(얼마나 멀리 가는지), CWT(얼마나 깊이 가는지)로 각 나라 선수의 점수를 합산한 팀의 점수로 우승팀을 가리는 개인전과는 사뭇 다른 경기이다. 한국팀이 없었던 2016년 그리스 칼라마타에서 수영장과 바다를 오가며 서로 팀웍을 발휘하며 함께 팀 대회 준비하는 모습이 몹시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 보통은 개인전, 단체전을 1년씩 번갈아가며 진행하지만, 2017년 로아탄에서 치룬 개인전 이후, 작년은 대회가 없었고, 올해 다시 니스에서 개인전 수심대회를 진행하게 되었다. 

대회장 모습
대회장 모습

이 역사적인 인물이 진행하는 큰 규모의 프리다이빙 역사 현장에 꼭 직접 가보고 싶은 꿈이 이번 프랑스 니스 여행의 발단이었다. 단지 대회 참가만이 아닌 새로운 곳을 여행해보고 싶기도 했고, 준비과정은 어떠할지, 프랑스에서는 어떤 스타일로 진행할 지도 궁금했다. 그냥 갤러리로 구경만 갈까 했지만, 도전하는 삶은 아름답다고 했던가. 직접 선수로 참여하며 경험하기로 했다. 편안한 마음으로 선수로 참여하려면 나의 몸과 마음의 충분한 적응 시간이 필요했다.


 

대회 두 달 전
대회 두 달 전 미리 도착한 니스. 조용한 바닷가를 선호하는 나 자신이 북적대는 관광지로 유명한 니스에서 과연 즐기며 여행을 마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거기에 수온약층까지 심해 다이빙이 힘들다고 익히 들었다. 그러나 가보지도 않고 미리 섣불리 판단하고 포기하면 나중에 후회할 듯 했다. 일단 가서 1주일이라도 직접 그 바다를 경험해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맘에 들면 두 달, 아니다 싶으면 10일! 대회 포기! 이렇게 계획하고 간 이번 니스 여행은 두 달이 되었다. 그리고 단지 대회만을 치룬 곳이 아닌, 또 다른 멋진 추억의 장소가 탄생하게 되었다.

니스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하이킹
니스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하이킹

 

바다만 보다가 초록의 에너지를 만나면 자연의 감사함을 두배로 느낀다.
바다만 보다가 초록의 에너지를 만나면 자연의 감사함을 두배로 느낀다.

 

니스는 아름다운 해변, 바다 뿐 만 아니라 하이킹하기에도 좋은 아름다운 산이 가까이 있었고,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기후 환경을 가지고 있었다. 니스는 충분히 이유 있는 사랑받는 관광지였다. 단지 프리다이빙 트레이닝만이 아닌 니스 현지 다이버들과 친구가 되어 재즈 페스티벌, 콘서트 등의 문화도 즐기며 니스 현지인으로 2019년 여름을 보내게 되었다. 
 

니스의 거리 모습
니스의 거리 모습

 

 무료 전야 행사. 거리마다 문화가 흐르는 니스
무료 전야 행사. 거리마다 문화가 흐르는 니스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프리다이빙 동호회 KFT(Korea Freediving Team)와 매우 흡사한 성격을 지닌 CIPA라는 프리다이빙 클럽 동호회의 연회원으로 등록하면서 많은 행운이 뒤따랐다. 이번 대회의 주최자인 클라우드 샤퓌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리다이버 기욤네리가 클럽장으로 있는 20년 넘는 동호회인 만큼 오랜 역사와 상업성을 쫓지 않는 순수 동호회의 특성을 잘 지키고 있었다.

연회비가 그리스 칼라마타 프리다이빙 센터의 1주일 트레이닝 비용과 비슷할 만큼의 저렴한 비용을 유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여름 할인 가격까지 적용시켜 주었다. 대신에 세이프티, 장비 관리 모두 동호인 몫이다. 지인이 있어 이곳을 선택하고 얼떨결에 등록할 수 있었지만, 아이다 월드 챔피언십 준비를 위해 오는 외지인을 받지 않기로 자체 회의를 하면서 나는 몇 안 되는 4명 중 한 명의 외지인이 되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그래서 대회장 현지 적응을 위해 일찍 온 다른 나라 선수들은 “장고(Chango)” 라는 비지니스 스타일의 프리다이빙 센터에서 트레이닝을 하게 되었다.


