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귀신고래를 찾아서 _ 김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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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귀신고래를 찾아서 _ 김동식
  • 수중세계
  • 승인 2020.08.10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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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7/8, 191호] 수중자연다큐멘터리 촬영감독 김동식의 촬영일기 62
멕시코 귀신고래를 찾아서
글, 사진 _ 김동식 촬영감독, 이학 박사
대표 작품 :
Nat Geo(Wild Korea)
BBC(South Korea)
NBC(Haenyeo)
KBS(용궁에 살어리랏다)
MBC(DMZ the Wild)
SBS(Pacific)

∷∷∷ 코로나19 때문에 계획되었던 해외 촬영이 줄줄이 취소되고,
정부 콘텐츠지원사업도 최종심사에서 해외 아이템이라 줄줄이 떨어져
자연다큐감독으로서 가장 힘든 한해를 보내고 있다.
더욱이 방송사는 코로나19로 재방송의 명분을 얻어, 제작보다는 지속적으로 재방송을 방영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공중파,
종편방송사까지 연애, 오락 프로를 경쟁이나 하듯이 런칭하는 시대와 더불어 자연다큐제작을 꺼려하는 풍토 속에서 필자는 묵묵히 자연다큐
촬영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나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라 하겠다.

牛步千里 우보천리 : 소의 걸음으로 천 리를 간다는 뜻으로,
서두르지 않고 일을 처리함을 이르는 말.


 

2020년 멕시코(Mexican) 바하 캘리포니아(Baja California) 게레로 네그로(Geurrero Negro)에 뿐다 마리스칼(Punte Mariscal)이야기이다. 게레로 네그로 촬영을 4번째 왔지만 뿐다 마리스칼은 처음 가는 곳이다. 담당 코디가 2019년에 코디했을 때 개발한 곳이라고 한다. 자연다큐멘터리는 구성과 스토리에 따라서 촬영장소가 같을 수밖에 없다.

호텔에서 자동차로 1시간정도 사막을 달리면 바닷가에 원두막이 한 채 있고, 어부 보트 몇 척이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다소 낯설긴 했지만 지형적으로 매우 유리한 곳인 듯하다. 보트를 타고 10분만 나가면 귀신고래가 엄청 많고, 보트를 타지 않고 드론 촬영이 가능하니 촬영조건으로는 안성맞춤이다.

 

 

매일 보트를 타려고 예약을 했다. 하지만 이곳도 바람이 조금이라도 불면 보트가 나가지 않으며, 일요일은 휴식을 한다. 물론 필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중 촬영을 하기 위해 태평양 바다로 나갈 계획을 세우고 보트를 예약했지만, 예약 날만 되면 비바람이 분다. 결론적으로 이번 출장에서는 스킨 다이빙으로 밖에 촬영을 못 했다. 그리고 과거 수중세계를 통해 귀신고래를 소개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에피소드만 전하고자 한다.



에피소드1.
LA을 경유해서 멕시코 시골 공항인 로레또(Loreto)에 도착했다. 작년에 멕시코 라파즈 공항에서 까르네 서류를 만들어 오지 않아 300불을 벌금으로 낸 적이 있다. 작년 11월 프랑스 촬영 팀이 수중하우징과 카메라를 세관에 압류 당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1000만원이라는 벌금을 내고 찾아와서 촬영을 했다고 한다. 만약 카메라 가격에서 10%만 세금을 물려도 우리는 2만불이 된다. 그래서 까르네 서류를 만들어 입국 시 세관에 제출했는데 이 서류는 처음 접하는 모양이다. 세관직원들이 돌아가면서 검토를 하는데 특별한 방법이 없는 모양이다.

까르네 서류
까르네 서류

지속적으로 기다리라고 하는데 시간은 1시간이 흘러도 방법을 못 찾고 있다가 외부로 전화를 걸어서 외부에 있는 세관직원이 와서 결국 2시간 만에 해결이 되었다. 출국 때도 상당한 시간이 걸려서 나왔는데, 그 친구 왈, “다음부터 자기를 찾으면 일사천리로 해준다”고 어깨에 힘을 주는지 부러질 듯한 느낌이다.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이지만 촬영 팀들은 대부분 멕시코시티로 입국해서 이곳에 국내선으로 들어오기에 이런 서류는 처음 경험했다고 한다.


