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6, 190호] 김동식, 수중자연다큐멘터리 촬영일기 61 (Norway Orca Killer Whale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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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5/6, 190호] 김동식, 수중자연다큐멘터리 촬영일기 61 (Norway Orca Killer Whale을 찾아서)
  • 김동식
  • 승인 2020.06.10 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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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 김동식 촬영감독, 이학 박사

대표 작품 :
Nat Geo (Wild Korea)
BBC (South Korea)
NBC (Haenyeo)
KBS (용궁에 살어리랏다)
MBC (DMZ the Wild)
SBS (Pacific)

2020년은 시작과 동시에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공포의 도가니 속이다. 인간은 만물의 영
장이라고 자부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서 꼼짝 못 하고 공포에 떠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그저 말로만 강했고, 약에 의존하여 그동안 병을 치유 해왔다는 사실이 자명해졌다. 야생동물처럼 자생력으로 치유를 못 하는 인간은 아주 나약한 존재임이 분명하다. 지구 입장에서 보면 가장 큰 암 덩어리가 어쩌면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지구도 살아나기 위해서 극단의 조치로 아주 강력한 치료제(코로나19)를 사용하고 있지 않나 싶다. 최근 들어 인간들의 활동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지구의 대기 오염이 눈에 띄게 줄어 들고 자연이 급속도로 회복세를 보인다는 것도 지구가 ‘약발이 받는다’는 증거라는 생각해본다.


 

2017년부터 임완호 감독과 의기투합하여 고래 자연다큐멘터리 3부작을 제작하고 있다. 국내 자연다큐멘터리 업계 내에서는 고래라는 소재를 가지고 “태평양”(National Geographic)을 건널 수 없고, 더욱더 “대서양”(BBC)을 건널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도전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큐감독으로서 자존심 문제와 결부가 된다. 늘 우리는 불모지에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든 사건들을 수없이 만나기도 한다. 그래서 정통 자연다큐멘터리도 정정당당하게 붙고 싶다는 의지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리고 우리가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자연다큐멘터리는 지속적으로도, 후대에게도 늘 우물 안 개구리밖에 될 수 없을 것이 아닌가. 어느 누군가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고 앞장서지 않는다면 후배들도 결코 도전은 못 하리라 생각한다. 설상 도전으로 코피가 나고 쓰러져도 한국인 카메라 감독 손으로 이번 프로젝트는 최선을 다해서 제작을 하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

그 중 노르웨이 오르카의 범고래(킬러웨일) 촬영 스케줄에 따라서 준비를 하는데 수많은 딜레마에 빠졌다. 단순한 것이지만 경험이 없던 나에게는 난제의 연속일 수 밖에 없다. 웻슈트와 드라이슈트를 고민할 때도 지난해 1월에 다녀온 분이 계속해서 단체 톡방에 “엄청 추워요. 신발은 뭘 신고, 옷은 뭘 입어야 해요”라며 지속적으로 메시지가 왔다. 하지만 해외 카메라감독들 메이킹 필름들을 보면 모두 웻슈트를 입고서 촬영을 한다. 결국 출발 하루 전까지 숙고 끝에 웻슈트와 드라이슈트를 동시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출발 당일 다시 마음이 바뀌었다. 드라이슈트를 과감히 뺐다. 혹시 드라이슈트를 동시에 가져간다면 마음이 약해 질것 같고, 내 몸 하나 따뜻해지는 것으로 인하여 범고래를 못 찍는다면 이것 또한 망신일이다. 결정을 하고 나니 마음이 훨씬 가벼웠다.
즐거운 마음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했으나 발권과정부터 핀에어 직원이 얼마나 까다롭게 절차를 밟던지 오랜 시간 지연이 되고 짜증이 날 정도였다. 핸드 캐리어 무게를 측정하더니 하나만 된다고 하고, 비행기 탑승 전 또 다시 무게를 측정한다고 겁박을 준다. 그리고 얼마나 말투도 쌀쌀 맞던지 정나미가 떨어질 정도다.

