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03/04, 195호 발행인글]나의 바다선생님과의 수중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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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3/04, 195호 발행인글]나의 바다선생님과의 수중산책
  • 이선명 발행인
  • 승인 2021.03.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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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이선명 (제주도 서귀포)
*표지: 이선명 (제주도 서귀포)

 

∷∷∷ 봄의 전령사인 개화 소식이 예년보다 일찍 전해옵니다. 추운 겨울을 견디다 보면 봄이 어서 왔으면 이라는 생각이 더디 오는 것보다 훨씬 더 간절하지만, 이제는 이른 봄소식이 설렘과 함께 기후변화에 대한 걱정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모든 일이 빠르게 이뤄지기를 바라는 문화와 그리고 급변하는 세상이지만 계절의 변화만큼은 느긋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애써 멀리해오던 TV 앞에 앉아있거나 거의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으로 여기저기 검색하고 사진과 글을 올리는 일에 매달리고 있는 내 자신에 놀랄 때가 많습니다. 덕분에 책보다는 영화나 인터넷매체에서 지식을 쌓거나 감동을 전해 받을 때가 늘어난 반면, 신뢰할 수 없는 거짓정보와 짧은 생각으로 던지는 편향된 홍보성 내용으로 화를 불러일으키는 일도 종종 생겨 괜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물론 실시간으로 각종 소식을 확인하고 전 세계 인류를 이웃으로 묶어줘 위로와 격려, 때론 칭찬의 말까지 주고받는 순기능도 있기에 비대면 시기와 맞아떨어져 더욱 몰두하게 됩니다.


영화관 가기가 매우 꺼려지는 세태에 집안에서 최근 영화나 다큐멘터리 프로를 손쉽게 볼 수 있는 Netflix 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률이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를 거스르지 않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공황기에도 불구하고 미리 예측을 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쇼핑을 비롯한 실생활에 필요한 활동과 학습경험 등을 대신하거나 대리만족 시켜주는 업종이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최근에 본 방송물로, 오랜 세월과 자연이 어우러진 한옥에서 유명배우들의 서비스를 받으며 정갈한 한식과 고택에서의 다채로운 즐거움을 맛보고 낭만을 느끼는 힐링 전달 예능물인 ‘윤스테이’라는 프로가 흥미를 끌었습니다. 지친 몸과 마음을 대리만족을 통해 감성전달의 효과를 공유하게 만들더군요. 다른 하나는 삶에 지친 다큐멘터리 감독이 고향인 바다마을로 돌아와 치유를 위해 시작한 프리다이빙을 즐기던 중에 만난 한 마리 문어와의 교감을 다룬 영화 ‘나의 문어 선생님’입니다.


두 영상물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아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메시지를 읽어 낼 수 있었습니다. 다시말해 수중스포츠에 관련한 우리 업계가 꼭 참고하고 실지 경영에 응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듭니다. ‘윤스테이’는 경영방식을 면밀히 분석하여 실천에 옮기는 감성 나눔, ‘나의 문어 선생님’은 자연환경에서 이야깃거리를 찾아가는 감동전달을 배울 필요가 있겠습니다. 나아가 독특한 체험과 여행을 통한 ‘힐링’이라는 시기적절한 상품을 제공해주는 것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장비판매도 소비자인 고객의 다양한 목적을 수행토록 하기 위한 접근 방식에 더해 수중세계에서 위안과 감동을 전해 받기 위한 편리한 도구를 권한다는 사명감과 해박한 지식축적이 새로운 매출신장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전문리조트 운영에 있어서도 단순한 수중가이드와 숙식 제공에만 그치는것이 아니라 선박 운영부터 이동 간의 동선과 편의시설, 다이빙 외적인 시간까지 챙겨서 그야말로 깨닫고 살펴주는 감성전달로 감동까지 전해줘야 끝까지 지탱할 수 있겠습니다.