 

CIPA 동호회와 트레이닝 첫 날
미팅 장소인 노란 보트 앞에 서 있었다. 뻘쭘 하기 그지없다. 이곳의 인사방법부터가 나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할까, 이들이 하는 방식처럼 처음 본 사람과 볼을 두 번씩이나 양쪽을 번갈아 가며 안부를 묻는 프랑스 스타일의 인사를, 그것도 20여명의 사람과 매번 아침마다 해야하나부터 고민이 시작되었다. 나라마다 인사문화가 달라 늘 새로운 장소에 이동하면 겪는 어색한 순간이기도하다. 새로운 바다와 인사를 나누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한 건장한 몸을 가진 청년이 멀리서 걸어오는데, 보트에 소나르, 로프, 산소통 등의 장비를 꼼꼼히 점검하느라 바쁘다. 나에게 먼저 와 인사를 건네고 또 다시 손을 바쁘게 움직인다. 

트레이닝 가는길
트레이닝 가는길


친구들이 이를 부르는 이름을 듣고 보니 오랫동안 만나보고 싶었던 그 유명한 기욤네리였다. 그가 현재 이곳에서 트레이닝하는 줄도 몰랐고, 오랫동안 만나보고 싶었던 다이버였으나 나는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했다. 그는 2015년 사이프러스 아이다 개인 수심대회에서 129미터 월드 레코드가 될 다이빙을 시도했으나 심판의 실수로 라인이 139미터로 잘못 세팅 되어 블랙아웃과 치명적인 신체적, 정신적 부상을 당했다. 그로 인해, 선수 생활을 은퇴하고 아내와 딸과 아시아를 여행하며 프리다이빙 영상 작업에 몰두했다. 그 후, 본인의 고장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 프랑스 국가대표로 출전하고자 다시 컴백해 트레이닝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대회 전 마지막 트레이닝을 마친 기욤네리를 비롯한 CIPA동호인 소속 선수 3인과의 기념사진
대회 전 마지막 트레이닝을 마친 기욤네리를 비롯한 CIPA동호인 소속 선수 3인과의 기념사진


사람들이 모이자 기욤네리가 직접 배를 몰고, 소나르와 휴대폰 앱을 확인해가며 오늘의 가장 딥다이버인 본인의 수심보다 여유있는 수심에 앵커를 내릴 수 있도록 130미터 가량의 수심이 나오는 곳을 찾아 앵커를 내리고 배를 정박시킨다. 후다닥 웜업도 없이 106m 다이빙을 마친 후, 다시 동호회 회원들의 다이빙을 돕기에 바쁘다.

기욤 생일파티, 인어 수영복을 좋아하는  기욤의 딸과 CIPA 동호인 Aurora Asso
기욤 생일파티, 인어 수영복을 좋아하는 기욤의 딸과 CIPA 동호인 Aurora Asso


가만히 살펴보니, 한 친구는 기욤의 옛날 모노핀을 쓰고 있고, 또 한 친구는 기욤의 옛날 웻슈트를 입고 있다. 그리고 그 친구들이 다이빙하고 올라오면 피닝 테크닉, 마우스필, 다음 다이빙 계획 등 조언을 해주고, 다른 이들의 다이빙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세이프티 계획을 세워주고 카운트다운을 해준다. 이곳은 정부에서 고용한 1명 강사를 제외하고는 돈 받는 강사들이 아닌 오직 자원봉사로 이루어지고 있는 순수 동호회였던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우리나라처럼 한 단체에서 몇 주 또는 몇 달에 거쳐 강사과정을 수료했다고 해서 교육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스포츠 관련 학위를 가진 자만이 정식 프리다이빙 강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운 좋게 기욤네리, 모간 부쉬와 같은 세계챔피언들이 속해 있는 이 동호회에 선수들만 있는 게 아니라 일반 소방관, 치과의사 다양한 직업의 직장인들이 쉬는 날 함께 프리다이빙을 즐기는 스타일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덕분에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친구들을 만나 하이킹도 함께 할 수 있었고, 집에 초대되어 엄마 손맛으로 요리해 주는 음식을 먹으며 석양을 만끽할 수도 있었고, 계곡에 피크닉을 가서 니스인의 현지 생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오래된 동호회라 우정도 돈독하여 하루는 기욤 생일에 북적이지 않는 현지인들만이 찾을 수 있을만한 조금한 해변에서 조용하게 가족 친구들이 두루 모여 가져온 음식을 나누며 생일을 진심 축하하는 날을 보내기도 했다. 바다에서 인어 옷을 입고 수영하는 것을 좋아하는 여섯 살짜리 딸 아이의 수영을 돕는 기욤의 아빠로서의 모습, 그리고 샴페인을 마시며 친구들과 파티를 즐기며 우정을 돈독하게 만드는 모습을 보며 세계챔피언이지만 매우 겸손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았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 덕분에 오랫동안 트레이닝에 목말랐던 나의 갈증이 다른 방법으로 채워지는 계기가 되었다. 

