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6 190호] 양돈영의 우연히 만난 카약13 (바다, 그리고 강에서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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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5/6 190호] 양돈영의 우연히 만난 카약13 (바다, 그리고 강에서 나를 본다)
  • 양돈영
  • 승인 2020.06.15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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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 양돈영
영남대학교 탐험대2대 대장
(주)코오롱근무
사이판 양스다이빙클럽 운영
캐나다 로키 트래킹 가이드
기전대학 응급구조과 강의전담교수
PADI강사, CMAS강사, IANTD강사

知者樂水仁者樂山 지자요수인자요산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
... 논어(論語) 옹야(雍也) 편

얼마만인가? 대략 3개월 만이다. 예년으로 본다면 벌써 주말 혹은 휴일에 많은 투어를 떠났을 터인데 올해는 그러지가 못했다.
"2주일 내에 대구, 경북을 방문하였다면 참석을 자제 바랍니다."
몇몇 동호회에서 번개 공지 말미에 붙은 요망 사항이었다. 또한 필자가 자주 방문하였던 거제도의 일부 대형 조선소에서는 대구, 경북인을 만났다면 자진 신고하고 2주간 자가격리 하라는 공식 공문이 떴었다고 알려 준다.

아마도 대구, 경북 출신이나 거주자는 오지 말아 주었으면하는 뉘앙스가 강하게 느껴졌다. 따라서 누구도 알 수 없는 미필적 전파자가 된다는 것은 민폐이고 알 수 없는 죄인이 된 기분이 아니 들 수 없었다. 사실 필자의 사무실에서 직선거리 500M 정도에 위치한 요양병원에서 75명의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였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에는 더욱이 스스로 움츠려졌다. 그간 가까이에서 카약에 깃발을 달고 동촌강에서 일인 시위가 아닌 일인 캠페인을 장기간 하였었다."힘내라 대구경북!!! 이겨내자 코로나19!!!"였다.

대전 부근의 카약커 모임에서 석가탄신일에 금강 다운리버 카약투어(카약으로 강물 따라 내려오는 카약투어)에 초청을 받았다.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참가하는 동호인들의 모임이었다. 또한 처음 뵙는 분들과도 반가이 인사를 나누었다. 무주군 남부면 대소리에 위치한 대소교에서 대략 19km를 맑은 강물을 따라 내려오는 멋진 투어다. 항시 자연의 일부가 되어 동화 된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일 것이다.

대전의 카야커들과 함께
대전의 카야커들과 함께

 

더욱이 팬데믹(pandemic)의 가운데서 격리 아닌 격리를 경험하는 중이라면 그 해방감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총 12명의 동호인들이 모였다. 모두들 각양각색의 또한 각종 브랜드의 카약과 복장에 화려하기 그지없었고, 모두들 건강 하고 밝은 모습에 또한 감동이다. 만남은 애절한 그리움이 따라야 했었나보다.

 

계절의 변화는 바람결 속에 숨어 있었다. 하늘은 맑았고, 청명한 공기, 적당한 산들 바람과 흐르는 강물 또한 투명하였다. 출발지에서 카약을 준비하고 시작이다. 흐르는 강은 여울이라 하여 바닥의 돌들로 인하여 바다의 파도와는 달리 급류의 매력 또한 특별함을 준다. 중간 중간 계곡에서 합류되는 강의 지류들에 인하여 물길이 바뀌고 휘돌아 치는 여울과 좌우로 회전하는 물길 또한 늘 새로움을 준다. 당연히 유유자적 나아가는 호수와 저수지에 비하면 위험 또한 내재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흐르는 강이나, 호수, 저수지, 바다에서도 수면에 일엽편주에 앉아 자신을 맡기다 보면 생각이 단순해진다. 자연과 동화된 정신과 육신의 시간들은 어쩌면 일상에서 제외된 탈출과 정지의 시간임으로 육체적인 것보다 정신세계의 건강함이 더욱 크지 않을까?

 


드문드문 양지 녘 철쭉과 신록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 또한 즐겁다. 몇 번의 휴식과 행동식을 마치고 종착지에 도착 한다. 모든 것이 순조롭지 만은 않다. 갈대숲에서 탈출하던 동료의 패들이 부러지는 작은 사고도 있었고, 필자 또한 도착지의 잠수교 다리에서 급격하게 빨라지는 강물의 유속과 방향 전환을 예상치 못하고 이겨 내지 못하여 교각에 부딪히며 전복 사고를 일으켰다. 다행히 부상사고는 없었다.

모두들 정리를 하고 몇몇은 뒤풀이 장소로 향하고, 필자는 다음날 1박2일 거제에서의 선약으로 목적지를 위한 계산법이 복잡해졌다. ‘지금 대구 집에서 자고 거제로 갈까? 아니면 바로 거제에 가서자고 내일 투어를 시작할까?’