대규모 시설투자로 미래를 대비할 수도 있겠지만 아니면 ‘윤스테이’ 같이 잠자리부터 먹을거리에 기념되고 오랫동안 잊을 수 없는 소품이나 순간까지 챙겨 머무르는 기간 전체가 잘 짜인 한편의 드라마로 느끼게 만들어 주고 이에 상응하는 제값을 받는다면 단골이 늘어날 수 있을 겁니다. 수중가이드도 수중환경해설사 수준으로 손님을 안내해준다면 일 년에 한 번을 가더라도 이런 곳을 찾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음으로는 대물림할 수 있는 사업체가 많이 늘어나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전문리조트 사업의 역사도 반세기를 넘어가고 있기에 1세대라 할 수 있는 운영자들의 연령층이 정년은 없다 하지만 자손이나 후배에게 승계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 하겠습니다. 문제는 벌이도 벌이이지만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 힘도 많이 들고 사고라도 나면 그야말로 운영자로서는 어떤 대책이나 보호 장치가 전무하다시피 하여 물려주고 싶지도, 물려받으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런가 하면 전문 가이드를 고용하여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이직을 하거나 아니면 리조트를 차리고 독립하는 등 진득하게 남아있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기에 앞으로 또 다른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 역시 크다 하겠습니다. 젊음을 바치기에는 수입도 일정치 않고 미래 역시 그리 밝지 않기에 강사는 많이 늘어나도 이에 비례하여 전적으로 업계에 뛰어는 인구는 훨씬 못 미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나마 해외에서 활동하다 귀국하여 기약 없이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운영자가 일시적으로 늘어난 게 전부입니다.


그래도 가능성을 찾아보면 운영자부터 주요 구성원이라 할 수 있는 직원에서 손님까지 모두가 일을 즐기고 고품질의 서비스를 만끽하는 분위기를 추구하고 온가족이 합심하여 ‘윤스테이’같이 행복이 가득한 리조트를 운영해보겠다는 새로운 마음이 생긴다면 대물림의 길을 찾았다 하겠습니다.

‘나의 문어 선생님’의 잊지 못할 장면으로 문어가 오랜 기다림과 무언의 교감 뒤에 팔(‘다리’라 부르지 않고)을 뻗어 다이버의 손가락을 시작으로 첫 접촉의 장면은 마치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라는 작품을 연상시켰고,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감동적이었습니다. 그간 공동 주연인 다이버의 수중활동은 촬영 목적이 아닌 그냥 여유롭게 수중산책을 즐기며 관찰하고 사색하는 모습으로 비췄으며 영화 속 배우라면 최고의 연기를 펼쳐 많은 이의 심금을 울리는 감동을 충분히 전달해 주었다 하겠습니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영화로 제작하여 발표한 작품이었기에 이야깃거리가 풍성하게 와 닿았습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지혜를 영화 속 명장면, 명대사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손님과 동료를 대하는 데 있어,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서 사랑고백을 하며 남긴 “당신은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어요.”라는 마음가짐을, 수중산책의 동반자이자 안내인으로서는 <매트릭스>의 “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걷는 것은 다르다”는 자세는 어떨까요? 물론 ‘함께’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더 잘 어울리겠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는 바다학교에서 <리틀 포레스트>의 “다른 사람이 결정하는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아”라는 교훈을 지키고 <파인딩 포레스트>에서 정말 잘 생기고 멋진 노 교수의 “생각하지 마. 생각은 나중에 해. 우선 가슴으로 초안을 쓰고 머리로 다시 쓰는 거야”라는 가르침을 가슴에 되새겨, 수중세계를 노래하고 사진에 담아낸다면 아름다운 명작탄생이 가능할 것입니다.

어려운 시절이지만 앞으로 있을 즐거운 일로 입가에 미소가 활짝 피어납니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자산어보>, 주강현 박사의 신간 <조기평전> 그리고 다이버인 김기준 글, 최성순 사진으로 발간된 <그 바닷속 고래상어는 어디로 갔을까>라는 한국 최초 수중 에세이집이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여 저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나의 바다 선생님들과의 수중산책이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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