CIPA 동호인과 집에서 가져온 음식을 나누며 한가한 해변에서 기욤 생일을 축하하는 저녁
CIPA 동호인과 집에서 가져온 음식을 나누며 한가한 해변에서 기욤 생일을 축하하는 저녁

이곳과 올여름 인연을 맺게 된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나도 이 동호회 사람들이 베푼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무엇이든 거들고 싶은 마음의 문이 열렸다. 어떤 날은 온전히 친구들을 위해 세이프티만을 하러 바다를 나가기만 해도 또 다른 행복감이 올라왔다. 처음 해양 세션을 나온 이부터 100미터 이상 다이버까지 다양한 레벨이 공존하는 흥미있는 동호회 모습이었다. 덕분에 시스템도 다양하게 잘 갖추어져 있었다. 보트에서 프리다이빙 부이없이 로프를 4개까지 동시에 설치하여 트레이닝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주3회, 오후 해질 무렵의 저녁 7시 스노클링 세션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직장 끝나고 오는 동호인들이 그야말로 바다에서 프리다이빙과 석양을 즐기는 세션이었다. 역사와 전통이 엿보이는 셋업이었다.

동호회에서는 단지 나의 수심 늘리기가 주목적이 아닌, 사람들과 바다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것이 프리다이빙의 하나의 목적이라는 것을 다시 일깨워주었다. 처음 프리다이빙을 시작했을 때, KFT에서 순수 봉사로 많은 가르침을 주신 고마운 분들이 떠올랐다. 그 때 받았던 은혜를 이제는 돌려드릴 때인가 보다라는 마음으로 CIPA 동호회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하며 나의 여름은 아름답게 흘러갔다. 

아침 해변 요가로 하루를 시작아는 프리다이버들
아침 해변 요가로 하루를 시작아는 프리다이버들

 


 

대회 한 달 전
어느 덧 대회가 다가오자, 언론매체들 취재, 정치인들까지 동원되어 아이다 월드챔피언십 개최를 위한 컨퍼런스가 열렸다. 아름다운 도시 니스에서 개최되는 만큼 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야외 연회장에서 칵테일파티와 멋스럽게 진행되었다. 이들은 본고장에서 대회가 개최됨을 몹시 자랑스러워하며 전 세계에서 올 프리다이버들 손님맞이에 들떠있었다.

대회 기간 중 만들어진 오피셜 빌리지 입구
대회 기간 중 만들어진 오피셜 빌리지 입구

 

CIPA동호회 사람 몇몇은 세이프팀에 지원하여 매우 뿌듯해하며 열심히 세이프티 트레이닝을 받으러 주말에 모나코로 출근한다. 또는 선수 숙소, 대회장에서 자원봉사를 지원하며 일을 거드는 일을 지원한 자원봉사자도 있었다. 프랑스 같은 프리다이빙 강대국에서는 국가대표로 선발되기가 힘들어서 이렇게라도 대회에 참여하면 올림픽, 월드컵에 함께 참여하는 것 같이 무한한 영광인 분위기였다. 뿐만 아니라 선수로서 대회 참여까지는 많은 변수도 따른다.

아이다 월드 챔피언십에 참여하기 위해 국가대표팀에 선발되었다고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으나, 막상 대회 직전 욕심부린 트레이닝에서 폐 압착 상해를 당하거나, 개인적인 가족사 등 무한한 변수로 인해 출전을 포기해야하는 상황도 왔다. 결국 기욤네리는 개인적인 이유로 대회 직전, 기권을 선언했다.