다행히일행 중에 비즈니스 좌석을 타고 가는 사람들에게 부탁하여 2개의 하드케이스를 위탁 화물로 붙였다. 임완호 감독도 일행에게 짐 하나를 보냈다. 이번에 같이 가는 일행은 사실 노르웨이 촬영 스케줄을 잡고서 좀 더 원활한 촬영을 하기 위해 리브어보드를 차트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절반 이상은 순전히 필자의 부추김에 넘어가서 동행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 중 한 사람만 빼고는 다 아는 사이다. 그렇게 들뜬 마음을 안고 핀란드 헬싱키를 경유해서 노르웨이 트롬쇠에 도착했다. 낮 시간인데 어둠으로 인해 시내는 캄캄했다.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서 저녁을 먹으러 나가는데 추위는 생각보다는 버틸 만했다. 스케줄상으로는 이틀을 호텔에서 지내는데 호텔 음식이 참으로 괜찮아서 다행이다. 그렇게 휴식을 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이틀 후 오후 4시간가량 버스를 타고서 피오르드 방향으로 달려가 이름 모르는 부두에서 리브어보드 베르지순(BERGSUND)에 탑승했다. 이렇게 배위에서 하루 밤을 보내고 나서 아침이 밝았다. 바다가 좋지 않아 그냥 여기서 트레이닝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수중촬영감독으로서 바다 사정이 안 좋다는 것은 정말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항구나 방파제 밖에도 바람은 없다. 그리고 위성사진을 보아도 겹겹이 섬이 둘러싸여 있어서 먼 바다라기보다는 우리나라의 다도해인데 말이다.

 


마음은 온통 범고래에 가있다. 나중에 이해를 했다. 범고래를 촬영하기 위해서 입수와 그리고 스노클 수영, 처음 입어 보는 드라이 슈트 사용 등의 주의사항 점검하는 것이다. 즉 해외투어가면 체크 다이빙하는 것과 유사한 개념인 셈이다. 2일 차 부푼 꿈을 안고서 바다로 나간 지 1시간 30분 만에 범고래를 만났다. 바다에서 유영하는 모습과 뒷배경은 BBC에서 보던 영상 그대로 내 눈앞에 펼쳐지는 듯 하였다. 그런데 준비하라는 소리는 안 들리고 계속해서 항해를 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드디어 슈트를 입으라고 한다. 마음은 급하고 웻슈트는 물을 묻혀야 입을 수 있기에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준비하고 선상에 나와 딩기보트를 타고서 범고래를 찾아가 접근하기 시작했다. “Ready, go!” 소리에 입수를 했으나 인원이 많은 관계로 뒤엉키고, 정신을 차리니 이미 사라진 상태이다. 이렇게 첫 입수는 꼬리도 못 보고 올라 왔다. 그러던 중 일행 중 한명이 보트에 올라오는 과정에서 너무나 시간이 걸렸고, 드라이슈트에 물이 들어가 재정비 해주고 나니 쉬는 시간이 다 지나갔다. 다시 입수를 했으나 도대체 뭘 하자는 것인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결국 가이드도 날이 어두워지고 사고가 날 것 같은지 철수를 권유했고, 드라이슈트에 물이 들어온 일행 등을 생각하여 철수 했다.

샤워장에서 슈트를 벗고 나서 갑자기 걱정이 된다. 추위는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것이 잘못하면 단 한 컷도 못 건질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반복적으로 뇌를 굴려 보지만 뭐 특별한 방법은 없다. 빨리 입수하고 카메라가 보다 더 작고 노출에 강한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다른 팀에서 소리를 질러 대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짜증이 밀려온다.

