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09/10, 186호] 박정권, 참복의 투어스케치 32 (생명이 움트는 난파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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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09/10, 186호] 박정권, 참복의 투어스케치 32 (생명이 움트는 난파선)
  • 수중세계
  • 승인 2019.09.30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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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 Sea | 우리바다 스케치

참복의 투어스케치32 _ 생명이 움트는 난파선

글,사진 박정권

 

강원 강릉의 사근진에서 동쪽으로 수심 37m에 800톤급 침선을 내려놓은 지도 이제 2년여가 지나고 있다. 러시아에서 원양어선으로 쓰이던 트롤어선에 엔진 등 다이빙에 장애물로 여겨지는 모든 부위가 제거되고 잘 보존된 외형의 모습을 가지고 동서로 길게 잘 내려앉은 모습이다. 이로 인해 많은 한국의 다이버들이 난파선 다이빙의 경험을 즐기고자 주말이면 여러 리조트에서 출항한 다이빙 전용선들이 모여드는 포인트로써 어느덧 국내 다이빙 명소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엠버’라는 선명을 가지고 동해 수중의 일부가 되어가기 위해 자리잡은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간이지만 이따금씩 찾아 가노라면 서서히 변해가는 그 모습이 마치 동해의 한 부분으로 친화해 가는 모습에 친근감과 수중의 포용력에 감탄을 하기도 한다.
철선인지라 원래의 선박에 칠해진 페인트가 독성을 품고 있어서 각종 부착생물들이 쉽사리 접근하기 힘들었겠지만 마치 바다가 어루만져주는 손길에 그 독한 성분마저 훌훌 벗어내 버리고 이제 각종 부착생물들이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곳곳에 자리를 잡아가며 침선을 바다의 일부로받아들여가고 있는 중이다.

선체 내부에는 키 작은 섬유세닐 말미잘들이 씨를 뿌려놓은 듯 군락을 이루어 자라고 있고 선체의 벽면에는 어디서 그 많은 포자가 날아왔었는지 온통 우렁쉥이 세상을 이루어가고 있다. 특히 선수 쪽에 우뚝 서있는 마스터 망루에는 그야말로 조금의 빈틈도 없이 촘촘하게 붉은 색으로 장식을 하고 우렁차게 내쉬는 호흡에 아주 건강한 생태계의 단면을 보여 주기도 한다.

 

시시때때로 난파선을 쉼터삼아 찾아오는 회유성 어종들은 망상어 무리와 불볼락 무리 그리고 쥐치무리까지 이제 쉬어가거나 혹은 잠시 머물러도 좋은 곳으로 인식이 되어가고 있는 듯 그 침선을 방문할 때마다 어종은 조금씩 바뀌어가지만 분명 어류들에게는 대형어초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어느 때인가는 약 4~5kg 정도 되어 보이는 문어가 37m 바닥에서 28m 갑판을 향해 조금씩 기어오르는 모습도 지켜본 적이 있다. 주변이 낮은 암반지대로 이루어져서 수온이 떨어지는 겨울철이면 산란을 위해 저수심대를 찾아 회귀하는 도루묵이나 도치 그리고 대왕문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물군을 관찰해 볼 수 있는 보금자리 기능으로 안성맞춤인 구조물이 아닌가 생각된다.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서너 달 정도의 시간을 두고 침선이 생각날 때면 찾아보곤 하는데 갈 때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다보니 바다가 지닌 능력이랄까 끝없이 생명을 위한 몸부림과 적응 그리고 모든 걸 받아들이면서 이겨내 나아가는 보이지 않는 그 힘에 감탄과 감명을 가슴깊이 전해 받는다.

 

생명이 없는 바다는 결국 인간마저 살수 없는 환경이라는 절대공존의 의식 속에 바다에 들어갈 때마다 쉽사리 눈에 띄는 육상에서 비롯된 쓰레기들이 줄어들기를 바라며 부디 오래도록 이 거룩하리만큼 능력을 아끼지 않는 바다의 생명보존 능력에 힘을 보태야 한다.

도심 속 카페에서 바닥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를 본적이 없다. 그 어디에서도... 물밑으로 가라 앉아 시야에서 안보이면 그만인 것이란 쉬운 생각이 얼마나 바다를 오염시키고 병들어 가는지 그 바다를 원천으로 하여 인간이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라면 진정 어느 깔끔한 카페바닥 그 이상으로 상대해야 한다는 깨달음이 보편화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 차갑고 바다가 원하지 않았던 침선마저도 살아 꿈틀대는 생명을 심고 혼탁함을 쉴 새 없이 정화해가며 더 풍요로운 생명의 숲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자연에 대해 우리는 너무 무관심으로 홀대하고 있지 않나 나 자신부터 그간의 바닷가에서의 행동들을 되짚어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제 약 한두 달이 지나면 또 2000톤급의 대형 트롤어선이 경포 해중공원 인근에 자리하게 된다. 수심 30m 에 자리하게 되면 또 바다라는 자연의 힘을 거쳐 서서히 바다의 일부가 되어갈 것이며 얼마 지나지 않아 수많은 생명들이 함께 어우러져 다이버들에게도 또 다른 탐방로가 되어 서서히 변해가는 침선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바다에 내려놓고 설치해놓은 많은 것들이 모쪼록 수중세계에 순기능으로 작용하여 더 풍요롭고 활기 넘치는 바다로 대대손손 인간과 함께하는 살아있어 주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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