대회 자원봉사로 참여하고 있는 CIPA 동호인들
대회 자원봉사로 참여하고 있는 CIPA 동호인들

 

 



대회 들여다 보기
6명의 주심판, 8명의 부심판, 여자 선수 31명, 남자 선수45명, 의료진, 수중 생중계를 위한 수중 로봇카메라인 다이브아이, 세이프티팀, 응원 나온 갤러리가 모여 전 세계에서 프리다이빙과 하나되는 축제가 시작되었다. 아무것도 없는 해변에 대회 직전 임시로 거대한 오피셜 빌리지를 만들어 대회를 운영해 나갔다. 컨테이너 샤워실에서는 따뜻한 샤워 시설과 대회장 주변에는 풍성한 레몬, 오렌지, 바나나, 호두 등 건강 간식, 유명 셰프의 솜씨 발휘하는 특별 저녁 이벤트까지 멋스러운 대회 진행 스타일에서 느리긴 하지만, 프랑스인의 뛰어난 감각과 삶의 여유를 엿볼 수 있었다. 과다한 여유로 트레이닝 스케줄이 과하게 지연되는 일도 감수해야하긴 했다.

대회 기간 동안 해변에 임시로 지어진 오피셜 빌리지
대회 기간 동안 해변에 임시로 지어진 오피셜 빌리지

 

대회장 의료진
대회장 의료진

 

대회장 미디어팀
대회장 미디어팀
대회장에 상시 대기 중인 메딕 보트 장비

2019년 9월 3일-5일 공식 트레이닝,  6일 대회장 세팅, 7일 개막식 퍼레이드, 8일 여자 CNF와 일부 남자, 9일 남자 CNF, 10일 여자 FIM,  11일 남자 FIM, 12일 여자CWT , 13일 남자CWT, 14일은 날씨로 인해 5명 경기 후 연기된 여자, 일부 남자 FIM  DAY 3 의 경기가 진행되었다.

남자 경기 첫 날, 38명 남자 CNF 선수 중 오직 절반가량의 17명만이 화이트 카드를 받았다. 17명이 레드 카드(블랙아웃 7명), 4명이 옐로 카드를 받았다. 무엇인가가 잘못 흘러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대회 풍토가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일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었다.

매일 대회가 끝나고 선수, 저지, 세이프티, 주최자가 한 자리에 모이는 이벤트 커미티(Event Committee)가 또 하나의 대회 별미이다. 이곳에서 내일 열릴 경기의 전달사항이 있기도 하고, 다이버들의 토론장이 되기도 한다.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토론은 미래 프리다이빙의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기도 할 만큼 중요한 자리라 할 수 있다.

세이프티장 Pierre의 라인 세팅 모습
세이프티장 Pierre의 라인 세팅 모습

 

이번의 뜨거운 감자는101m CWT 퍼포먼스를 한 일본의 하나코 선수의 결과가 화이트 카드에서 레드, 그리고 다시 화이트로 바뀌어 금메달을 받게 된 것이었다. 화이트로 바뀌는 과정에서 세이프티 장인 피에르는 하나코의 의식없는 상태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을 보고만 있어야하는 게 세이프티의 임무라면, 모든 세이프티팀은 내일부터 철수한다고 선언하기도 하여 회의장을 술렁이게 만들기도 했다.

선수의 안전 확보가 우선시되는 풍토가 기반이 되기 위해 이렇게 여러 입장의 사람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앞으로도 계속 시행착오 속에서 배우고 보완되어져 나가야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나탈리아 차르코바 선수는 대회 첫 날 첫 오피셜탑(각 선수의 다이빙 스타트 시간) 선수였는데, 66m CNF퍼포먼스에서 블랙아웃을 당했다. 그러나 주최측의 대회장 세팅 준비 미흡으로 대회가 지연된 사유로 항의한 것이 받아들여져 다시 마지막 FIM 대회 날 도전할 기회를 얻었고, 금메달을 거머쥐게 되었다. 