필자는 불만을 보트에 대해서 표시를 했다. 왜 다른 팀은 보는데 우리 보트는 느리고 뭔가 부족하다고 컴플레인을 걸었다. 그 효과일까? 밤이 되어서 슬라 팀의 보트맨과 가이드가 우리 배에 탑승해서 명일 가이드를 해준다고 한다. 다소 안심이 되었고 그렇게 또다시 아침은 찾아 왔다. 늘 그랬듯이 준비를 하고 큰 보트에 10명의 인원이 탑승했다. 그런데 보트맨, 가이드와 합이 12명이다. 입수도 높은 보트 난간이 나에게는 엄청난 부담인데다가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도 안고도 그렇다고 난간에 놓기도 정말이지 애매한 상황이 되었다.

첫 번째 입수는 서서 할 수밖에 없었다. 저 멀리 지나가는 범고래 보고 철수. 두 번째는 머리부터 입수를 시도 했으나 이번에는 카메라에만 신경 쓰다 보니 마스크를 잡고 입수하지 않아서 마스크가 벗겨지고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다행히 가이드가 옆에서 도움을 주었고 다시 철수. 세 번째는 가이드 옆에서 따라 다니면서 범고래를 찾아 다녔으나 저 멀리에서 오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이것이 오늘 촬영의 종료이다.

 

모선에 돌아와서 결국은 같이 간 형님만 사진 몇 컷 건졌고, 우린 모두 보기만 했다. 형님이 “뭐 싸돌아 다닌다고 보는 것은 아니야, 범고래 동선을 잘 읽고...” 혼자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찍었다고 장난 아닌 장난을 한다. 안 그래도 화가 치미는데 말이다. 그러면서 슬슬 걱정이 엄습해온다. 이제 이틀 남았다는 압박감과 거기에 임감독이 “형 우리 너무 어려운 소재를 무모하게 도전한 것 같아”라는 실망스러운 말에 난 대꾸도 못 하고 그냥 그런 것 같다고 대답했지만 영 마음 한구석은 찝찝하다. 정말이지 우린 이런 소재에 도전해서는 안 되는 건지 내 자신에게 되물어 보았다. 그러나 결론은 내가 지금 도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내 자신이라도 굳건히 잡아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드디어 5일차. 뭔가를 건지기 위해서 작은 보트를 타고서 “Ready, go!” 소리만 나오면 큰 카메라를 들고 머리부터 입수를 했다. 그러면서 한 컷 한 컷 촬영을 하는데 너무나 어두워 노출과 포커스가 애매모호하여 어려움을 겪었다. 이렇게 5번 입수와 출수를 한 다음 잔머리를 써서 모든 일행하고 떨어져 계속적으로 촬영을 시도하였다. 그런데 저 멀리서 혹등고래가 청어 사냥을 위해서 입을 벌리고 수면위로 치솟는 장면을 보고서 엄청난 후회를 했다. 이것을 본 관광객 다이버들은 함성을 치면서 엄청나게 기뻐하고 난리를 친다. 관광객들이 모여 있는 곳에 청어 베이트 볼이 형성되어 있었고, 이것을 혹등고래가 밑에서부터 수면으로 올라오면서 청어를 한입에 넣었던 것이다. 그 흥분 속에 모든 관광객들은 철수하자고 하니까 모두다 불만이 없어서 필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철수했다.


모선에 돌아왔는데 폴란드 친구가 이 장면을 고프로로 촬영을 했다며 보여주는데 천불이 났다. 이런기회가 자주 오는 것도 아니고 잔머리 쓴 것에 대하여 후회를 하는 순간에 어디서 들리는 천금 같은 말 한마디 “뭘 걱정해 내일 하루 더 남았는데”라며 가이드가 이렇게 말을 하며 필자에게 다가오면서 “오르카” 하면서 주먹을 내민다. 기쁨에 같이 “오르카” 하면서 주먹을 내밀었다. 이 말에 필자는 이미 범고래를 촬영한 듯이 기뻤고, 계속 기도를 했다. ‘하나님 저에게도 기회를 주세요.’
 

그날 밤 잠을 청하는데 잠도 안 오고, 쉽게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는지 나 자신이 싫었다. 그렇게 잠을 설치고 날이 밝으면서 또 다시 전쟁 아닌 전쟁터로 출발했다. 그리고 첫 번째 입수에서 범고래 어미와 새끼를 스케치 하고 출수하면서 마음을 점점 차분하게 하려고 최대한 노력을 했다.


