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영천동굴 동굴 다이빙, 장동립[2020 11/12, 1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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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영천동굴 동굴 다이빙, 장동립[2020 11/12, 193호]
  • 수중세계
  • 승인 2020.12.0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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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_ 장동립
CMAS 트레이너
現한국체육대학교 특임교수로 제직 중
사단법인 대한동굴협회 회장

∷∷∷ 동굴 속에서 다이빙을 한다는 상상을 해보자. 처음 생각나는 것은 미지의 세계, 칠흑 같은 어둠에 대한 두려움일 것이다. 실제로 동굴다이빙은 충분한 전문 훈련을 받았다 할지라도 항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위험성이 높은 다이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굴 다이빙을 경험한 사람은 수중동굴의 신비로움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에 다시 수중동굴을 찾게 되는 것이다. 필자가 동굴 다이빙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2014년 5월 여름이 시작되는 시기이다. 당시 학사장교 선후배인 오승철, 안경훈 트레이너와 함께 동해와 삼척일대로 수중동굴을 찾아다니던 중 단양군 매포면 영천리 마을주민들의 요청으로 우리 세명은 함께 탐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당시 마을인근에 지정폐기물 매립장이 계획되어 있어 마을주민들이 이주를 해야 하는데 마을에 위치한 동굴이 문화재로 지정되면 개발이 중단되어이주를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

영천리 마을 입구에 걸린 지정폐기물매립장 반대를 위한 현수막영천동굴(令泉洞窟)은 충청북도 단양군 매포읍 영천리, 갑산(해발 747m)의 동남사면 아래에 있는 동굴이다.
영천리 마을 입구에 걸린 지정폐기물매립장 반대를 위한 현수막영천동굴(令泉洞窟)은 충청북도 단양군 매포읍 영천리, 갑산(해발 747m)의 동남사면 아래에 있는 동굴이다.

 

충청북도 단양지역은 강원도 영월, 삼척, 평창지역과 더불어 우리나라에 위치한 대표적인 석회암지대이다. 석회암지대는 마치 골다공증과 같은 지형으로 이곳에 지정폐기물 매립장이 들어온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었다. 삶의 터전을 잃고 이주를 해야 하는 마을주민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자비를 털어서 탐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당시 하나프라자 김지언 대표의 후원으로 사이드마운트 장비를 준비하였고, 정상훈 씨마스 트레이너는 과거 동굴탐사의 준비와 기록을 보여주시며 많은 조언을 해주었고, 휴대용 컴프레셔도 빌려주었다. 또한 정창호 CMAS 본부장과 허명 CMAS 트레이너, 그리고 수중세계 발행인이자 동굴다이빙의 선배인 이선명 CMAS 트레이너에게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동굴 다이빙(Cave diving)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라도 물에 잠겨있는 동굴로 잠수하는 다이빙을 말한다. 사용하는 장비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며, 수중동굴의 레벨은 깊이와 거리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대부분의 동굴 다이빙은 전문적인 스쿠버 장비를 사용하여야 한다. 동굴 다이빙은 테크니컬 다이빙의 영역에 속하는데 그 이유는 동굴이기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고, 특수한 발차기와 같은 고급의 스킬을 요구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걸 처음 들어간 영천동굴은 당시 제대로 된 길도 없고 동굴입구에서 수중구간까지 가는 거리도 만만치가 않았다.

탐사를 위해 탱크를 옮기는 임무를 지원해준 더블유다이브 강사들.좌로부터 강세범, 심호근 강사, 안경훈 트레이너.
탐사를 위해 탱크를 옮기는 임무를 지원해준 더블유다이브 강사들.좌로부터 강세범, 심호근 강사, 안경훈 트레이너.

 

안경훈 SNSI 트레이너(당시 CMAS 강사)의 도움으로 좁은 동굴을 기다시피 하여 공기통을 옮기고 난 후 물에 들어가니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 그 자체였다. 랜턴을 눈에 비춰보아도 불빛이 보이지 않는 그런 상황에서 오승철 트레이너가 더듬거리며 내 손을 잡고 돌아나가자는 수신호를 하였다. 나도 더듬거리며 오케이 수신호를 하고나오니 다이빙 컴퓨터에 수심 4.3m와 4.2m가 기록되어 있었다. 다이빙 시간은 불과 4분 남짓하였는데 정말 이러다 큰일이 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주민들이 비가 올 때면 동굴입구에서 물이 넘쳐 나온다는 말이 거짓말처럼 생각될 정도로 동굴 안은 진흙 밭보다 더걸쭉하였다.

영천수중동굴 탐사 후 동굴에서 붙은 실트로 온 몸이 뒤범벅이 된 모습.좌로부터 안경훈, 오승철, 장동립 트레이너.
영천수중동굴 탐사 후 동굴에서 붙은 실트로 온 몸이 뒤범벅이 된 모습.좌로부터 안경훈, 오승철, 장동립 트레이너.

