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에서 동해로의 여행 _ 박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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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에서 동해로의 여행 _ 박정권
  • 수중세계
  • 승인 2020.12.2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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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12, 193호] 참복의 투어스케치 39

글, 사진 박정권

∷∷∷ 필자가 생활하는 지역은 강원도인지라 지리적으로 최남단인 남해안의 수중을 찾아가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많은 시간을 통영과 동해의 포항일대 등 남쪽 바다에서 다이빙을 하며 익숙해져 있던 추억들이 강원도에 기거를 하면서도 이따금씩 떠오르면그곳에 대한 그리움에 젖어들기에 충분했다.

2박 3일의 귀한 시간을 내었지만 워낙 거리가 있는 투어라 다이빙 계획과 동선에 대한 시간배분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촉박한 투어다. 통영과 남해 미조간의 해안도로는 그냥 여행 목적으로 둘러보아도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는 명소이다. 굽이굽이 휘어지고 오르막과 내리막의 해안길을 따라가다보면 눈앞에 펼쳐지는 그림같은 다도해의 절경은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었고, 요소요소마다 멋있는 찻집과 숙박시설들이 예전에 비해 많이 자리하고 있었다.

다도해의 특성은 내만의 잔잔함과 암반, 고운 뻘층, 그리고 모래지역이 혼재한 남해안의 수중환경들, 연중 높은 수온과 낮은 수심대에서 살아가는 수중생물들은 그야말로 다양성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 우선 남해안의 해안가에 많이 서식하고 있는 해마들을 만나보기로 한다.

해마는 연안 수심 1~5m 내외의 파도의 영향이 적고 모자반이 있는 곳이면 대부분 쉽게 만나볼 수가 있는 곳이 남해안이다. 동해안의 깨끗한 모래지역보다 뻘모래와 해조류가 무성한 남해안에서는 해마의 먹이가 되는 곤쟁이들이 많이 서식한다. 이러한 환경 때문에 웬만하면 남해안 어느 곳이나 모자반이 자라고 있는 곳이라면 해마를 만날 확률은 상당히 높다고 봐야할 것이다.

 

 

남해 항도마을의 내항에서 입수를 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모자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앙증맞은 해마들을 만난다. 통상 경남 연안의 해마들은 6월을 기점으로 번식기에 접어든다. 따라서 야간다이빙을 하다보면 독립 생활을 하는 해마지만, 이 번식기에는 암컷과 수컷이 서로 배를 맞대고 수컷의 육아낭에 암컷이 수정체를 넣어주는 의식을 목격하기도 한다. 물론 서로 배를 맞대고 주고받는 보육의 임무가 끝나면 수컷 홀로 약 30일가량 힘든 밤낮을 오롯이 지새우며 뱃속에서 어린해마들을 키워내는 것이다. 10월 초순에 이곳을 찾았음에도 배가 불러오는 해마를 만날 수가 있었으니 아마도 번식기의 끝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귀하고 성스러운 수컷 임산부를 만난 것이라 할 수가 있다.

통영의 야간다이빙에서는 근 10년 만에 예전의 해마 서식지를 찾아봤는데 육상의 개발로 인해 수중환경은 모래에서 돌무더기로 바뀌었으나 다행히 주변에 무성하던 모자반들은 건재해 있었다. 물론 그 무성한 모자반 수풀 속에서 어렵지 않게 복해마와 가시해마 등 3종류의 반가운 얼굴들을 마주할 수 있었으니, 그간 멀리서 그리워해오던 갈증을 털어내기에 충분한 밤이었다.

촉박한 여행일정에 따라 포항을 거쳐 울진까지 올라가면서 수중환경을 탐닉하는데 그중에서도 울진 오산항에서 출발해서 입수한 수심 32m의 사각어초에서 기대하지 않은 아름다운 광경과 마주하게 된다. 올해 들어 딱 꼬집어 이유를 알 수는 없으나 강원도 북단 고성부터 필자가 거주하는 양양권의 수중에는 빨간 부채뿔산호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려 안타까운 현실과 마주했어야 했다. 이곳 울진에서는 비교적 울창한 부채뿔산호가 아주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모습을 마주할 수 있어 새삼 다행스럽다는 생각과 함께 감탄스럽기까지 했다.

 

 

게다가 불볼락을 비롯하여 각종 어류들이 10여 미터 남짓의 어초를 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차 쉼터삼아 노니는 모습들이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없었다. 부디 수온이 내려가는 올겨울에는 동해북부의 수중에서도 그야말로 동해의 상징인 정열적인 부채뿔산호가 건강하게 다시 뿌리를 내려서 더 많은 수중생물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주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동해를 따라 가는 일정 내내 전에 없이 물속 시야는 맑고 수면은 잔잔하여 다시 강릉의 난파선까지 입수를 해본다. 요즘 다이버들의 성지가 된 스텔라보다 먼저 자리한 엠버의 모습을 담아보는데 이제는 빨간 우렁쉥이들이 온 침선을 뒤덮을 기세로 바다의 일부로 온전히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기울어진 기둥에는 마치 일광욕이라도 하듯 불볼락들이 줄지어 서서 흐트러짐 없이 한곳을 바라보는 모습도 여전하다. 겨울이 되어 지금은 작은 섬유세닐들이 뿌리를 내렸지만, 수온이 적당해지면 또 하얀 꽃을 만개하여 붉은색에 한 색깔을 더 입혀놓으면 더욱 아름다운 침선의 모습이 되어줄 것이다.

 

 


내달려서 고성의 문암까지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정으로 해외길이 막힌 코로나시절의 짧고도 힘든 여행길을 마무리하면서 국내 다이빙 사이트도 다양한 환경과 볼거리가 많다는 것을 또 한 번 절감하게 되어준 시간이었다. 정보를 바탕으로 가보고자 하는 사이트의 특성과 시간 그리고 바다상황과 계절별 특징들을 체크해서 전국의 주요 수중환경을 한 번씩만 방문한다 해도 아마 1년이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질 것 같다는 생각이다.

언제쯤 해외투어의 행렬이 재개될지는 모르지만, 이번 기회에 새로운 환경과 남다른 경험들을 국내의 다양한 환경을 통해 바다를 좀 더 알아가고, 또 그것으로 하여 다이빙 생활에 유익하고 기억에 남을 추억까지 남겨 본다면 본인의 다이빙 로그가 일층 풍요로워질 것이다. 항상 안전하고 즐거운 다이빙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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