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쓰레기통 취급한 인류에 대한 경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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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쓰레기통 취급한 인류에 대한 경종
  • 수중세계
  • 승인 2020.09.15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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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재경(자연환경국민신탁 대표이사), 사진 이선명

∷∷∷ 숨 막히는 광경
이것은 소리 없는 반란이다. 인류에 대한 바다의 반란이다. 이선명 소장•김병일 대표 등 베테랑 다이버들과 같이 입수한 서귀포 동방파제 앞 자구리 수중은 모순과 역설의 극치를 보여준다.1) 이곳은 원래 펄이 없이 모래지역이었다는데 어느새 쓰레기와 오니(슬러지) 투성이로 변하였다. 4명의 다이버들이 살펴본 약 2ha 정도의 바다 밑은 쓰레기들이 빠진 것이 아니라 넓은 쓰레기장에 바닷물이 유입되었다는 느낌을 준다.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들은 눈을 의심하게 만들고 심장을 짓누른다. 수경을 쓰고 호흡기를 물고 있음에도 솟구쳐 오르는 탁류에 숨이 막히는 듯한 압박감을 느낀다. 잠시 진정하고 찬찬히 살펴보니, 생수를 담는 플라스틱 페트병들이 가장 많이 눈에 띈다. 수 많은 페트병들이 발사하고 남은 포탄 껍질처럼 수 십 개씩 여기 저기 쌓여 있다. 오니 속에 묻히지 않은 페트병들은 점차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로 변하고 있다. 납추를 매단 폐어망들도 오니 속으로 묻히지 않고 사방에 뒹굴고 있다. 오니를 탐침봉으로 찔러보니 1m는 족히 들어간다. 탐침봉을 걷어 올려보니 이미 넝마가 된 마대와 비닐 포대들이 부유물들과 함께 딸려 올라온다. 미세 플라스틱은 바위에 서식하는 해조류들에 가장 빨리 달라 붙지 않겠는가? 해조류들이 없는데 물고기들이 어찌 살겠는가? 무어지경(無魚之境)이다.
하필이면 눈부시게 아름답고 우렁찬 서귀포 정방폭포 앞바다가 조용히 그리고 철저히 썩어가고 있다. 북태평양(하와이 동쪽 캘리포니아 서쪽 사이의 해역)의 쓰레기섬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 여기 이 많은 플라스틱과 넝마와 쓰레기들이 다 부스러지고 썩으면 서귀포 바다는 어떻게 될까? 저 두터운 오니 밑에는 어떤 쓰레기들이 얼마나 쌓여 있을까? 여기만 어쩌다가 이 모양일까? 제주의 바다오염이 서귀포 앞바다 동방파제 해역에 국한된 현상일까? 불행하게도 그렇지 않다. 오염의 복병들은 다른 곳에도 있다.

1)서귀포 자구리 앞바다 다이빙은
2019년 4월 7일(토) 10시45분
입수하였고, 11시15분 출수하
였다. 시야는 3m, 수온은 19도
에서 15도를 기록하였고,
최대 수심은 14.9미터였고
평균 수심은 10.2m였다.
*다이빙 기록 : 이선명소장

 

