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ht Box] 민베도라치 의 입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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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 Box] 민베도라치 의 입싸움
  • 수중세계
  • 승인 2020.10.0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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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 Box

글, 사진 이선명

스쿠버를 배운 후 행운이 따라주어 얼마 지나지 않아 수중사진을 처음 시작하였고, 어언 50년 가까이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짧지 않은 세월동안 본지의 편집에 관여해오다보니 남는 건 수많은 사진과 이와 연관된 이야기가 담긴 지우기 힘든 기억들이 전부이다. 대부분 어느 장르에 치우치지 않고 그야말로 다작에 매달려 왔다고 할 수 있겠다. 실험적인 사진이나 각종 대회 입상을 염두에 둔 사진부터 도감제작이나 보도를 위한 사진까지 참으로 쉼 없이 카메라에 의지 한 채 전 세계 수중세상 곳곳을 다닐 수 있었다.

그동안 쏟아 부은 열정과 경비를 값으로 계산 할 수는 없지만 사무실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슬라이드 필름과 색이바랜 장비가 그 답을 대신 해주는 것 같다. 워낙 방대한 물량이기도 하지만 필름특성상 시간이 갈수록 훼손되고 이미 많이 진행된 것도 많기에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틈나는 대로 필름스캔작업을 시작하였다.

우선 순서 없이 하다 보니 별도로 부연설명을 첨부해야할 사진이 두서없이 눈에 띄었다. 아마 어디에도 소개된 적이 없는 것 같아 하나하나 의미가 있는 사진을 골라 본지를 통해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 새로운 코너로 연재를 시작하려고 한다. 시기나 작품의 가치 등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내키는 대로 기억에 또렷이 남는 사진을 골라 설명을 곁들여 공유해보는 첫걸음을 내딛어 본다.




민베도라치의 입싸움

이번에 소개하는 사진은 1994년 7월9일 강릉경포대 십리바위 수중 10.4m 수심에서 찍은 장면으로 몸 전체를 노출시키는 모습을 보기 힘든 물고기가 빠른 동작으로 나돌아 다니기에 따라가 보았다. 놀랍게도 작은 구멍에 다른 한 쌍이 얼굴만 내밀고 있는 곳에 멈추기에 처음에는 기특하게도 사진에 담으라고 안내까지 해준다는 생각에 매우 신기했고 고맙게 생각 하였다.

한 장 정도 찍었을까, 갑자기 수컷으로 보이는 한 녀석이 구멍 속에서 튀어나오더니 이곳으로 인도한 다른 수컷과 맹렬하게 입맞춤을 시도 하였다. 작은 머리가 어쩌면 저렇게 입이 크게 벌어질 수 있을까가 놀라웠고 동성 간의 구애동작일리는 없기에 짝짓기를 위한 암컷 쟁탈전이나 보금자리를 차지하기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음을 짐작케 되었다.

당시로는 도감작업을 위해 수중생물의 모습 담기에도 감지덕지하던 시절이라 생전 처음 보는 생활사의 한 단편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져 흥분이 극에 달했었다. 너무나 빠른 동작을 보이기에 정말 이들보다 더 고군분투하며 어렵사리 찍은 사진들이라 내게는 보물같이 느껴지는 사진이다.

얼마 전 유튜브를 통해 이보다 훨씬 크고 화려한 물고기가 같은 동작으로 암컷을 차지하려고 싸움하는 장면의 동영상을 보게 되어 서둘러 보관박스를 뒤져 슬라이드 필름을 찾아보게 되었다. 가장 강한 수컷으로 하여금 알들을 수정케 하여 아주 건강한 2세를 배출 하는 자연의 법칙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눈 아래쪽에 지저분한 흰점, 갈색점들이 있는 놈이 수컷이다.
눈 아래쪽에 지저분한 흰점, 갈색점들이 있는 놈이 수컷이다.

 

굴(산란장소, 집)과 암컷을 지키기 위해서 입 싸움 중인 수컷 민베도라치(수컷끼리 싸울 때나 암컷끼리 싸울 때, 옆에 있는 암컷, 수컷은 끼어들지 않는다.)
굴(산란장소, 집)과 암컷을 지키기 위해서 입 싸움 중인 수컷 민베도라치(수컷끼리 싸울 때나 암컷끼리 싸울 때, 옆에 있는 암컷, 수컷은 끼어들지 않는다.)

 

민베도라치는 입천장 뒤쪽에 선홍색점들이 빽빽이 발달해 있다.
민베도라치는 입천장 뒤쪽에 선홍색점들이 빽빽이 발달해 있다.

 


민베도라치
학명: Zoarchias major              해설 명정구 _ 한국해양연구기술원


농어목, 장갱이과(Family Stichaeidae)에 속하며 우리나라에서는 Zoarchias 속에 민베도라치와
우베도라치(한국 고유종)의 2종만 기록되어 있다. (이 종류들을 등가시치과(Family Zoarchidae)에 포함시키는 학자들도 있다.) 차가운 물을 좋아하는 온대성 어종으로써 우리나라 동해, 남해, 제주도와 일본(야마구찌현,큐슈우 북부, 와카야마현, 세토나이카이 등)에 분포, 얕은 연안이나 조수 웅덩이의 바위굴에 서식한다. 바위 굴속에 알을 낳고 암컷 단독, 수컷 단독 또는 암, 수컷이 함께 알을 보호한다.

이 종은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에는 15개 이상의 검은 막대형 무늬가 몸통과 이어져 있는 점, 눈 위에 콧구멍 튜브(비관)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수컷은 눈 아래 뺨에 흰점들이 지저분하게 나 있어 암컷과 구분된다. 전장은 10-12cm의 소형종이다.

민베도라치는 ‘입 싸움’으로 유명한 종으로 시도 때도 없이 입을 벌리고 맞대어 싸우는 종으로 알려져 있다. 치열하게 싸울 때는 집(굴)밖으로 나와서 중층으로 오르며 싸우기도 한다. 암컷끼리도 싸우고 수컷끼리도 싸운다. 어떤 때는 굴속에 들어있는 수컷을 내 쫓으려는 듯 암컷이 수컷에게 싸움을 걸어오기도 한다. 서로 입 크기로 상대방을 제압하려는 행동으로 보이며 가끔은 입으로 물기도 한다. 아무튼 싸워서 이긴 놈이 ‘굴(집)’을 차지한다.

다정하게 굴속에 짝을 이룬 민베도라치의 암컷(붉은 빛을 띤 주황색)과 수컷(황갈색)
다정하게 굴속에 짝을 이룬 민베도라치의 암컷(붉은 빛을 띤 주황색)과 수컷(황갈색)

 

이런 입 싸움은 좋은 짝을 만나고 좋은 집(굴)을 차지위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학술적으로는 정확한 이유가 밝혀져 있지 않다. 단지, 이러한 입 싸움이 산란기인 봄부터 초여름까지 가장 많이 관찰되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볼 때, 산란기의 짝을 만나고, 좋은 산란장소(굴)를 차지하려는 ‘번식 행동’과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참고> 학명: 이 종의 학명은 한 때 Zoarchias glaber (Tanaka,1908)으로 기록되었다
(한국산어명집, 2000; 한국어류대도감, 2005). 형태 재분석 결과, 등, 뒷지느러미의 검은
무늬가 ‘막대형’으로 두 개씩 짝지어져 있는 점(Zoarchias glaber는 검은 점 무늬가 ‘삼각
형’)인 점 등 분류 형질의 검토를 거쳐서 Zoarchias major로 수정되었다(권과 김,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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