 

2007년의 어느 날. 필자는 지나온 삶 중에서 참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누구나 그러한 시간이 있겠지만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겹친 어려움에 훌훌 털어 버리려 안동의 암자에서 3개월을 수양 아닌 수양을 하며 지냈었다. 가톨릭 신자이지만 예불 시간에 비정기적으로 참석 하고, 책도 읽고, 불면의 시간을 이겨내며 자고 먹고 하였었다. 하루 중 한번 이상 ‘정왜 주지스님’은 "차 한 잔 합시다."며 부르셨다. 그리고 늘 편한 미소와 향이 좋은 차를 주셨고 편히 이야기를 들어 주시곤 하셨다. 그렇게 긴 세월 연락이 닿지 않았으나 얼마 전 지인으로 부터 통영의 ‘도솔암’에 계신다는 소식을 듣고 한번 뵈러 간다는 통화를 하였었다. 도솔암은 고려 태조 26년(서기 943년) 도솔 선사가 세운 유서 깊은 암자로 경남 문화재 62호로 지정 된 곳이다. 많은 선사들이 공부하신 암자이기도 하다. 세월은 흘렀으나 스님께서 내어 주신 차는 여전히 맑고 향기로웠다. 내어 주신 잠자리에 들며 인연이란 무엇인가를 잠시 생각 하다가 하루의 피곤함으로 정신을 잃다시피 깊은 잠을 잤다.

2020년 5월 1일 금요일
도솔암의 아침은 청정자연이 무엇인가를 보여 주는 듯하였다. 산과 바다를 합성한 맑은 공기, 적당히 아름다운 숲, 새벽을 여는 웅장한 여명의 아름다움. 또한 멀리 바다의 섬들 사이로 솟아오르는 웅장한 일출 등이 장관 그 자체다. 또 다시 편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몇 달 아니 단 며칠만이라도 머물고 싶은 곳이다. 다시 만남은 애절한 그리움이 따라야 했을까? 배웅 하여 주시는 주지 스님을 뒤로 하고 통영 척포항으로 향한다. 척포항은 인근 도서를 운행하는 선박들과 무수한 낚싯배로 이른 아침부터 몹시 분주하였다. 1박2일의 카약 투어에는 많은 종류의 생존 장비들을 필요로 한다. 제한된 카약의 공간에 야영장비, 식량, 응급 장비 등을 카약에 쑤셔 넣어야 하는 쉽지 않은 준비와 과정을 필요로 한다.


거제에 거주 하는 동료와 달랑 2명이서 모험길을 나선다. 보통의 안전 수칙은 바다에서 3명
이상을 최소 단위로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도상 척포항에서 비진도까지의 직선거리는
7km로 그리 멀지는 않지만 바람과 조류로 인하여 실제 거리는 훨씬 더할 것이다. 바람은 그
리 험하지 않았고, 서로의 무전기 주파수를 맞추고 출발한다. 척포항을 떠나 30분 후 부터는
외해이다. 지나치는 작은 섬들을 벗어나 방해 받지 않는 자유로운 바람들의 외해에 들어가는
것이다. 갑자기 바람이 거칠어지기 시작 한다. 따라서 파도가 거세어지기 시작 하며 둘의 거
리가 소통 할 수 있는 거리로 부터 점점 멀어져 갔다. 무전기도 먹통이 되고 비상 호각도 소용
이 없어지기 시작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갑작스레 휘몰아치는 바람에 콕핏(카약의 조정석)에서 부터 물이 차기 시작하여 종아리를 적
시기 시작 하였다. 새로이 구입한 콕픽을 덮는 스커트가 느슨하였던 것이었다. 방향을 잃은
바람은 점점 미친 듯이 사방으로 부터 거칠어지기 시작 하였다. 몇 번은 연습을 하였지만 새
로이 장착한 세일 또한 문제였다. 측방, 후방에서 일정하고도 정직한 풍향과 풍속에서는 더없
이 편하게 배를 밀어 주었지만 갑작스럽게 풍향이 변하니 적응 할 수가 없었다. 조류 또한 바
람으로 인하여 역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 것 같았다. 수없이 펌프질 하고 또 패들질 하고 이
제 부터는 목적지를 향한 사투가 시작되었다. 교신도 끊어지고 바람은 거세고 파도는 높아져
콕핏에 물은 높아지고, 가야 할 길은 멀고 이제부터는 맨탈과 체력과의 전쟁이었다. ‘앞에 보
이는 비금도로 부터 대략 3km 남은 거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랜딩지 예정지점을 무시
하고 어떻게든 섬으로 붙어 보자는 마음을 가졌다.

씨 카약에도 최소 필수 안전 장비들이 있다. 안정성이 보장된 카약, 패들(paddle), 스커트
(skirt 콕핏에 물이 들어오지 않게 걸치는 장비), 보온 슈트(suit 동계에는 드라이 슈트),
패들 프룻(paddle float 입으로 공기주입 방식의 공기주머니), 핸드 빌지펌프(hand bilge
pump 조정석에 물을 뽑아내는 기구), 5M 이상의 견인줄, 해양 무전기, 방수 전화기 칼, 호각,
식수 등 이다. 그리고 3 Golden Rules of Sea Kayak Touring 이라는 것이 있다.