∷∷∷ 신음하는 제주 바다
외돌개 쪽에서 바라보는 서귀포 바다는 눈이 부시다. 가운데 문섬을 두고 왼쪽에 섶섬과 오른쪽에 범섬이 자리 잡고 있는 서귀포 앞 바다는 경관과 생태가치가 뛰어나 자연공원(군립공원), 해양보호구역, 문화재보호구역 등 각종 보호구역들에 의하여 보호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산호의 과반이 훨씬 넘는 종이 서식하는 문섬과 거기 딸린 새끼섬은 수중 생태계가 훌륭하고 경관이 아름다워 한번 들어가 본 사람은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몽골시대 고려군이 피신하여 최후까지 항전하였다는 범섬은 물 위에 드러난 기암괴석들과 해식동굴들이 감탄을 자아낸다.
이 멋진 범섬 수중이 볼 상 사납게 변모하고 있다. 범섬 수중 전체를 둘러보기 전에 우선 접근이 매우 힘들어 한시적으로 드나드는 기차바위를 먼저 보자.2) 수심 15m 아래 위치한 기차바위 정상에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경관에 어울리지 않게 부채산호와 해면이 낚싯줄과 폐어망 그리고 통발 등에 잔뜩 휘감겨 있다. 특히 연승어선이 뿌렸다가 유실돼 방치된 주낙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였고 마치 거미줄같이 어지럽게 얽혀 있다. 이 줄들의 감옥 속에 갇혀 있는 산호들은 죽지 못해 겨우 목숨을 지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머리에 이 한 마리만 들러붙어 있어도 찝찝해 하고, 다리에 붙어 피를 빨아대는 거머리 한마리에도 화들짝 놀랜다. 인류는 이처럼 작은 고통조차도 참기 어려워하는데, 수중 생태계는 훨씬 심각한 고통을 묵묵히 잘 참아낼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서귀포 앞 바다는 이미 한참 전부터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다이버들의 걱정을 사기 시작하였다. “바닷물이 갈수록 탁해진다”는 우려와 함께 바다 밑에 쓰레기가 쌓인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쓰레기만 쌓이는 것이 아니다. 또 쓰레기도 쓰레기 나름이다. 제주 서쪽 해역의 차귀도 수중에는 쓰레기를 넘어 중금속이 쌓인다. 차귀도가 어떤 곳인가? 차귀도는 그앞에 있는 본도의 수월봉과 함께 UNESCO 지질공원으로 인정받은 곳이다. 지금도 제주도 배낚시 단골처이다. 그러다 보니, 떨어져나간 각종 낚시줄들이 뒤엉켜 있고 낚시추들이 수북히 쌓여 있다. 1993년 이곳의 실태를 고발하기 위하여 다이빙한 김병일 대표와 본지 발행인의 말에 따르면, 끔찍하게도 차귀도 수중의 문어는 낚시 추들을 긁어모아 자기 서식처를 은닉하는 건축자재로 사용하여 그 안에서 새끼들을 돌보고 있었다고 한다.

 

자구리앞 수중의 쓰레기 대부분이 플라스틱류이었으며,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가 상당히 이루어진 상태로 보였다.
자구리앞 수중의 쓰레기 대부분이 플라스틱류이었으며,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가 상당히 이루어진 상태로 보였다.
겨우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감태.식용으로 우리네 밥상에 올라온다면
겨우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감태.식용으로 우리네 밥상에 올라온다면

 

 

∷∷∷ 낚시천국
관계 당국은 문어의 납 중독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러나 제주 바다를 찾는 사람들은 납으로 인한 중금속 오염을 걱정한다. 수년 전 UNESCO 인간과생물권(MAB) 한국위원회에 제주생물권보전지역(BR) 관리와 생태관광 방안이 거론되었을 때 이미 이러한 수중오염의 심각성이 지적되었고, 제주도 관계자들은 “대책을 마련 중이다”고 답변하였지만, 실제 오염정화 활동이 이루어졌다는 말을 듣지는 못하였다. 해녀들의 반대로 종래 다이빙이 불가능하였고 지금도 그러할 진대, 누가어디를 어떻게 조사하고 정화하였는가가 의문이다.

수중의 납 오염은 제주도 북부 추자도 인근 해역에서도 관찰된다. 여기는 어선들이 밤이면 밤마다 집어등을 밝히고 갈치 등 각종 물고기를 잡는 곳이다. 수중세계에서 입수한 사진자료에 따르면, 넓적한 바위 위에 수많은 낚시추(봉돌)들이 빼곡히 박혀 있다. 이는 오랜 세월 수많은 낚시 쓰레기들이 침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자업자득이다. 낚시인들이 갈수록 넘치는데 어찌 낚시 쓰레기들이 넘쳐나지 않겠는가. 수협중앙회 산하 수산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낚시인들이 바다낚시로 잡은 채포량은 11만6천 톤으로서 전체 연근해 어획량(93만톤)의 12.5%에 해당한다.