에피소드2.
로레또 공항에서 차를 렌트해서 당일 게레로 네그로까지 가려고 한 계획이 까르네 사건으로 수포로 돌아갔다. 그래서 호텔 예약과 보트 예약을 하루 뒤로 미루고 로레또 시내에서 숙박을 했다. 그리고 이른 아침에 즐거운 마음으로 출발하여 사막에서 선인장을 보고, 물수리와 이것저것 스케치를 하고서 다시 출발 하려는 순간 자동차 연료 계기판을 보게 되었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100km를 못 갈 것 같았다. 코디와 필자의 기억으로는 주유소가 100km 이상을 가야만이 있다는 것으로 판단, 결국은 다시 1시간을 되돌아 와서 주유하고 출발했다.

에피소드3.
아침 일찍 촬영을 나가기 위해서 운전대를 잡았다. 물론 운전면허증은 가져가지 못했지만 촬영 여건상 임감독이 주로 촬영하기에 피로를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출발하자마자 경찰차가 따라 붙는다. 그런데 직감적으로 느낌이 안 좋았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도로 가장자리에 차를 세웠고, 경찰이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알토(ALTO)” 알토 소리를 지른다. 스페인어를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어서 그냥 있는데 어쩌고저쩌고 계속 말을 하기에 뒷좌석에 타고 있던 코디에게 도움을 청했다. 코디는 모르는 척 하고 창문을 닫으면서 모른척한다. 급 당황 모드가 되었다. 손짓으로 보아서는 그냥 계속해서 혼자 해결하라는 뜻인 듯 했다.

"ALTO!" 정지
"ALTO!" 정지


그러나 말 귀를 알아들어야 변명을 하든지, 잘못 했다고 봐달라고 하든지 할 것 아닌가. 답답한 멕시코경찰도 일단 경찰서로 가자고 손짓을 한다. 그때서야 코디는 창문을 열고서 스페인어로 말을 주고받는다. 이유는 알토가 스페인어로 정지이다. 경찰 왈, 이곳은 신호등이 없어서 표지판에 알토를 써서 세워 놓고 운전자들이 지키는 안전수칙이란다.
그래서 딱지를 뗀다고 하면서 운전 면허증을 보자고 한다. 즉흥적으로 호텔에 놓고 왔다고 했더니 경찰서로 가자고 한다. 또 순발력 있게 차량 렌트할 때 계약서에 카피한 임감독 운전면허증을 보여 주었다. 흑백이고 얼굴도 비슷하고 한글이니 본인들도 매우 답답한가 보다.

한참을 둘이서 의논하더니 다가와서 코리아노에서는 이런 표지판 없느냐고 물어 본다. 한국은 신호등이 있어서 잘 지키는데, 여기 멕시코를 처음 왔고, 스페인어를 몰라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앞으로 조심하라고 하면서 계약서를 돌려주며 가라고 한다.

촬영 장소인 뿐따 마리스캘(Punta Mariscal)까지 왕복 알토는 약 20개정도 된다. 운전하다가 알토만보면 노이로제가 들었다. 이유는 무면허이기 때문이다. 그런 장면을 본 이곳 관광회사 차량 운전사들은 나만 보면 벌금 얼마냐고 물어본다. 그 후 별명이 알토였다.

에피소드4.
메이킹을 위해서 넓은 사막을 달리는 차량을 촬영하기 위해서 운전대를 잡았다. 그리고 임감독이 드론을 띄우면서 출발을 했다. 약속 장소까지 왔는데 도저히 차를 돌릴 수 없는 상황이다. 계속 달리면서 뒤통수가 간지러워지기 시작했다. 2.5km를 달려서 약간의 넓은 공간을 발견하고 후진해서 앞으로 나가는데 모래밭에 앞바퀴가 빠졌다. 순간 이 차량이 전륜구동이라는 것을 잠시 잊은 것이 화근이 되었고, 주변에는 모래를 파헤칠 도구가 아무것도 없다.