 

일주일 후 마을 주민들에게서 지난번 입구가 아닌 새로운 입구를 찾았으니 다시 탐사를 해달라는 연락이 왔다. ‘정말 새로운 입구가 있을까?, 없을 것 같은데 가지 않겠다고 할까?’ 정말 많은 고민 끝에 그래도 한 번 더 탐사를 진행하기로 마음먹고 오승철, 안경훈 트레이너와 함께 영천동굴로 향했다. 마을에 도착하니 지난번 탐사 때완 분명 다른 입구라고 하였는데 같은 곳으로 향하는 것이 아닌가? 이번에도 속았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지난번과 1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작은 공간이 하나 있는 게 아닌가. 그곳으로 들어가니 정말 깨끗한 물이 보였다. 안경훈 트레이너에게 라인을 잡아달라고 부탁하고 오승철 트레이너와 함께 물속으로 들어갔다.

탐사를 지원해준 고마운 사람들.좌로부터 석명희 강사, 안경훈, 오승철, 장동립 트레이너, 배덕원 마스터.
탐사를 지원해준 고마운 사람들.좌로부터 석명희 강사, 안경훈, 오승철, 장동립 트레이너, 배덕원 마스터.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다.
물속에 잠수하여 숨을 쉴 때마다 공기방울에 부딪쳐 떨어지는 실트(silt) 입자를 보며 조심스럽게 30m 가량을 진입하니 호흡기를 문 입에서 절로 탄성이 나왔다. 수중동굴 속의 비경이 펼쳐지는 게 아닌가.
랜턴으로 비춰보니 하염없이 빛이 직진하는 그런 맑고 깨끗한 동굴 수의 모습에 넋이 나갔다. 글을 적는 지금도 그날의 감동을 떠올라 가슴이 뛴다. “아! 그래 이래서 동굴다이빙을 하는 거야.”

 

 

2014년 6월 14일 그날은 내 인생의 손꼽히는 감동적인 날이었다. 우리는 좀 더 많은 공기통을 가지고 오지 않은 아쉬움을 남기고 동굴을 나와 마을주민들에게 수중동굴이 실제로 존재하고,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었다. 마을 주민들은 모두 한마음으로 기뻐하며 우리를 위해 막걸리와 전을 준비하여 대접해 주었다. 그로부터 매달 우리는 부족한 장비와 수중촬영장비를 준비하여 조금씩 탐사구간을 연장해 나가기 시작하였다.

영천 수중동굴 입구에서 오승철 SNSI 본부장과 필자
영천 수중동굴 입구에서 오승철 SNSI 본부장과 필자

 


2014년 7월 15일에는 주굴을 따라 진입을 하였고, 8월 2일에는 다시 지굴을 따라 진입을 시도하였다. 거리가 늘어남에 따라 필요한 공기통의 수량과 장비도 점차 늘어나게 되어 많은 인력과 경비가 필요하였다. 다행히 더블유 다이브(W dive) 강사들의 도움으로 인력을 해결할 수 있었고, 장비는 앞서 언급한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그래도 부족한 경비는 조금씩 돈을 모아 충당하였다. 또한 마을 주민들도 힘을 보태주어 사다리와 로프 등을 설치해 주었고, 매번 탐사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성원해 주었다.

 

한번 탐사를 들어가고 나온 후에나 비가 내리고 난 이후에는 한동안 싵트(silt)로 인해 동굴 수중시야가 잘 나오지 않는 관계로 그해여름 우리는 한 달에 한번정도 기상을 고려하여 탐사를 진행하였다. 그때마다 탐사 중 촬영한 영상을 마을주민들과 함께 보며 시간을 보냈는데 마을 분들의 질문에 대답을 해드리면 그때마다 너무 흥미롭게 봐주셔서 오히려 설명하는 시간이 즐거웠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수개월동안 수중구간의 탐사가 진행되어 사진과 동영상 촬영한 자료들을 정리하여 마을주민들과 함께 영천동굴에 국내 최장의 수중구간이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발표하게 되었다. 또한 단양군청과 충북도청에 문화재로 지정해달라는 요청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단양 영천동굴(丹陽 令泉洞窟)은 2017년 5월 12일 충청북도의 기념물 제164호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올해 한국동굴연구소와 박재석 트레이너를 주축으로 하는 탐사 팀의 노력으로 새로운 수중구간이 인근에 위치한 곰굴과 연결되었다는 너무나도 반가운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지금도 가끔 영천리 마을 주민들이 충청북도 지정문화재로 고시되어 기뻐하던 모습을 떠올리면 마음이 뿌듯해진다. 올해가 가기 전에 아름답게 단풍이 물들어있을 영천리에 찾아가 오랜만에 마을 분들과 반갑게 인사라도 하고 와야겠다.

 

영천동굴 수중구간을 지나면 나오는 Sump 지역에 마치 커튼처럼 생성된 동굴생성물
영천동굴 수중구간을 지나면 나오는 Sump 지역에 마치 커튼처럼 생성된 동굴생성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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