천년이 시작될 무렵 낚시인들의 채포량은 약10%로 추정되었다. 해양레저인구의 증가로 낚시 인구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예능인들이 출연하는 낚시 관련 프로그램의 영향인지 최근 들어 기하급수적으로 인구가 늘고 있다. 얼마전 답사한 거제도 외에도 전국의 모든 바다는 낚시인들에 의하여 점령되었다. 국립공원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홍도(흑산도) 바다에도 낚시인들이 낚시줄을 곳곳에 드리운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들은 Q&A 등을 통하여 “해상국립공원에서 낚시가 금지 된다”고 밝히고 있지만, 자연공원법•해양환경보전법•해양생태계법 등을 연계하여 해석할 경우, 해상국립공원 내 낚시인들을 단속할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다.

바다낚시는 해양이 인류에게 제공하는 최고의 자연혜택(생태계서비스) 중의 하나이다. 낚시인들은 이 서비스에 대하여 어느 정도 성의를 보여줄 책무가 있다. 낚시인들은 비닐이나 플라스틱 같은 생활쓰레기를 버리지는 않더라도 미끼로 바다를오염시키고 낚싯줄이나 낚시추 등을 떨어뜨림으로써 해양생태계를 파괴한다. 낚시는 무상으로 즐길 지라도, 오염과 파괴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 해양생태계법은 입어료 등의 명목으로 해양생태보전협력금을 부과할 법적 규정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협력금은 물고기를 잡아가는 대가가 아니라 낚시인이 해양생태계에 지우는 부담을 보상하려는 제도이다. 하지만 낚시인들은 한사코 이를 거부하고 정치인들이 이를 지지하여 법제화가 방해를 받고 있다. 낚시라는 혜택은 누리면서 이를 제공하는 바다에 대한 배려가 뒤따르지 못한다. 환경법의 기본인 수익자부담의 원칙이 외면당한다.

 

동해의 실태 중 일부분. 우리가 드나드는 어초에 폐어장과 주낙이 휘어 감싸고 있다.바로 옆에는 양식장 폐시설물이 마치 커다란 탑같이 보일 정도로 방치되어 있었다.
동해의 실태 중 일부분. 우리가 드나드는 어초에 폐어장과 주낙이 휘어 감싸고 있다.바로 옆에는 양식장 폐시설물이 마치 커다란 탑같이 보일 정도로 방치되어 있었다.
동해의 실태 중 일부분. 우리가 드나드는 어초에 폐어장과 주낙이 휘어 감싸고 있다.바로 옆에는 양식장 폐시설물이 마치 커다란 탑같이 보일 정도로 방치되어 있었다.
동해의 실태 중 일부분. 우리가 드나드는 어초에 폐어장과 주낙이 휘어 감싸고 있다.바로 옆에는 양식장 폐시설물이 마치 커다란 탑같이 보일 정도로 방치되어 있었다.
동해의 실태 중 일부분. 우리가 드나드는 어초에 폐어장과 주낙이 휘어 감싸고 있다.바로 옆에는 양식장 폐시설물이 마치 커다란 탑같이 보일 정도로 방치되어 있었다.
동해의 실태 중 일부분. 우리가 드나드는 어초에 폐어장과 주낙이 휘어 감싸고 있다.바로 옆에는 양식장 폐시설물이 마치 커다란 탑같이 보일 정도로 방치되어 있었다.
동해의 실태 중 일부분. 우리가 드나드는 어초에 폐어장과 주낙이 휘어 감싸고 있다.바로 옆에는 양식장 폐시설물이 마치 커다란 탑같이 보일 정도로 방치되어 있었다.
동해의 실태 중 일부분. 우리가 드나드는 어초에 폐어장과 주낙이 휘어 감싸고 있다.바로 옆에는 양식장 폐시설물이 마치 커다란 탑같이 보일 정도로 방치되어 있었다.

 

오래된 폐어망 납추로 다가가고 있는 해삼한마리가 마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전사같이 보이는 이유는...
오래된 폐어망 납추로 다가가고 있는 해삼한마리가 마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전사같이 보이는 이유는...

 

 

 

∷∷∷ 수중오염 자유지역
이번 서귀포 수중오염 조사는 제주를 사랑하는 현지 전문가들의 제보로 이루어졌지만, 문섬47 회원들과 생명회의 회원들 그리고 자연환경국민신탁 황은주 박사 등 환경전문가들이 다수 참여하였다. 이들의 전문을 종합하면,  전국의 바다는 이미 수중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는다. 동해에서 서해에 이르기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심각함은 부정할 수 없겠다. 해상은 낚시를 제외하면 그럭저럭 관리되지만 해양(수중)은 관리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든다.