1) 본인의 맞는 수준의 장소를 택하라.
-바람과 파도로 부터 안전 한가?
-조류를 고려하였는가?
-최악의 경우 육지로 수영해서 갈 수 있는 거리인가?
-환경은 급격히 나빠 질 수 있음으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라.

2) 배가 뒤집힐 경우를 위한 대비책은 있는가?
-롤링(Rolling이 일면 에스키모롤이라고 한다. 카약 배가 전복 시에 복구 기술)을 할 수 있는가?
-롤링을 할 수 없으면 비상 탈출을 하고 배를 뒤집어 탈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을 필요로 하며 필히 다른 파트너의 도움이 필요 하다.
-수영을 해서 배를 끌고 나오는 것도 방법이다. 따라서 육지와의 거리가 중요 하다.

3) 상체와 하체의 분리 훈련과 개념
-골반이 자유롭게 움직여야 상체와 하체를 따로 움직일 수 있다.
-상체는 패들링을 하고 하체는 기울기, 균형의 조정을 하여 완전히 분리된 훨씬 고급의 작업, 동작,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갑자기 전화기가 울린다. 아마도 통신 서비스 불통 지역을 벗어났을 것이다. 섬에 가까웠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자신은 랜딩지점에 가까웠고 내 상황을 물어 오며, 순찰 중이던 해경 배가 가까이 있으니 지원 요청을 하였다고 한다. 점차 다가오는 해경의 배가 보이기 시작 하고 바람 또한 잦아들기 시작 하였다. 콕핏에 물을 빼고 스스로 가겠다고 하였더니 저체온증이 걱정이고 우리가 왔으니 비진도 항까지 해경 배를 타자고 한다. 잠시 여러 가지 생각이 복잡하였으나 해경정 함장의 뜻에 따르기로 하였다. 손에 쥐어 주는 커피가 참으로 평온함 을 준다. 용감히 스스로 비진도 까지 가고 싶었지만, 파릇 떨리는 손이 추위에 노출되었음을 느끼게 하였다.
우여 곡절 끝에 도착한 비진도는 평화로운 오지의 섬이었다.


미인도라는 또 하나의 이름을 간직한 비진도는 조선의 이순신 장군이 왜적과의 해전에서 승리한 보배로운 곳이라는 뜻이다. 안 섬과 바깥 섬으로 이어져 있고 서쪽에는 약 1km의 아름다
운 백사장이 있고, 동쪽에는 몽돌로 이루어진 곳이었다. 늦은 점심을 하고 막영지 구축을 한다. 거제에 사는 뉴질랜드 출신 '거제데이브'가 안부 전화를 한다. "거제도 바람이 심하고 일기
예보 차트에도 바람이 만만치 않은데 괜찮습니까?" 아내가 한국인이고 국내에도 오래 살았던 연유로 한국어가 유창하다.

긴 백사장 끝에서 주어온 나무로 모닥불도 피우고 맥주 한 캔으로 석양을 바라본다. 이런 기분이 자발적 고립이다. 도시의복잡함, 소음을 다 버리고 맑은 공기, 천연의 백사장, 적당한 남실바람, 수면에서 잠수 하듯 내려앉는 석양... 별빛을 원 없이 바라보다 잠이 들었다.

2020년 5월 2일 토요일
밤새 강, 약으로 불어 대던 바람도 사라지고 하늘에는 작은 구름들이 걸려 있다. 어제의 어려움을 털어 내고 새로이 짐을 꾸렸다. 말릴 장비는 말리고 주변 청소도 말끔히 하고 이른 오전7시에 배를 띄운다. 기상이 좋으니 걱정도 줄고 마음도 편하였다. 거리를 줄여 서로의 안전을 확보 하고, 양식장에서 촬영도 하며 여유로운 척포 귀항 길이었다.

 

안전이란 무엇일까? 스포츠의 대부분은 사고, 부상, 때로는 삶과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기도 한다. 산에서의 암벽 등반에는 로프로 연결된 파트너와 로프가 혈관으로 이어진 것처럼 서로를 잘 이해하여야 된다고 배우고 실행했었다.

SCUBA Diving에서는 버디 시스템(Buddy system)을 이해하고 숙달 되도록 많은 훈련을 한다. 믿음이기도 하다.  또한 배려이기도 하다. X-TRIP 카약클럽 카페 투어 공지에서는 "참여자의 약속"에서 “동행자는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간격을 유지하고, 서로의 시야 속에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습니다.“ 라고 적고 있다. 이번 투어는 만족하였으나 늘 아쉬움과 미진함이 남는다. 하지만 2박3일의 힐링 후에 쉴 수 있는 집으로 향한 다는 즐거움이 강하게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운전 길은 나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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