이번 대회의 챔피언은 남자, 프랑스 모간CNF 91m, 러시아 알렉세이 몰차노브 CWT 130m, FIM 118m, 여자, 우크라이나 나탈리아 차르코바 CNF 66m, 헝가리 파티마, 러시아 마리안느 FIM 81m, 일본 하나코 CWT 101m에게 돌아갔다. 폐막식에서 얼마전 세상을 떠난 프리다이버 사유리를 추모하는 시간을 갖고, 일본에서 니스까지 직접 오신 사유리 어머니가 “늘 바다에서 사유리가 여러분과 함께 다이빙할 거다”라는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CNF 금메달 수상자인 프랑스 선수 모간은 장애우를 시상식장에 안고 올라와 수상 소감을 전하며 폐막식장을 더욱 뭉클하게 했다.

윌리엄 트루브릿지는 본인이 소셜미디어에서 언급하기를, 상승 시 폐가 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르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처음 겪는 현상으로 인해, 프리다이빙 업적에서 가장 최악의 다이빙을 했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 경기는 포기하고 함께 온 갓 태어난 딸과 아내와 행복한 바다여행을 하며 본인의 경기를 마무리하기도 했다.

김정선 선수의 화이트 카드를 받는 모습과 코치로 도와주고 있던 성현호 선수
김정선 선수의 화이트 카드를 받는 모습과 코치로 도와주고 있던 성현호 선수

 


 

대회가 시작되고, 마음 들여다보기
‘당신의 프리다이빙은 평온합니까?’ 아니면, ‘에고와 한판승 프리다이빙입니까?’ 라는 질문을 나 자신에게 자주 던지곤 한다. 나에게 이번 대회의 목표는 블랙아웃을 당하지 않고 모두 화이트 카드를 받는 것이었다. 모든 화이트 카드. 그렇다고 처음 프리다이빙 시작했을 때의 PB 7m를 부르는 건 과한거지만,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적당한 수심을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다. 다이빙을 하기 전, 하는 중, 하고 나서 모두 여유롭고 편안했다면 성공한 다이빙이다.
행복해지려고 다이빙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월드챔피언이 될 수심권에서 1~2미터로 다른 선수들과 게임을 해야하는 상황도 아닌데, 왜 내가 1,2미터 더 깊게 도전하려고 고민하며 나의 시간을 허비한단 말인가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하면서 숫자 고르기 시간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부질없음을 깨달았다. 

프리다이빙 대회는 남과 경쟁하는 것이 아닌 나를 행복해지게 하기 위한 수단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배운 대회였다. 내가 70미터를 다이빙했는데 거기서 71,72미터를 어나운스(대회에서 도전할 수심 선언)하기로 결정하면 행운이 따라 줘야한다. 행운은 나에게 결정권이 없다. 그리고 67-69m를 어나운스한다면 적당한 어나운스다. 그러나 거기서 60미터로 내려가는 것은 대회의 긴장감과 거리가 멀어지고 즐거운 트레이닝 같은 날이 될 것이다.
그렇게 마음 가짐을 하고 나면 한편으로는 내가 이곳까지 와서 이렇게 큰 대회에서 나의 피비(개인 최고 기록)보다 많이 낮은 기록을 남기고 가는게 아쉬울 것 같다는 생각도 올라온다. 그러나 “대회”가 “나”를 지배하는 다이빙이 아닌, 내 “자신”이 “대회”를 지배하는 상황으로 만들 수 있다. 나 스스로에게 확실히, 다이빙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심어주고 싶었다.

늘 혹시라도 블랙아웃이 오면 어떻게 하지 하는 의구심이 드는 나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숫자는 무엇인가부터 나에게 묻기 시작했다. 다이빙 로그북은 어느 누구보다도 뛰어난 나의 코치이다. 매 다이빙 후 나의 다이빙 프로파일과 솔직한 나의 느낌을 꼼꼼히 기록해 놓아야 함은 필수이다. 얼리턴을 했다면 그 요인이 무엇이었는지 잘 관찰하고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 시간을 스스로 마주하고 다음 다이빙에 시도해야 한다.
어떤 음식이 나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는지, 깊은 숙면은 잘 취했는지, 버디가 준 도움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수면 수온, 수온 약층, 조류 등의 바다 환경에 나의 반응은 어땠는지, 웨이트, 슈트, 핀, 노즈클립, 마스크 등의 장비에 나의 반응은 어땠는지, 나의 마음가짐은 어땠는지, 명상으로 차분함과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 등등 꼼꼼히 관찰하고 분석 기록해야 한다. 

