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경 사설 [바늘도둑을 소도둑으로 키우는 해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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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경 사설 [바늘도둑을 소도둑으로 키우는 해루질]
  • 수중세계
  • 승인 2021.03.3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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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경
자연환경국민신탁 대표이사
사회자본연구원 원장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환경부자체평가위원회 위원장
전)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CMAS 중급 스쿠버다이버

우리 속담의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말처럼 근래의 해루질이 절도범을 키운다. 전통어로에서 해루질은 물이 빠진 바다(갯벌)에서 밤에 횃불을 밝혀 불빛을 보고 몰려드는 낙지나 게 등을 잡는 방법을 말한다. 횃불을 들고 다녔기 때문에 횃루질로 불리다가 해루질로 번졌다. 해안가에서는 오래전부터 남의 불에 게 잡는다는 말처럼 한 사람이 횃불을 들고 주변 사람들이 게를 잡곤 하였다. 예전의 해루질은 나쁜 어로가 아니었으며 이웃간 품앗이도 가능한 생산양식이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 어업인들과의 마찰을 빚더니 급기야 절도로까지 나아가기에 이르렀다.

 

해루질을 둘러싼 갈등은 몇 년 전부터 세상에 노출되었다. 예컨대, 펜션이 즐비한 태안 안면도의 경우에는 방송을 통해 '해루질 명소'로 소문나면서 체험 관광객들이 급증하였다. 그러면서 분쟁이 발발하였다. 언론 보도(KBS 2019.10.3.: 양식장 위협하는 해루질)에 따르면, 어업인들은 야간에 일부 해안가 사업자들이 관광객들을 공유수면이 아닌 양식장으로 안내하고, 거기에서 잡은 해산물들을 판다고 주장한다. 야간에는 누구나 허가 없이 해변에 들어갈 수 없음에도 이런 금지가 소용없는 셈이다. 왜 이런 불법현상이 늘어나는 것일까?

 

레저와 어패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해루질로 잡는 해물들이 늘었다. 인터넷에는 해루질에 대한 길잡이를 자처하는 사업자도 등장하였고 그렇게 잡은 해물을 판다는 광고도 등장하였다. 이를 살펴보면 해루질로 잡은 물고기로서는 광어, 도다리, 서대가, 간재미, 장어, 장대, 우럭, 개상어 등이 있다. 낙지, 주꾸미, 갑오징어, 소라를 잡고 겨울에는 개조개, 개불, 해삼을 잡는다고 광고한다. 동해에서는 문어도 잡는다. 이렇게 보면 해루질은 레저나 맨손어업을 넘어 어선어업이나 양식업 수준으로 변하였다.

 

드디어 올봄에는 제주 해녀들이 비어업인들의 해루질로 인하여 굶어 죽겠다고 하소연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같은 언론의 후속 보도(KBS 2021.3.23.: 고령의 제주해녀들이 기자회견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에 따르면, 어촌계가 15천만원 상당의 전복, 소라, 해삼 종패를 뿌리지만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잠수장비에 트럭을 동원하여 행해지는 해루질 피해로 인하여 어촌계원들의 수입은 고작 500만원에 불과하다. 방송에 등장한 어떤 해루꾼은 갈고리와 조명기구를 사용하여 본인이 직접 잡은 살아 있는문어를 kg 2만원에 판다고 웹에 홍보한다.

*사진출처: 유튜브 KBS교양 채널 캡처
*사진출처: 유튜브 KBS교양 채널 캡처

 

제주 어촌계원들은 부득이 밤마다 조별로 해안을 순찰하고 관계 당국에도 신고하지만, 해루꾼들은 단속에 걸리면 잡았던 해산물을 바다에 버려 처벌하기 어렵다는 항변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전언에 따르면, 해루질에 대한 제주도청의 연중 단속 건수는 1건에 불과하다. 수산업법에 따르면, 맨손어업을 신고하지 않은 해루질은 맨손으로 잡아도 불법이며, 신고한 맨손어업자라도 잠수장비나 조명기구를 사용하면 역시 불법이다. 불법 해루질은 수산업법에 의하여 처벌받을 뿐만 아니라 형법상 절도죄를 구성할 수 있다.