다음에는 혹등고래 옆에 드롭을 하여 바로 밑으로 이동하는 컷인데 너무 멀다. 다시 범고래를 지속적으로 따라 붙어서 어느 정도 안정된 시기에 입수했다. 그리고 손과 오리발을 엄청나게 차서 범고래 옆에 붙었다. 내 앞에 그리도 원했던 청어 베이트 볼이 만들어져 범고래가 사냥을 하는 엄청난 모습들이 한순간에 만들어지다니 다소 흥분되기 시작했다. 갈팡질팡 정신이 없다. 많은 생각보다 그냥 빨리 많은 영상을 담아야 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필자 배 밑에서 혹등고래가 솟구치면서 등지느러미에 카메라가 부딪히고, 순간 혹등고래 입 속으로 들어 갈 뻔했다. 그 짧은 순간에도 고래 입을 촬영하려 노력은 했으나 위치가 뒤라서 거품에 휩싸이고 고래가 안 보인다. 순간 걱정이 앞선다. 오리발을 차면서 옆으로 이동했으나 고래와의 거리는 멀어서 촬영해도 의미가 없는 컷이 되고 말았다.

 

다시 청어를 따라서 촬영 중 혹등고래가 약간 옆으로 솟구쳐 올라오는 모습을 얼떨결에 촬영을 했다. 순간 나의 간절함을 하나님이 들어 주었다고 믿었다. 다만 찬스를 살리고 못 살리는 것은 바로 내 탓으로 돌리고서 말이다. 이렇게 노르웨이 범고래 촬영은 종료되고 모선으로 돌아와 다들 영상을 프리뷰 하고 난리인데 난 카메라와 하우징 해체가 더 급했다. 2시간 후면 하선하고 다시 트롬쇠 호텔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마음은 혹등고래와 범고래 사냥 장면이 무척이나 궁금해서 미치겠는데 볼 시간이 없다. 4시간 후 호텔에 돌아와서도 못 보고 바로 오로라 투어를 떠났다.

사실 내 마음은 오로라 투어를 가지 않고서 촬영내용을 프리뷰 하고 싶었으나 같이 간 사람들을 또한 배신할 수 없었다. 30여분 후 도착한 오로라 촬영 장소에 내리는 순간 밤하늘에 펼쳐지는 오로라는 내 생에 처음 겪어 보는 장관이었고, 사람 마음은 간사한지라 오기를 잘 했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4시간동안 질리도록 오로라를 보고서 호텔에 돌아와 바로 뻗었다. 그리고 꿈속에 나타난 범고래를 후회없이 촬영하고서 늦은 아침에 기상을 했다. 그리고 바로 리뷰를 했는데, 정신없이 범고래에만 집중했지 컷을 못 나누고 흔히 잊어버리기 쉬운 컷들은 하나도 촬영하지 못 했다. 아무리 경험이 많으면 뭐 하나. 다시 한 번 더 차분함과 냉정함을 길러야 겠다 반성을 해본다.

 

노르웨이에서 웻슈트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다만 오리발 선택에 대해서도 좀 더 고민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낮의 길이가 짧고, 손끝은 저려 오고, 발은 동상에 걸릴 것 같이 시려 오고, 슈트 입을 때 물을 묻힌 몸은 점점 얼어오고, 범고래가 늦게 발견되면 달리는 속도에 바다 물을 얼굴에 맞으며, 강인한 정신력으로 추위와 싸우면서 오로지 범고래를 촬영하겠다는 일념으로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보냈지만, 이 또한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촬영의 노하우가 될 것이다. 지나간 일이지만 그렇게 간절함이 통했는지 6일차 잠시 20분정도 범고래 조우는 내 평생 잊지 못 할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올해 다시 그곳을 방문하게 될
것 같다. 이 생각에 벌써부터 손이 시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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