동해 연안의 경우에는 오래 전부터 바다숲 개념을 기반으로 이른바 바다목장 사업들이 실시되었는데, 이것이 오염으로 일그러지고 있다. 바다목장은 수중의 해조류들이 녹아내리고 바위에 석회조류가 달라붙어 생물서식지를 황폐화시키는 ‘갯녹음’(백화현상)에 대응할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수중세계가 입수한 다이버들의 실태사진을 보면, 이 시설들에 통발이나 폐어구들이 주렁주렁 걸려 있을 뿐만 아니라 폐플라스틱들과 같은 생활 쓰레기들도 보인다. 곳에 따라서는 쓰지 못하게 된 시설물이 통째로 버려진 경우도 있다.

동해의 최전방 울릉도와 독도는 어떨까? 2016년 가을 세계수중사진촬영대회를 맞이하여 방문한 울릉도와 독도 역시 쓰레기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애국심이 넘친 탓일까 … 수중에는 이곳을 찾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태극기와 도시락 포장재들이 여기저기 눈에 띠었다. 더 큰 문제에 봉착한 일은 독도 주변의 수중 생태통로이다. 무슨 말인가? 주지하다시피 한국전쟁 전까지만 해도 울릉도와 독도는 강치의 최대 서식지였다. 하지만 일제 식민지 강점기 때부터 강치가 남획되었고 1970년대에 이르러 강치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해양수산부는 울릉도에 “강치야, 돌아오라”는 조각상을 세웠다. 조각상을 세워 강치가 돌아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강치가이곳에 오고 싶다 하여도 사방은 어망들로 둘러싸였고 촉수 높은 집어등들은 진로를 위협한다. 서식지와 서식지를 연결하는 이동통로가 이처럼 인위적 개입과 오염으로 말미암아 봉쇄되었다.

서해안 최남단의 흑산도와 홍도 수역의 수중도 별반 다르지 않다. 10년 전, 오랜 세월 홍어잡이에 종사한 김완식씨 등 다물도 어업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오래 전부터 바다는 폐어구들이 곳곳을 점령하고 있다. 즉, 홍도에서 고군산열도에 이르는 홍어 이동통로가 버려진 폐어구들로 인하여 방해를 받는다. 그러한 가운데 홍어잡이 어선 닻에 폐어망들이 다수 걸려 올라오지만, 육지로 가져간다 하여도 처분할 길이 막연함이 현실이다. 폐기물은 연안 어느 곳에서도 골칫거리이다. 제도적으로는 보상경로가 열려있지만, 신안군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저장창고에 이미 많은 물량이 쌓여 있어 수거•보상에 소극적이다. 낙도의 생활쓰레기들은 바지선에 아슬아슬하게 쌓여있지만, 관할 지자체들은 치울 여력이 없고, 어업인들 또한 폐기물을 건져 올릴 유인이 없는 가운데, 태풍이라도 불면 이 쓰레기들은 다시 바다로 들어간다.

수중오염은 고형 폐기물들만의 결과가 아니다. 양식업은 육상의 축양장을 포함하여 거대한 오염원이다. 양식업이 주요 소득원인 남해안의 완도•거제도•통영의 앞바다는 환경용량이 문제된다. 바다에 투하되는 물고기 사료들은 짧은 시간에 물고기들이 먹지 못하면 그대로 물 밑으로 가라앉아 적지 아니한 수질오염을 유발한다. 축양장 관리 형태도 오염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양식업자들이 정기적으로 사료 찌꺼기들을 정화한다지만, 양식장 밑에 쌓인 오염물로 미루어 바다와 사람이 정화하는 오염량보다 바다에 버려지는 부하량이 많은 가운데 양식업자들이 해양 수질오염 정화에 어떻게 기여하는가를 알기 어렵다.

