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12, 187호] 박정권, 참복의 투어스케치 33 (동해가을의 작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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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1/12, 187호] 박정권, 참복의 투어스케치 33 (동해가을의 작은 세상)
  • 수중세계
  • 승인 2019.11.27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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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 Sea _ 우리바다 스케치

 

참복의 투어스케치33
-동해가을의 작은 세상-

글,사진 : 박정권

동해가을의 작은 세상

설악산을 중심으로 곱게 물든 가을정취가 절정을 이루고 있는 깊은 가을이다. 뜨거웠던 한여름이 지나고 산과들 그리고 바다에 이르기까지 형형색색의 자연을 차분히 즐길 수 있는 풍요로운 계절이 유난히 잦았던 태풍의 시간들을 보상이라도 하는 듯 깊은 가을이다.

수중에서도 이제 서서히 수온변화를 보이며 수중 생태계의 겨울준비가 진행될 것이다. 한여름을 지나면서 표층수온을 유지했던 약 20도 가량의 적당한 수온은 오늘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어서 웻슈트 다이버들이 10월 하순인 요즘에도 무리 없이 다이빙을 즐길 수 있으니 어쩌면 동해는 첫추위가 찾아오는 초겨울 목전까지 즐길 수 있는 시즌이라고 봐도 괜찮을 듯하다.

일주일 또는 보름 간격으로 빈번하게 발생한 태풍의 영향으로 9월에서 10월에 이르는 절정기 동해는 많은 다이버들의 한숨과 함께 거센 물살로 수중지형이 조금씩 바뀔 만큼 요동치는 시기였다.

경포에 위치한 800톤급 거대한 침선이 물살에 못 이겨 옆으로 누워버렸고, 수심 20미터권의 오래된 사각어초는 망치로 얻어맞은 양 부서지기도 했던 격랑의 동해였다.

평소에는 눈여겨보지 않았던 발아래의 낮은 세상, 그 작은 곳에서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도 바다를 이해하고 즐기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동해의 생태환경상 색감이 풍부한 풍경을 만나기는 어려운 조건이지만 요즘처럼 수온이 20도를 유지하는 계절에는 아열대의 수중생물들을 비교적 어렵지 않게 만나 볼 수 있기도 하다.

쏠배감펭이 강릉 사천수중에서 며칠씩이나 머물기도 하고, 청대치 몇 마리가 양양권에서 목격되기도 하는 요즘의 동해이며, 동해남부나 남해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파랑갯민숭달팽이들이 동해 북부권까지 올라와서 활발하게 산란활동을 한다. 그 개체수가 높아졌다는 것은 그 생명체가 먹이활동부터 서식하기에 적합한 조건이 주어졌다는 반증일 것이다.

 

좁쌀보다 작은 난괴에서 부화하면서부터 급속하게 성장을 하여 대략의 수명이 3개월 정도라는 갯민숭달팽이들의 삶은 어쩌면 불꽃같은 여정일 것이다.

동해의 정착종인 왕벗꽃갯민숭달팽이가 산란이 끝나고 수온이 급격히 오르면 그 개체수가 현저히 줄어드는 모습을 알 수가 있고, 남쪽에서 올라온 갯민숭이들도 어느 순간 감쪽같이 사라지기도 하는 것이 생태환경의 변화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신체리듬과 적응력이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다.

후세류를 연구하는 전공자의 말에 의하면 태풍이 오거나 격랑이 몰아칠 때가 되면 신기하게도 갯민숭이들이 바위언저리에서 내려와 모래 속으로 피신을 한다는 것이다.

암수동체의 구조로 해서 교미가 이루어질 때는 오른쪽에 있는 생식낭에서 2개의 생식기를 통해 알들을 맞교환하기도 한다는 것이 더욱 놀라운 변식방법으로 다가온다.

부채뿔산호에서만 살아가는 개오지(한국명: 토끼주홍고둥)가 산호 줄기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모습이 눈에 띄는데, 돋보기로 가까이 접근해서 보니 마치 거미가 가느다란 거미줄을 뽑아서 이동을 하듯이 흔들리는 물살에도 끊어지지 않고, 그 보일 듯 말 듯 가느다란 투명 실에 한 몸 의지해서 늘였다 줄였다를 거듭하더니 건너편 산호가지에 무사히 안착을 하는 모습이 놀랍기도 하다.

 

생김새는 열대어의 유어인데 손톱보다 작은 몸으로 좁은 돌 틈 사이에서 몸을 숨긴 채 팔랑거리던 모습이 귀여웠고, 이 녀석이 성장을 하면 어떤 모습으로 변신을 하게 되며, 또 언제쯤 따듯한 보금자리로 이동을 할 것인지도 자못 궁금해진다.

이처럼 대부분 멀리보고 유영을 하면서 수중의 전체적인 풍광을 음미하는 다이빙도 매력이 있지만, 가끔씩 그리 넓지 않은 내 주변의 환경을 고개 숙여 찬찬히 둘러보기라도 한다면 생각 외로 많은 생명들이 살아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가녀리고 각자의 움직임으로 주변 환경에 잘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는 모습들을 지켜보는 재미가 적지 않다.

한참 바라보다보면 각각의 살아가는 환경과 방식을 이해하게 되고 우리네 삶 못지않은 고군분투의 몸짓이 연민을 느끼게도 하고 때론 힘겨운 삶의 여정에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한다.

동해의 시야가 흐려지는 4월 후반부터 7월경 까지는 시야에 영향을 받지 않는 근접관찰 다이빙도 충분히 즐길거리가 되며 계절별로, 혹은 해를 거듭해가며 특정 수중생물의 생태를 비교 관찰해 본다면 좀 더 바다를 이해하고 소소한 감동을 이어나가는데 큰 도움과 즐거움이 함께하리라 생각해본다.

참고로 애매모호하게 생각되었던 수중생태계의 궁금증도 참고 자료나 다이빙 중에 관찰된 모습들을 접목시켜보다 보면 한층 심오한 생명의 신비로움과 내가 만나고 싶었던 생물들을 적기에 만난 확률도 높아질 것이다.

오랫동안 갯민숭달팽이의 산란과 이동이 궁금했었는데, 그들의 경우 특정한 산란철이 정해진 것이 없으며, 생태의 제반 조건이 맞으면 4계절 어느 때나 산란은 수시로 이루어지고, 해외종의 경우 산란이 끝나면 상대를 잡아먹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아직 국내종의 경우에는 그러한 상황은 목격한 적이 없다.

이제 물속보다 물 밖이 더 추운 계절로 돌아선다.

초겨울의 동해수중의 생태계의 변화를 그리워하며 마치 가을 설악의 변화에 젖어보는 감성으로 다가오는 겨울동해의 새로운 풍경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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