깔끔하고 여유 있는 다이빙을 하기 위해 나에게 솔직해져야 한다. 현재 이 대회 앞에 서 있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이 상태가 2019년 아이다 월드챔피언십에 준비된 내 모습임을 인정해야 한다. 한 치의 의구심이라도 드는 수심을 불러놓고, “난 할 수 있어”, “즐기자”라는 주문을 외우는 건 나 자신에게 솔직하지 않고 에고(Ego)와 싸우는 것이라는 생각에 닿게 되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수심”을 부르는 실수 없이, “할 수 있는 수심”을 어나운스한 결과, 비로소 3종목 모두 여유 있는 화이트 카드를 받으며 이번 니스 여행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진정 즐기는 대회가 무엇인지 새롭게 경험했다.

요즘 한국에 프리다이빙을 접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대회를 경험한 이도 늘어나고 대회에서 잦은 블랙아웃 쓴 경험을 하는 이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반면에 나는 아직 대회 나갈 때가 아니라고 미루는 이도 종종 본다. 그 “때”란 100미터인지 200미터인지, 어디를 가야지 준비된 때인지 모르지만, 대회를 무조건 거창하게 생각하거나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이도 있다. 대회가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져다줄지는 경험해봐야 알 수 있다.

게을러지지 않고 꾸준히 트레이닝하게 해주는 촉진제 역할을 해줄 수도 있고, 전 세계에서 프리다이빙을 사랑하는 이들이 함께 정기적으로 만나는 축제의 장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이 굳이 대회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본인에게 잘 맞는 방법을 찾아 프리다이빙을 즐기는 자가 진정 내 인생의 행복한 승자인 것이다. 바다는 우리에게 기회를 열어놓고 항상 기다리고 있다. 딥 다이버건 이제 막 시작한 다이버이건 서로의 배려와 격려 속에서 안전한 가운데 즐기는 프리다이빙 문화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선수들 합숙소에 있는 수영장에서 대회가 끝난 후 휴식 중인 선수들
선수들 합숙소에 있는 수영장에서 대회가 끝난 후 휴식 중인 선수들

 

대회를 마치고 올 한국선수를 마중하기 위해 담소를 나누며 기다리며 휴식을 가지고 있다.
대회를 마치고 올 한국선수를 마중하기 위해 담소를 나누며 기다리며 휴식을 가지고 있다.

 

대회 개막식 퍼레이드 중
대회 개막식 퍼레이드 중

 

화이트 카드를 받고 기뻐하는 이수열 선수와 코치로 도와주고 있던 성현호 선수
화이트 카드를 받고 기뻐하는 이수열 선수와 코치로 도와주고 있던 성현호 선수

 

대회 기간 중 오피셜 빌리지에 마련된 다양한 이벤트
대회 기간 중 오피셜 빌리지에 마련된 다양한 이벤트

 

오피셜 빌리지에서 선수들의 저녁 식사 시간
오피셜 빌리지에서 선수들의 저녁 식사 시간

 

주최자, 세이프티, 선수, 심판이 모여 오늘 대회 전반적인 상황과 다음날 대회 공지사항 및 의견을 나누는 Event Committee
주최자, 세이프티, 선수, 심판이 모여 오늘 대회 전반적인 상황과 다음날 대회 공지사항 및 의견을 나누는 Event Committee

 

NF 금메달을 받은 프랑스 선수 Morgan 인터뷰하러 나온 프랑스 언론 취재 모습. 프랑스에서는 프리다이빙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편이다.
NF 금메달을 받은 프랑스 선수 Morgan 인터뷰하러 나온 프랑스 언론 취재 모습. 프랑스에서는 프리다이빙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편이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일본 사유리 선수의 가족이 선수단을 응원하러 니스 대회장에 직접 방문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일본 사유리 선수의 가족이 선수단을 응원하러 니스 대회장에 직접 방문했다.

 

모두가 하나 되는 폐막식
모두가 하나 되는 폐막식

 

윌리엄 트루브릿지 가족과 미구엘 등, 세계 챔피언들과 한국선수들. 대회는 전세계 다이버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축제이다
윌리엄 트루브릿지 가족과 미구엘 등, 세계 챔피언들과 한국선수들. 대회는 전세계 다이버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축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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