 

∷∷ 공유수면 독과점의 결과
그동안 해양•수산 세력과 집단은 바다를 독점하면서 타인과 외부인의 간섭과 이용을 철저히 배제하였다. 전 연안을 촘촘히 둘러싼 마을어장과 양식업 그리고 여타의 어업권들 때문에 모든 해양산업과 사업 그리고 활동은 돈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공유수면은 공동소유가 아닌 국민의 총유이기 때문에 중층 구조의 구분 소유와 복합적 이용이 당연한 수면이지만 잘못된 법률과 행정으로 말미암아 그간 어촌계와 해녀들에 의하여 독점적으로이용되었다.
어쩌면, 독점적 이용을 넘어, 공유수면은 철저히 사유수면처럼 점유•이용되었다. 그 결과 실험용 심층수 취수•배수시설도 마을어장을 지나갈 수 없었고, 공유수면에 들어가는 다이버들은 해산물을 훔쳐가는 도둑으로 취급되었다.

대한민국에 그리고 지구상에 공유수면이 아닌 바다가 어디에 있다고 이런 독점적•배타적 지배가 횡행하는가? 그 독점•배타적 지배의 결과가 겨우 이런 바다의 쓰레기통 화(化)란 말인가? 참으로 기가 막힌다.
수익이 있는 곳에 부담과 책임이 있건만 수익을 누린 해양세력과 수산세력은 해양오염에 어떻게 대처하였는가? 해양과 수산의 점유권을 규율하면서 공정하고 공평한 이용을 도모할 책무가 있는 해양수산부와 각 지방해양수산청 그리고 해당 전문기관들 나아가 관할 지방자치단체들은 그간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육상기인 오염물질만 탓하고 있을까? 아니면 중국에서 유입된 표착 쓰레기를 탓하고 있을까? 놀지 않고 그 무언가를 위하여 모두가 열심히 뛰었겠으나 수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참담한 수중오염이 바다의 운명을 위협하고 있다.

 

 

∷∷ 엎친 데 덮치기
수중을 통해 생업을 영위하는 계층은 어업인만이 아니다. 어업인들은 첨단 기술과 도구를 활용하여 물고기들을 포획하지만, 해녀들은 전근대와 거의 달라진 바 없이 지금도 온 몸을 바다에 던져 해산물을 채취한다. 과거와 달라졌다면 잠수복 정도랄까? 폐어구가 수중을 점령하고 수질이 오염되면 해녀들은 직접적인 위험에 처한다. 폐어망에 휘감기면 생명이 위험하고, 수질오염이 심각해지면 앞이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복•해삼•소라 등의 해산물이 감소한다. 또한 오염된 해산물의 유통도 간과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이다. 관계 당국은 수중 생태계 파괴와 수질오염 규제에 한계를 절감하고 있어, 해녀들의 민원을 경청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해녀들과 관계 당국은 해양 생태계 파괴와 수질오염의 원인자로서 어선세력이나 낚시객들 또는 양식업자들을 지목하는 대신에 수중레저 다이버들에게 화살을 돌린다. 과거 일부 몰지각한 다이버들이 마을어장이나 유어장 등에서 수산물을 채취한 전력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업자득이다. 불신의 전통은 지금도 해녀들의 의식에 남아있어 어떤 해녀들은 다이버들을 도둑× 취급한다. 그러다 보니 공유수면의 복합적 이용에 관하여 어촌계내지 해녀들과 다이버들 사이에 임의적 약정을 통한 협력이 곤란하다. 이와 같은 질곡을 극복하고자 수중레저활성화법 시행령을 제정할 당시에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되고 어촌계·해녀·다이빙사업자·교육자·다이버 등이 이해당사자로 참여하는 자발적 협약(VA) 제도를 도입하고자 하였으나 서로의 불신 때문에 불발되고 말았다.