*사진출처: 유튜브 KBS교양 채널 캡처
*사진출처: 유튜브 KBS교양 채널 캡처

이러한 불법이 단속망을 쉽게 피함은 증거확보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해루꾼들이 외지 관광객이 아니라 안면이 있는 지역주민들이어서 관계 당국이 엄격한 법집행을 회피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물증확보가 어렵다는 해명은 그렇게 들린다. 육상의 도로교통에서는 함정단속까지 실시하면서 해상의 절도범에 대하여 관대함은 형평에 맞지 아니한다. 피해를 입는 어촌계나 해녀들은 규칙을 잘 준수하는 정상적인 다이빙과 같은 수중레저 활동에 대하여서는 양식장에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조직적으로 방어하면서도 정작 밤도둑들에 대하여서는 속수무책이다. 앞으로 지키고 뒤로 잃는 형국이다.

*사진출처: 유튜브 KBS교양 채널 캡처
*사진출처: 유튜브 KBS교양 채널 캡처

돌이켜 생각하면, 제주 등지에서 해녀들에 의한 맨손어업 어획량이 급감함을 모두 해루꾼들의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 그동안 연안 생태계가 알게 모르게 악화된 상태에서 기후변화와 해수온도 상승 등으로 인하여 연안 생태계가 공급할 수 있는 절대용량이 줄어들었을 수도 있다. 변화무쌍한 해양환경의 변화로 인하여 흑산도 홍어 등 일부 어종은 풍어를 구가함에도, 가파도 등지의 일부 해녀들의 말에 따르면, 연안의 어패류 생산량은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루꾼들까지 가세하다 보니 엎친 데 덮치는 격이 되었다. 절도범들의 해루질은 어업인들로 하여금 인내의 한계를 넘게 만들었다.

 

가장 바람직스러운 대안은 해루꾼들이 본인들의 행위가 타인의 재물을 훔치는 절도로 인식하여야 한다. 수산업법은 어떤 수산물은 비어업인이 잡아도 좋고 어떤 수산물은 잡으면 아니된다고 규정하지 않는다. 수산업법(66: 면허허가 또는 신고어업 외의 어업의 금지)누구든지 이 법 또는 수산자원관리법에 따른 어업 외의어업의 방법으로 수산동식물을 포획 또는 채취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한다. 이를 어기는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수산업법 제97). 수산업법이 문제가 아니다. 비어업인들의 해루질은 지역주민이라고 할 지라도 형법(329: 절도)에 따라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 질 수 있다. 2인 이상의 합동하여 타인의 재물을 훔치면 특수절도죄(형법 제331)를 구성한다.

 

일부에서는 더 강력한 법 개정을 논하지만, 형벌위하 내지 일벌백계가 능사가 아니다. 술래와 술래잡이는 언제나 끝없는 숨바꼭질(탈법)을 되풀이한다. 우선은 현행법을 엄격하게 집행할 일이다. 현행법도 충분히 강력하다. “열 명의 포졸이 한 명의 도둑을 잡지 못 한다는 격언이 있으니만큼 어촌계원들과 관계 행정기관이 협력하여 지혜로운 방어망을 형성하여야 할 것이다. 차제에 연안의 어촌계나 해녀들은 계속 어패류를 잡아서 소득을 올릴 것인가, 아니면 해양생태관광을 통하여 소득을 올릴 것인가를 심사숙고하여 소득원을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그동안 일부 어촌계와 해녀들은 다이버들을 공유수면 침입자로 간주하여 거리를 두었지만,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 다이빙 사업자 또는 다이버들과 협업하여 해루꾼들을 추방하고, 수중레저법상의 자발적 협약을 맺는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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