도로에서 손바닥 보다 큰 널빤지 하나를 주어 앞바퀴 밑을 파기 시작했다. 그러는 중 드론이 와서 촬영하고 갔으니 상황을 알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는 전화가 안 되는 지역이고, 사람들도 없으니 혼자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열심히 두더지처럼 모래를 파고 전진을 해 보았는데 더 깊숙이 빠졌다. 정말이지 의도하지 않게 메이킹이 되었고 촬영하는 사람은 없지만 혼
자서 최선을 다해 모래를 파고, 바퀴 공기압을 빼고 전진. 그런데 더 큰 구렁텅이로 빠졌다.

이제는 앞에 차량 한대가 오거나 임감독이 오거나 하나의 방법밖에는 없다. 낙심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임감독이 투덜투덜 걸어오면서 궁시렁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그러나 무슨 걸음 속도가 늦는지 30분정도 걸려서 완전한 시야에 들어 왔다. 그와 동시에 앞에 4륜구동 픽업 차량이 온다. 무조건 가로 막고 차를 세웠고, 다가가서 이야기는 해야 하는데 스페인어를 모르니 그냥 ‘Amigo’(친구)를 2번 외치고 손짓으로 차가 빠졌다. 난 코리아노다. Ballena(고래)를 촬영 오고 우리 보트 선장은 빠코(Paco)이다. 말도 안 되지만 바디랭귀지로 설명 했더니 대충 알아듣는 듯 했다. 차량 주위를 돌아보더니 방법이 없다고 한다. 내 차를 못 빼면 자기도 못 가는데 그래서 또 어쩌고저쩌고...
얘기인 즉슨, 뒤에 있는 어촌 마을로 가서 로프와 삽을 가지고 와서 차를 빼자고 이야기를 했다. 아는 말이 ‘아미고’ 이니 지속적으로 아미고를 팔아서 사정하니 본인도 어쩔 수 없이 오케이를 한듯하다.

도착한 임감독은 차를 지키라고 하고, 멕시코 차베로(Chaver)하고 후진으로 1km가량 가서 다시 차량을 돌려 3km 떨어져 있는 어부의 집에 도착했다. 하지만, 주인아저씨는 저 멀리 바다에서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 아주 작게 보인다. 차베로는 무조건 기다리자고 하는데, 난 집 주변에서 로프와 삽을 찾아서 트럭 뒤에 실고서 현장으로 가자고 했더니 마지못해서 필자의 의견을 따랐으며 결국 출발했다. 가는 도중에 임감독이 이런 상황을 촬영했으면 하는 마음인데 이심전심일까, 필드에서의 경험일까 이미 카메라를 들고서 대기 하고 있었다.

 

 

삽으로 파고서 로프를 걸려고 하는데 로프를 걸만한 곳이 없다. 기아 카니발인데 여기서는 SEDONA이다. 결국은 고민 끝에 유압 자키를 꺼내서 앞바퀴를 들고서 바퀴 밑에 지속적으로 모래를 채우며 차베로가 운전을 하고 우리 둘이서 뒤에서 밀면서 결국은 차를 빼냈었다. 그리고 차를 보내기 위해서 후진한다고 했더니 손사래를 친다. 자기가 후진해서 도로주변 모래언덕을 거의 45도 이상 한쪽 바퀴를 걸치면서 내 차를 옆으로 이동하게 하여 정리가 되었고, 약간의 팁으로 500페소와 아미고 하면서 포옹하면서 헤어졌다. 그리고 다시 어부 집에 가서 로프와 삽을 돌려주는데, 역시 말이 안 통해서 여기서도 진땀을 빼고서 돌려주었다. 하루 일과 엉망이 되었지만 메이킹은 재대로 건진 것같다.


 

 

 

 

이곳은 호기심 많은 귀신고래가 보트 옆으로 다가와서 머리를 내밀기 때문에 손으로 고래를 만질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귀신고래와 교감 한다는 것은 그 어떠한 수식어를 갔다 붙여도 안 어울린다. 그냥 수식어가 필요 없는 그 자체가 자연이 줄 수 있는 아름다운 감동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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