수중오염이 심각한 정방폭포 앞바다(자구리) 수중에 서귀포시가 유어장을 허가하고 인근 동방파제에 탈의장을 설치함은 외관상 합법적인 듯이 보이지만 환경정의에 맞지 아니한다. 잔뜩 오염된 수역에 유어장을 설치하고 탈의장을 이용하지 않는 다이버들에게 이용료를 징수하는 일도 그렇다. 이 돈이 어촌계로 귀속됨은 설상가상이다.
동방파제 공사로 인하여 이 수면에 대한 어촌계의 권리가 소멸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순은 공유수면의 주인공으로서 어촌계와 해녀들이 누리는 강력한 힘과 다이버들의 미약한 법적 지위 그리고 유권자들의 표에 연연하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어정쩡한 입장이 빚어내는 공유수면의 비극이다.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자구리 수중에 여러번 입수한 적이 있는 이선명 소장의 말에 따르면, 여기에는 그 때 이미 피항한 각종 어선들이 버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폐배터리, 폐어망 그리고 각종 어구와 가전제품들이 빠져 있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미세 플라스틱과 넝마 등으로 형성된 걸쭉한 오니들이 이 고형 폐기물들을 덮게 되어, 당장 눈에 띄는 것들은 자질구레한 생활 쓰레기들이다. 그러나 이 오니들을 흡착하면 어떤 모습들이 드러날까? 오니와 쓰레기 성상에 대한 정밀조사 없이 오니들을 흡착하여 거두어 올리면 어떤 사태를 초래할 것인가? 신중한 접
근이 필요한 이유다.

범섬 기차바위에세 주낙을 비롯한 낚싯줄을 거두고 있는 필자와 문섬47 회원인 굿다이버 김상길 강사.
범섬 기차바위에세 주낙을 비롯한 낚싯줄을 거두고 있는 필자와 문섬47 회원인 굿다이버 김상길 강사.

 

 

∷∷ 법의 사각지대
육상의 쓰레기도 처리하기 곤란한 상황에서 바다의 그것도 수중의 쓰레기와 오니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지난한 과제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서는 먼저 법률들이 안고 있는 사각지대부터 해결하여야 한다. 현행 법제는 해역관리청들로 하여금 각각의 수역을 나누어 해양오염을 방지하도록 규정한다. 우선 해양환경관리법(제2조제20호)은 해역관리청의 관할과 기능을 「해양환경 보전 및 활용에 관한 법률」(제2조제8호)에 맡긴다. 동법은 해역관리청을 “관할해역의 해양환경 개선, 해양오염방지활동 등 해양환경관리업무를 수행하는 행정관청”으로 정의하고, 관할해역을 해양수산부장관과 시·도지사로 구분한다(제2조제8호).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장관은 배타적 경제수역, 대한민국의 환경보전 관할해역, 환경관리해역, 국가어항, 무역항및 연안항을 관할하고, 광역시장·도지사 및 특별자치도지사는 영해, 내수 및「영해 및 접속수역법 시행령」으로 정하는 해역을 관할한다. 해역관리청은 해양환경관리법(제24조)에 따른 해양오염방지활동을 수행한다. 해양수산부장관이 폐기물 해양 수거·처리 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시·도지사는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추진한다.

그렇다면 앞에서 열거한 각종 수중오염 사례들은 대부분 시•도지사 관할이다. 이러한 행정체계가 왜 작동되지 않는가?
해양오염방지와 관련하여 사계에서는 납득되지 않는 관행이 있다. 유류오염에 대하여서는 관계기관이 혼신의 힘을 다하여 대처하고 언론도 관심을 가진다. 하지만 고형•액상 폐기물들에 대하여서는 모두가 관대하다. 물 위에 표류하거나 연안에 밀려든 폐기물은 치울 기관이 있지만 물속에 가라앉은 폐기물은 치울 기관이 없다. 수중도 수면이요 해저도 수면이지만 관계 기관들은 해저 쓰레기와 오니에 대하여 속수무책이다. 수중오염을 정화할 수 있는 다이버 등 전담인력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해양경찰청이 안전 차원에서 수중 담당 인력을 운용하지만 이들은 수난구조가 본업이다.
 

낚시를 하기위해서는 그때마다 닻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연산호 한그루가 마치 풍전등화 같은 형상으로 보인다.
낚시를 하기위해서는 그때마다 닻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연산호 한그루가 마치 풍전등화 같은 형상으로 보인다.

 

 

∷∷ 촘촘한 법집행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었다고 하여 임기응변으로 문제된 곳만을 정화함은 미봉책이다. 공간별 특성에 따른 접근이 필요하다. 해양수산부장관이 무역항•어항 등의 항구와 해양보호구역(해양생태계법 제25조에 따른 생물보호구역•생태계보호구역•경관보호구역 및 제36조에 따른 시•도해양보호구역)과 환경관리해역(해양환경관리법 제15조에 따른 환경보전해역•특별관리해역)만을 관할하면서 그 밖의 해역 즉 영해를 모두 시•도지사 관할로 맡기는 보호구역•관리해역 중심주의는 불합리하다. 대부분의 영해는 사실상 보호나 관리를 받지 못하는 공유수면이다.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거버넌스(협치) 체계의 구축이 절실하다. 해양수산부장관과 시•도지사가 협치 체계를 구축하고 공동으로 책임을 이행하여야 한다.
다음에 촘촘한 오염규제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육상기인 오염물질에 대하여서는 해양환경보전법(제7조)에 따라 오염물질의 해양유입•배출•처분의 관리가 이뤄지지만 환경부와 지자체가 협력하여 비점오염원(쓰레기•폐수•토사 등)을 관리하여야 한다. 축양장(육상해수양식어업)들의 폐수에 대한 규제가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관할 기초 지자체들은 바다로 유입되는 도서•연안의 생활 쓰레기들에 대한 처리대책과 함께 하천 쓰레기 수거용 거름망 설치를 프로그램으로 실행하여야 한다.
아울러 해상기인 오염물질에 대한 느슨한 관리가 엄격하게 집행되어야 한다. 해양투기 자체뿐만 아니라 양식장 해저오염이 관리되어야 하고, 해양보호구역과 해상국립공원에서의 낚시 행위가 관리되어야 한다. 법제를 개선하여 특정한 낚시장소들을 지정하고 낚시인에게 오염부담금을 징수하여야 한다. 수산자원법 상의 어구철거(제68조)와 어구표지(제69조)를 적극적으로 운용하여 일실 어구를 관리하여야 한다.
나아가 수중오염의 체계적인 정화와 보상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먼저 거점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해양환경관리법상의환경정보망(제11조)과 해양생태계법상의 조사•관찰(제29조) 체계를 활용하여 수중오염 모니터링을 실시하여야 한다.
해양환경관리법상의 해양환경개선조치(제18조)를 원용하여 정기•부정기적으로 연안(수심30m 이내) 쓰레기와 근해(수심30m 이하) 쓰레기를 수거하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쓰레기 성상에 따른 차등보상이 실시되어야 한다. 폐그물•폐주낙등 대형 폐기물은 종전처럼 종량제를 유지하고 낚시도구 등 미세어구에 대하여서는 정성제(定性制)를 도입하여야 한다.

 

 

∷∷ 거버넌스와 포트폴리오
관할 행정기관 상호간의 역할분담이 개선되고 협치 원리에 따른 민간단체의 참여가 요청된다. 해양수산부가 허브역할을 수행하면서 해양환경공단•국립공원공단•어촌어항공단•수산자원관리공단•지자체 등이 협력하는 기관 간 행정협정이 체결•운용되어야 한다. 지금도 기관 간 협정이 없는 바는 아니나, 미국 해양오염방지 체계처럼, 관계기관 간 시행기간별 예산분담과 책임내역이 명시되어야 한다. 민관의 협치 차원에서 어촌계•해녀단체•수중단체가 참여하여야 하며 자원봉사 다이버들의 명예가 고양되어야 한다.
자발적 협력관계를 형성하기 위하여서는 국민신탁법(제19조)에 따른 보전협약을 이용할 수도 있다.

남은 과제는 비용이다. 포트폴리오 원리에 따른 재정운용이 필요하다. 해양수산부는 해양환경개선부담금(해양환경관리법 제19조)을 활용하여 재원을 확보하여야 한다. 관할 지방자치단체들과 해양환경공단•국립공원공단 등 전문기관들은 집행예산에 수중정화 항목을 편성하고 우선순위를 높여야 한다. 수산 사업자들에게 환경정의에 따른 수익자부담의 원칙을 적용하여야 한다. 나아가 모든 비용을 정부와 사업자에게만 부담시킬 것이 아니라 해양의 자연혜택(생태계서비스)을 무상으로 누리는 낚시인•해수욕객•유람객 등을 대상으로 기부(신탁) 방식에 따른 자연혜택지불제(PES)를 추진할 수도 있다. 담배꽁초 등 수중 플라스틱 방지를 위한 캠페인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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